청소년들의 자원봉사활동은 1995년 5·31교육개혁 이후 중·고등학생들의 인성교육 과제로 포함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학교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주체성 상실과 책임의식 결여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환영받았다.
그러나 당초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대부분 청소년들은 자원봉사활동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우리한테 내신 잘 주려고 하는 것 아니냐"(곽예라 부산국제외고 2학년),"물론 취지와 시도가 좋지만 강제성이 있어 비효율적이다"(이성희 남성여고 2학년),"교내활동으로 채울 수 있어 대충 때우게 된다"(박주현 만덕중 3학년)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학생들은 매년 해야 하는 20시간의 봉사활동 중 10시간은 '교내 일손 돕기'로 채우기 일쑤다.
박지혜양(금명중 3학년)은 "대부분 학교에서 10시간 채워주면 동사무소나 우체국에 가서 대충 시간을 써달라고 한다"며 중·고생 봉사활동의 실태를 말했다.
공공기관을 찾아가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활동한 뒤 하루 최대 봉사시간인 4시간을 받아와 메우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공공기관들도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중·고생들이 여러 시간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1시간을 일해도 4시간으로 써 주고 있다.
실상이 이와 같으니 초기의 취지가 살아날 리 없다.
일부에선 중·고생 의무자원봉사활동을 아예 없애는 편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듯 청소년들의 봉사활동 참여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들도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부산광역시 청소년자원봉사센터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자체 준비한 '여름방학 청소년 자원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안내했다.
내고장 향토문화 바로 알기,환경보호 릴레이 활동,농어촌체험 봉사활동,문화체험 봉사활동 등으로 나눠져 학생들은 원하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심보영양(부산국제외고 2학년)은 "봉사활동을 어떻게 할지 막연했는데 좋은 프로그램들이 생겨나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며 "대충 봉사 시간만 채우려던 친구들을 권유해 함께 참여하니 내가 봉사활동 전도사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구현군(분포고 1학년)도 "처음엔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참여해보니 즐겁고 보람도 있다"며 "앞으로 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활용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부 학생들은 봉사활동에 무관심하지만 주위의 많은 학생들은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원하고 있다.
청소년 일탈문제가 사회문제로 제기되면서 이를 예방하고 치유하는 효과를 노린다는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그럴 듯한 동기와 포부를 내세우며 등장한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시민의식 성장을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지혜 생글기자(부산국제외고 2년) 88wisdo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