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자기회사 주식 (자사주)을 왜 사들일까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사기로 했다. 보통주 380만주,우선주 30만주 등 총 1조9200억원어치를 오는 14일부터 9월13일까지 매입한다고 10일 공시했다. 이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날 주가는 49만1500원으로 2.3% 올랐다. 이 같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외국인 매물이라는 변수가 문제다…." (6월11일자 한국경제신문 증권면)


신문의 증권면을 보면 기업들이 자사주(自社株)를 매입한다는 기사가 종종 나온다. 자사주 매입이란 말 그대로 기업이 자기회사 주식을 사는 것을 말한다.


올해 상반기만 보더라도 삼성전자를 비롯 현대자동차 포스코 KT&G 하나은행 등 36개사가 총 5586만주 3조5289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주식을 회사가 왜 다시 사들일까.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가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오늘은 자사주에 대해 공부해보자.


◆자사주 매입은 주가 안정에 효과적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회사주식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될 때 자기자금을 들여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주가를 끌어올린다.


시장에서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것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주식수를 줄임으로써 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의 주당 가치가 그만큼 상승하기 때문이다.


(주식 한 주의 가치는 해당 기업가치를 주식수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주식수가 줄어들면 주식의 가치는 늘어나게 된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주식시장에서 유통물량 부담이 줄어들고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시장에서 형성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주식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어드는 만큼 공급이 줄어들게 되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더라도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에는 배당과 신주인수권 행사가 제한되기 때문에 주주에게 배당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고 유·무상 증자시 배정비율이 높아진다.


1000만원을 10명이 나눠 갖는 것보다 5명이 나눠 가질 경우 각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영권 방어에도 자사주가 활용된다


유통주식수가 줄어들고 주가가 오르면 기업을 인수하려는 적대적인 매수세력의 주식매집활동도 위축된다.


회사가 자사주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금지돼 있으나 유통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상대적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경영권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때로는 갖고 있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넘겨 경영권을 방어하기도 한다.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우리사주를 발행하거나 스톡옵션을 부여할 경우에 필요한 주식을 자사주 매입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굳이 신주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회사의 현금보유 상태가 양호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효과도 있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행위를 통해 기업 경영진은 향후 주가상승을 확신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낼 수도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목적을 파악하려면 회사공시를 보면 된다.


◆주가하락시 지지대 역할


자사주를 매입할 때에는 당일 매입수량과 매입가격(대개 전일종가를 적용)을 공시해야 한다.


얼마를 주고 어느 만큼의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미리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주식가격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회사가 정한 가격에 주식매수 주문을 내기 때문에 주가 하락시 효과적인 지지대 역할을 한다.


자사주 매입이 일반적으로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뉴스지만 단기적으로는 다른 변수들 때문에 주가가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


2000년 이후 정기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6월15일부터 진행 중인 올해 자사주 매입기간에는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이전에 있었던 일곱 번의 자사주 매입기간 중 네 번은 주가가 하락했다.


대량의 매물을 확실한 가격에 받아줄 곳이 생기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사주 매입기간을 '매도'기회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하반기 실적 회복 전망과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이 작용하면서 외국인들이 초반 매도세에서 매수세로 돌아섰고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결국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기업의 실적이 최우선한다는 얘기다.


이와는 다른 경우지만 회사가 설비투자 등에 신경을 쓰지 않고 단순히 넘치는 현금을 운용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이는 주주중시 경영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주가 상승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박성완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