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대학 교과목을 미리 이수하고 이를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받는 대학과목 선(先)이수(Advanced Placement.AP)제도가 올 여름방학부터 시행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7월25일부터 서울 부산 등 8개 시.도에서 AP제도 시범 운영에 나섰다.
미국 등에서 활성화된 AP제는 우수 학생의 조기교육을 위해 고교나 대학에 대학과목을 개설하고 이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치러 일정 학점을 인정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 사진 : 서울시내 고교생들이 고려대학교 교양관에서 열린 AP 수업에서 대학 교양과목 수준의 영어수업을 받고 있다 >
교육부는 고교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한 수월성 교육제도의 하나로 이를 도입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들이 AP과목을 이수한 학생들을 우대하는 등 AP제도를 대학 입시와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11개 대학에서 AP 시행
서울 부산 광주 대전 경기 강원 충북 제주 등 8개 시.도교육청이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 전남대 등 11개 해당 지역 대학과 연계해 지난달 25일부터 AP 수업에 들어갔다.
AP 수업은 대학 1~2학년 전공 기초 과목인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영어 제2외국어 등 10개 과목을 대상으로 이론 중심 수업을 지양하고 고교에서 할 수 없는 실험.실습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과목별로 20명 안팎의 학생이 수강한다.
각 교육청은 과학고 및 외국어고의 경우 희망자를,일반고는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상위 3% 또는 5% 학생을 상대로 총 757명을 이수 대상자로 뽑았다.
강사는 주로 대학 교수가 맡지만 일부 지역은 고교 교사도 함께 가르친다.
과목별로 45시간을 가르치고 테스트를 거쳐 'A,B,C … F' 등의 성적을 부여한 뒤 학교생활기록부 교과특기사항에 이수 결과를 기록하게 된다.
교육부는 내년에 시범 운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AP제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하는 등 종합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대입과 연계 여부가 최대 관심
교육부는 AP제도를 대학 입시와 연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AP 결과를 입시에 반영하면 사교육 확대나 과열 등의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융수 교육부 학사지원과장은 "AP제도는 말 그대로 고교나 대학에서 미리 이수한 과목을 대학에 입학한 뒤 학점으로 인정받는 것"이라며 "이를 대입 지원자격으로 삼는 등 입시와 연계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AP제도는 학업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수준 높은 대학 과목을 미리 이수할 수 있는 별도 프로그램이 없고 과학고 등에서는 대학 수준의 전문교과를 배운 뒤에도 대학에서 같은 과목을 또 이수해야 하는 낭비적 요소를 없애기 위해 도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대는 2003년과 2004년 여름방학에 운영했던 AP 과정을 이수한 부산영재고 등 특목고 학생이 올 수시 2학기 전형에 응시할 경우 내신 자격 기준을 완화해줄 방침이다.
연세대도 올해 수시 2학기 모집에서 98명을 선발하는 글로벌리더 전형 과정에 외국의 AP 강좌를 2과목 이상 수강하고 토플 성적이 높은 학생들을 일부 선발키로 했다.
AP는 영재 교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우수 학생을 뽑으려는 대학들이 이를 입시에 반영하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P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내년에 이를 둘러싼 입시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김현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real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