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언어폭력의 장(場)을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가 요즘 법조계의 화두다.

무차별적 집단매도 현상인 소위 '네카시즘(네티즌+매카시즘)'의 확대재생산을 막기 위해선 포털에 '방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한 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고의성이나 과실 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피해 당사자가 포털측에 수차례 삭제를 요구했음에도 게시글이 수개월 동안 방치된 경우조차 형사처벌은 쉽지 않다.

과실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위자료 포함)을 청구할 수 있는 게 전부라는 지적이다.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밟아야 하는 까다로운 법 절차도 걸림돌이다.

인터넷의 확산속도를 법적 구제 절차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권리구제를 받을 때쯤 되면 이미 당사자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상태가 된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명예훼손의 경우 당사자들의 주장에 대한 법적 판단이 필수적인 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사 판례도 게시판 운영자의 책임을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추세다. 대법원은 2003년 6월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자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으려면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없이 이행하지 않은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의무가 없으면 책임도 없다는 지적이다. 또 삭제의무가 있는 경우도 게시글의 목적과 내용,반론 등 쌍방의 대응 태도,사이트의 성격 및 규모,영리 목적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관우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