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7. 야구를 확률의 경기라고 하는데

야구는 확률의 경기라고도 한다.


야구에서는 확률적인 분석이 작전을 펼치는 데 많이 고려된다.


어느 경기의 7회 초,한 선수가 그의 4번째 타석에 등장했다고 하자.이 선수는 3할대의 타자인데 이전의 세 타석에서는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이때 해설자는 이런 말을 한다.


"네,이 선수는 잘 치는 선수지요.


오늘 시합에서 지금까지 세 번 모두 안타가 없었으니까 이제는 한방 나올 때가 되었어요.


네,투수는 이번에는 이 선수를 조심해야지요."


그러나 3할대 타자란 많은 타석 중에서 평균이 3할대인 타자다.


이 타자가 3타석마다 안타를 때린다는 말은 아니다.


오랫동안 안타를 때리지 못하기도 하고 연속으로 안타를 때리기도 하는 것이다.


딸 다섯을 낳았다고 다음 아이가 아들이 아니듯이 그 때까지 안타가 없다고 지금 안타를 때리는 것은 아니다.


반대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더욱 재미가 있다.


이번에는 이 타자가 이전의 세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때렸다고 가정하자.그러면 해설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해야 일관성이 있는 해설이 된다.


"네,이 선수는 3할대 타자인데 오늘 경기에서 지금까지 세 번 모두 안타를 쳤으니까,이제는 범타로 물러날 차례입니다.


네,투수는 이 선수를 조심할 필요가 없지요."


그러나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해설자는 물론 없다.


거의 전부가 "네,이 선수 오늘 잘 맞고 있지요.


투수는 이 선수를 정말 조심해야 됩니다"라고 해설한다.


3할대 타자란 매 타석에 들어섰을 때 안타를 때릴 확률이 3할대인 타자를 말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해설자의 말이 틀리기도 하고 일관성도 없지만 중계를 보는 시청자들을 타석마다 긴장하며 시청하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야구에서 타율을 해석하는 것과 유사한 농담이 있다.


심각한 병으로 수술을 받게 된 환자가 담당 의사에게 수술이 성공해서 살아날 확률이 얼마냐고 물었다.


의사는 이 수술이 성공할 확률은 1%밖에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크게 실망한 환자에게 의사는 의외로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당신은 틀림없이 살아날 테니.수술이 성공할 확률이 1%밖에 되지 않지만 지금까지 내가 수술한 99명의 동일한 병의 환자가 모두 죽었으니 100번째 환자인 당신은 틀림없이 살아날 거요." 여기에서 의사의 말이 왜 옳지 않은지를 반복해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시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만일 이 의사가 수술한 첫 번째 환자가 살아났다면 어떤 일이 그 다음에 벌어질까? 이 의사는 다음에 수술받을 환자들은 당연히 모두 죽을 것이라면서 수술을 거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환자들에게는 제각기 1%의 성공 확률이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 중에는 '2년생 징크스'(sophomore syndrome)라는 것이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루키 시즌'(rookie season)에,즉 프로야구에 데뷔한 첫 해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뛰어난 성적을 낸 신인선수가 2년 째에는 대개 저조한 성적을 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프로야구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서도 이런 징크스는 역시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사실에서 선수들의 실력이 평준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그런 결론은 틀린 것이다(이를 회귀의 오류라고 하지요).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년생 징크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스포츠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는 특별히 실력이 뛰어났거나 아니면 운이 잘 따랐을 것이다.


운이 많이 작용한 선수는 다음 시즌에서는 좋은 운이 계속해서 일어나기 어려우므로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다.


이런 선수가 겪는 일을 2년생 징크스라고 부른다.


실력이 작용한 선수들은 다음 해에도 좋은 성적을 낸다.


그러나 그 성적이 지난 시즌만 못하면 역시 2년생 징크스라고 불릴 것이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실력과 운이 따라야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첫 해에 스타로 떠오른 대부분 선수들은 2년생 징크스를 자연스럽게 경험한다.


그야말로 천부의 자질이 있는 선수는 2년생 징크스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운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 스포츠에서도 2년생 징크스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선수는 극히 드물고,또한 어느 스포츠에서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운이 작용한다.


어느 스포츠에서나 어떤 해에 상위 10위권에 들었던 선수들의 성적을 다음 해와 비교해 보면 전년도의 성적보다 좋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2년생 징크스는 반대의 경우에도 작용한다.


즉 운이 나빠서 성적을 제대로 내지 못했던 선수는 다음 해에는 더 나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고졸 연습생으로 프로로 겨우 들어와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소위 고졸 연습생의 신화라는 것도 2년생 징크스의 반대 경우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업에 있어서도 어떤 해에 운 좋게도,예를 들어 예측하지 못한 수요의 단기적인 변화로 사업이 잘 되었다면 다음 해에는 사업이 전년도만 못하더라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것을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라고 한다.


2년생 징크스는 바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평균으로의 회귀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개념과 앞에서 말한 도박사의 오류를 자주 혼동한다.


그 차이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도박사의 오류란 동전을 6번 던질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이 2분의 1이니까 앞면-뒷면-앞면-뒷면-앞면-뒷면이 나올 확률이 앞면-앞면-앞면-앞면-앞면-앞면이 나올 확률보다 높다고 판단하는 잘못이다.


그러나 평균으로의 회귀는 오류가 아닌 통계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즉 동전을 100번 던져서 앞면이 80번 나왔다면 다음에 다시 100번을 던진다면 앞면이 80번 이하로 나올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높다는 것이다.


다음에 던지는 경우에는 앞면이 나올 횟수가 80번이 아니라 평균(50번)쪽으로 회귀(回歸)한다.


김진호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