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1일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마스터즈 골프대회가 열린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골프장.최종 라운드에 나선 타이거 우즈는 16번홀(파3)에서 기적과 같은 버디(기준 타수보다 하나 적은 타수,birdie)를 엮어내 우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고등학생들은 아직 골프를 잘 모르겠지만,다음에 소개하는 장면이야말로 스포츠와 돈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당시 우즈의 티샷은 홀컵에서 10m가량 떨어진 왼쪽 러프에 떨어져 파(기준 타수,par)를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우즈는 볼을 홀컵 위쪽 7m 거리에 떨어뜨렸다.

볼은 가파른 경사를 따라 오른쪽으로 90도가량 꺾이더니 홀컵을 향해 천천히 굴러내려가기 시작했다.

카메라로 줌인 된 골프공에는 우즈의 후원사인 나이키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더욱 인상적인 광경은 볼이 홀컵 앞에서 잠시 멈춰서면서 전개됐다.

그 시간은 1.5초 정도.

나이키의 날렵한 로고가 한번 몸을 구르더니 볼은 거짓말처럼 홀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미국의 세계적인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음날 "바로 이 한 장면으로 나이키는 지난 5년간 우즈에게 후원비로 지급한 1억달러 이상의 광고효과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당시 경기장면을 수십개국이 생방송으로 중계했고 너무도 극적인 순간에 나이키 로고가 선명하게 노출됐기 때문.

스포츠 선수 한 명에게 연간 2000만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도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스크(위험)와 리턴(수익)이 공존하는 것은 비즈니스 세계의 영원한 진리다.

5년 전 타이거 우즈를 잡기 전의 나이키는 '지는 태양'이었다.

경영실적은 변변치 않았고 신규사업 역시 별 재미를 못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키가 골프용품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순간,최고의 선수 우즈와 스폰서 계약을 맺었고 최전성기를 구가한 우즈와 더불어 사업을 다시 번창시킬 수 있었다.

스포츠 스타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엄청난 홍보와 판매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당사자들 역시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이 최근 발표한 선수별 수입 조사(2004년 6월~2005년 5월까지 1년간)에 따르면 우즈는 총 8700만달러를 벌어 전 세계 스포츠선수 중 1위를 차지했다.

우즈는 메인 스폰서인 나이키 외에 뷰익(600만달러),아메리칸익스프레스(500만달러),롤렉스(140만달러) 등으로부터도 매년 후원비를 챙기고 있다.

우즈의 뒤를 이은 스타는 자동차 경주의 제왕인 독일의 미하엘 슈마허다.

그는 통산 일곱 차례나 F1 챔피언을 지내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한햇동안 6000만달러를 벌었다.

또 미식프로축구(NFL)의 명 쿼터백 마이클 빅(미국)은 최근 애틀랜타 팰컨스와 10년간 1억3000만달러 조건으로 재계약을 하면서 무려 3000만달러의 보너스를 받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농구선수로서는 NBA 최고연봉(2800만달러)을 받는 '공룡센터' 샤킬 오닐(미국·마이애미 히트)이 총수입 3340만달러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미국)은 은퇴 후 2년이 지났음에도 나이키와의 계약 등으로 연간 33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일훈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