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1989년에 펴낸 이 책에서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인 '세계 경영'을 주창했다.

'세계 경영'은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우겠다'는 전략이다.

기업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을 늘린다면 국내 제조업을 성장시킬 수 있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9년 그룹 해체 전까지의 대우 성장사는 이 같은 '세계 경영'의 성과를 보여준다.

김 회장이 '세계 경영'을 선언한 때는 1993년.하지만 '세계 경영'의 신화는 이보다 한참 전인 6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1세였던 김 회장은 직원 5명과 함께 동남아시아 지역에 와이셔츠 등을 수출하는 회사인 대우실업을 설립했다.

자본금은 단돈 500만원.미국 등 해외 시장을 개척하면서 급성장한 대우실업은 82년 ㈜대우로 이름을 바꿀 당시 이미 국내 4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93년 '세계 경영'을 선언하면서 대우는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로서는 교류조차 뜸했던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등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에 이어 인도 중국 등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95년엔 북한 남포에 남북 첫 합작 투자회사인 '민족사업총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결과 대우는 98년 말 41개 계열사와 396개 해외 법인을 거느린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종업원 수도 국내 10만5000명,해외 21만9000명 등 3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고속 성장이었다.

김 회장의 '세계 경영'은 숱한 얘깃거리도 남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95년 있었던 '폴란드 최대의 자동차회사 FSO 인수'다.

당시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가 5년째 눈독을 들이고 있던 FSO 인수전에 대우는 95년 초에야 뛰어들었다.

모든 면에서 GM의 라이벌이 될 수 없는 조건이었으나 김 회장은 95년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FSO 사장을 만나 15분 만에 FSO 인수에 합의했다.

김 회장은 96년 세계 4위의 프랑스 국영 가전업체인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해 세상을 다시 한번 깜짝 놀라게 했다.

톰슨 인수 계획은 아쉽게도 성사되지 못했으나 전세계가 김 회장의 '세계 경영'에 주목했던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