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백수.슈퍼 아저씨 한숨도 低성장탓

성장률에 대한 기사는 경제신문에서 항상 비중 있게 다뤄진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나 박승 한국은행 총재처럼 나라 경제의 큰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이 한 마디하거나 유명한 경제연구소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면 그 의미와 파장을 분석하느라 기자들도 바빠진다.


경제성장률이 중요한 이유는 가계 기업 정부 등 나라 경제를 이끌어가는 각 주체들의 경제성적을 종합적으로 나타내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토대로 각종 정책을 수립하고 민간기업들도 투자 계획을 조정한다.


가계의 씀씀이도 영향을 받는다.


요즘 들어 용돈 타쓰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도 최근의 낮은 성장률과 상당한 연관이 있다.



◆왜 경제성장률이 중요한가


'논스톱'이라는 국내 인기 시트콤에 "청년실업자가 수십만에 달하는 시대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고시생이 등장,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청년실업자라는 말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어로 쓰이기도 했다.


경제성장률은 바로 이 실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한 나라의 생산활동이 부진하다는 얘기고 이는 곧 일자리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애써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것도 결국엔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공급하려는 것이다.


매년 고용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취업희망자는 40만명가량이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5%는 돼야 이 정도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5%에 못 미치는 성장률이 지속될 경우엔 곳곳에 청년 백수가 넘쳐나게 되는 것이다.


2003년과 2004년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각각 3.1%와 4.6%였으며 올 1분기엔 2.7%로 추락했다.


3년째 목표치인 5%를 밑돌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실업자가 지나치게 늘어나 국가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수입이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기업들은 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치킨집 사장이나 슈퍼마켓 주인 등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커진다.


상황이 악화되면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을 해고하게 되고 많은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고 길거리로 나앉게 된다.


실업자가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저성장 추세가 지속될 경우엔 은행 등 금융회사도 타격을 입게 된다.


기업이나 개인에게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역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성장률을 높이려면


정부가 성장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재정정책과 감세정책 두 가지다.


이중 재정정책은 국가 예산을 앞당겨 집행하거나 예산 규모 자체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정부라도 지출을 늘려(돈을 많이 써서)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과도할 경우엔 국가부채가 급격히 증가해 재정안정성을 떨어뜨리게 되고 때로는 국가신인도 하락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예산을 편성한다.


그런데 세금이 잘 걷히지 않으면 정부도 개인처럼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주로 국가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지나치게 많이 발행하면 시중 자금이 말라버리는 등의 부작용도 있고 더욱 많아지면 정부의 신용등급도 흔들리게 된다.


물론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빌리고 나면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부가 경기를 촉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정책이다.


세금부담이 줄어들면 기업이나 가계가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돈(가처분 소득)이 늘어나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게 된다.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도 성장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 기업이나 가계의 이자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다.


지나친 저금리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시중금리의 기준이 되는 콜금리를 지난해 11월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내린 이후 7개월째 올리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리가 낮으면 은행에서 싼 값에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 부동산 가격이 적정 수준이상으로 폭등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역시 경제에는 공짜가 없고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양이다.



◆GDP는 부가가치 합계


그렇다면 경제성장률은 어떻게 집계하는 것일까.


경제성장률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GDP는 한 나라의 국민들이 일정 기간 동안(보통 1년) 새로 만들어낸 '부가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모두 더한 것이다.


계산방법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나라 전체의 생산량을 모두 집계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식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예로 들어보자.농부가 비료 등을 쓰지 않고 자신의 노동력만으로 밀을 생산해 1만원에 팔았다면 이때의 부가가치는 1만원이다.


그리고 제분업자가 이 밀을 사서 밀가루로 만들어 1만5000만원에 판매했다면 새로 더해진 가치,즉 부가가치는 1만5000원에서 밀 구입비(1만원)를 뺀 5000원이다.


제빵업자가 이 밀가루로 1만8000원짜리 빵을 만들어 팔 경우 3000원(1만8000원-1만5000원)만큼의 부가가치를 새로 창출하게 된다.


여기서 농부 제분업자 제빵업자가 각각 만들어낸 부가가치인 1만원,5000원,3000원을 더하면 총 1만8000원이 되는데 이것은 최종생산물(빵)의 가격과 같다.


이렇게 계산된 '부가가치를 생산물별로 모두 파악해 하나하나 더한 것'이 GDP이며 이 같은 GDP가 1년 전에 비해 얼마나 커졌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 경제성장률이다.


더하는 것은 부가가치이지 단계별 생산액 총액이 아니라는 점이 포인트다.


이해가 안된다고? 그럼 다음에 다시 공부하지 뭐.


안재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