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3. 로또당첨은 조작 되었을까

"1등에 23명이나 당첨됐어? 이거 조작 아니야?"


작년부터 발매된 로또 복권이 온 국민에게 일확천금의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열기를 식히기 위해 로또 한 게임당 금액을 1000원으로 내렸으나 아직도 열기는 여전하다.


로또 번호와 관련된 사이트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로또 추첨 조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 보자.


로또 추첨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가장 크게 대두된 때는 21회차에서 1등에 23명이 당첨된 경우였다.


인터넷에서 로또 추첨 조작설이 유포됐고 네티즌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이 동요했다.


이에 대해 로또를 발행하는 기관에서는 "로또 추첨 조작설을 사이버 공간에 게재하는 행위에 대해 IP 추적 등의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는 등 추첨 조작설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또 추첨 조작설은 바로 전인 19,20회차에 각각 407억원과 193억원의 최고 당첨금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너무 많은 1등 당첨금이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정부가 1등 당첨금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 다음 주인 21회차 추첨에서 1등 당첨자가 23명이나 나온 사실이 수상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19,20회차에서는 2주 연속으로 한 명밖에 당첨되지 않았었기 때문에 의혹이 더 커졌다.


하지만 관련 기관에서는 "로또 복권의 특성상 구매자가 직접 번호를 선택하기 때문에 특정 번호에 사람들이 많이 몰릴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번호를 자동 선택하는 비율이 적어 의외의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1등에 23명이나 당첨될 확률은 0.000000005로 극히 작으므로 로또 추첨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으악' 소리가 나올 정도로 계산이 너무 어려워요.그래도 궁금하면 홈페이지 hankyung.com/nie에 계산식을 올려놨으니 참고하세요)


로또 추첨 조작설을 반박하는 주장의 핵심은 '구매자가 직접 번호를 선택하는 방식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으로 번호를 선택하는 비율이 적기 때문에 특정 번호에 사람들이 많이 몰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확률적으로 검증하려면 사람들이 같은 번호를 선택할 확률,즉 같은 번호에 여러 사람이 몰릴 확률을 계산하면 된다.


21회차 로또에서 23명이 당첨됐다는 것은 23명이 같은 번호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1명이 로또 1게임을 했다고 가정하자.로또를 산 4200만명 중에서 23명이 같은 번호를 선택할 확률을 구하면 된다.


먼저 두 사람의 번호가 같을 확률은 얼마일까? 이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같다.


쉽게 표현하면 국민은행이 추첨하는 번호를 그대로 맞힐 확률은 내가 다른 사람이 선택한 번호를 맞힐 확률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로또를 산 4200만명 중에서 23명이 같은 번호를 선택할 확률은 바로 1등에 23명이 당첨될 확률과 같다.


23명이 같은 번호를 선택할 확률이 거의 0에 가까운데도 불구(이것도 계산식이 있긴 한데 상당히 어려워요.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하고 실제로 23명이 같은 번호를 선택해 1등에 당첨됐다.


사람들이 번호를 선택하는 것은 자기 마음대로이므로 이 부분에서 조작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사람들이 특정 번호에 몰렸기 때문에 당첨자가 많이 나왔다고 주장하는 로또 관련 기관의 반박은 설득력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결론은? 로또 추첨에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주장도 맞고,의혹을 반박하는 측의 주장도 맞는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조작의 전후관계를 따지면 간단히 해결된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번호에 몰리는,일어나기도 어렵고 조작할 수도 없는 현상이 먼저 일어났고 그에 따라서 당첨자가 23명이나 되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 결과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많은 사람이 같은 번호를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번호를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자동으로 번호를 선택하는 비율이 적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1등에 동시 당첨되는 일어나기 어려운 결과가 우연히 나타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로또 추첨에서 조작은 없었으며 특정 번호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 경향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난 것'뿐이다.


김진호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