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2. 우연의 일치는 우연일 뿐

김진호 < 국방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우연의 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


가장 흔한 예를 들어 보자.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 사람이 자기 친구의 친구이거나,아는 사람의 친척이라는 것을 알고는 놀라는 적이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세상이 참 좁군요"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저기에서 우연의 일치를 찾아낸다.


"콜럼버스가 1492년에 신대륙을 발견했는데,같은 이탈리아인 페르미(Enrico Fermi)는 1942년 원자(atom)의 신세계를 발견했다" "기네스 북에 오른 우리나라 신동(神童)의 부모는 생일이 같다" 등등 그 사례는 매우 많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링컨(Lincoln)과 케네디(Kennedy)의 우연의 일치 목록을 보자.


링컨은 1860년,케네디는 1960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 사람의 이름은 7개의 알파벳으로 돼 있고,링컨 대통령의 비서는 이름이 케네디였는데 케네디 대통령의 비서는 링컨이었다.


또한 두 사람을 암살한 사람들은 각각 John Wikes Booth와 Lee Harvey Oswald로 이름이 석 자씩이며,Booth는 극장에서 저격한 뒤 창고로 도망갔고 Oswald는 창고에서 저격한 뒤 극장으로 도망갔다.


마(魔)의 바다라고 일컬어지는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곳이 있다.


미국 동남쪽 바다에 있는 버뮤다 제도와 플로리다,푸에르토리코를 잇는 3각 해역으로 그곳에서는 비행기와 배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데 시체나 비행기, 배의 파편조차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은 해역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버뮤다 해역의 수수께끼를 다양한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조류(潮流)의 영향,중력이나 전자파의 작용,심지어 UFO가 관련되어 있다는 설도 있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해안경비대가 실제로 조사해 내린 결론은 이 지역의 사고 빈발은 순전히 우연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조사 결과와 무관하게 아직도 그 해역에 대한 불가사의한 의문을 갖고 있다.


어떤 우연의 일치는 그것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그런 우연의 일치가 일어나면 매우 놀라고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더욱이 어떤 사람들은 그 우연의 일치가 이해하기 어려운 어떤 힘의 작용에 의해서 일어났다고 믿으려 한다.


그러나 아주 오래 전에 소크라테스가 이미 말했듯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도 가끔씩 일어나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는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며 실제로 우리의 일상사에서는 매일 수많은 우연의 일치가 일어나고 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인 포레스트 검프는 "기적은 매일 일어난다"고 되뇌었는데 그가 말한 기적의 대부분은 우연의 일치인 것이다.


문제는 우연의 일치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그것이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선입관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야말로 우연히 일어날 수도 있는 사건이라는 생각을 미처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가 얼마나 흔하게 발생하는지는 다음과 같은 확률 문제로 설명할 수 있다.


만약 1000개의 주소가 적힌 봉투와 1000개의 주소가 적힌 편지를 완전히 뒤섞고 나서 아무렇게나 한 편지를 한 봉투에 넣는다고 하자.


적어도 하나의 편지가 동일한 주소가 적힌 봉투에 넣어질 확률은 얼마일까?


놀랍게도 그 확률은 63%나 된다.


이런 실험을 서울 사람들(1000만명으로 가정)을 대상으로 하였을 때,평균적으로 6300명의 사람이 우연에 의해 제대로 된 편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1년을 365일이라고 할 때 만일 366명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다면 그 집단에서 적어도 두 사람은 틀림없이(확률 100%) 생일이 같을 것이다.


그런데 이 확률이 100%가 아니고 50%라면 어떻게 될까?


즉 생일이 같은 사람이 적어도 두 사람일 확률이 50%가 되기 위해선 이 집단에 몇 명이 있어야 할까?


놀랍게도 정답은 단지 23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무렇게나 모인 23명의 사람 중에서 적어도 두 사람이 생일이 같을 확률이 50%인 것이다.


우리나라 학교의 학급당 학생수가 대부분 50명 전후이므로 평균적으로 각 학급당 적어도 두 사람은 생일이 같은 것이다.


jhkim@knd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