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생글생글 721호 2021년 9월 6일

슬기로운 국어학습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극 속의 극…실타래처럼 엮인 배우, 인물, 관객의 관계를 풀어야

세조: … 저희가 그 옛날 사람들의 입장으로 돌아가 … 세조: 잘 안 되는데요. … 세조: (서류를 들썩이며) 피곤한가?

연극에서 ‘객석’과 구분되는 ‘무대’는 ‘극’이 전개되는 공간이다. 극은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객석에 있는 ‘관객’은 극 밖에서 극을 보는 사람들이다. 관객은 배우가 극에서 인물로 등장했을 때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을 배우로 보지 않고 인물로 여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극중극의 구조를 보인다. 즉 극 속에 또 다른 극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틀극 속에 내부극이 삽입돼 있다고 한다. (가)는 일반 극이고, (나)는 극중극이다.

극중극인 경우 배우, 인물, 관객의 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가)와 달리 (나)의 인물 B, C는 틀극에 있다가 각각 내부극의 인물 D, E가 된다. 물론 D, E는 각각 B, C로 되돌아갈 수 있다. 한 배우가 틀극과 내부극을 오가며 여러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다. 윗글에서 ㉠~㉢의 ‘세조’를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 ㉡은 틀극의 인물이고, ㉢은 내부극의 인물로서 ㉢은 ㉠, ㉡과 같은 배우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다. (이 작품에서 ‘학자’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학생’이지만, 여기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배우’라고 하겠다.) ㉡의 ‘잘 안 되는데요’는 틀극에서 배우라는 인물이 ‘학자’의 지시에 따라 내부극의 세조라는 인물이 되려 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틀극의 배우라는 인물로 다시 돌아와 한 말이다.
학자: … 세조 역은 자네가 맡도록 하게. … 정찬손: (손으로 스위치를 끄는 시늉을 한다.) … (세조와 숙주를 제외한 사람들 퇴장한다.) … 숙주: 전하, 이젠 돌아가 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숙주’라는 인물도 마찬가지이다. ‘전하, 이젠 돌아가 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라는 대사는 내부극에서 말한 것이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틀극에서 배우라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정찬손’ ‘성삼문’은 틀극에서 배우라는 인물이었다가, 어느 순간에 내부극에서 각각의 인물로 전환될 것이다. 특히 ‘(손으로 스위치를 끄는 시늉을 한다)’라는 지시문으로 보아, ‘정찬손’은 틀극에서 조명 담당자라는 인물로서도 연기를 한다.

한편 틀극이나 내부극에만 존재하는 인물이 있을 수 있다. (나)의 내부극이 인물 D, E로만 구성된다면 A는 내부극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틀극에만 존재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 ‘학자’는 틀극에만 등장하는 인물일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세조 역은 자네가 맡도록 하게. 때는 세조가 즉위한 지 일 년 후로 하지. 자넨 저 위로 올라가게. … 표정이 좀 더 침울했으면 좋겠네.’ ‘정말 배우 같은데? 정군 불이 좀 밝잖아?’라는 대사로 보아, 학자는 연출가(극 밖에서 배우의 연기, 무대 장치, 의상, 조명, 분장 따위의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지도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라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부극이 진행되는 동안 틀극에 남아 있는 인물은 관객이 된다. ‘세조와 숙주를 제외한 사람들 퇴장한다’고 했는데, 내부극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은 극을 바라보는 존재, 관객이 된다. 즉 ‘틀극을 보는 관객’들처럼 ‘내부극을 보는 관객’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찬손, 학자라는 인물 등은 조명 담당자 또는 연출가이면서 내부극이 전개되는 동안은 관객이 된다.
세조: … 저흰 옛날 의상 같은 것의 준비가 전혀 없잖습니까? … (전원 퇴장한다. … 시계 소리 한 시를 친다. 이어서 음악이 엷게 흐른다.)
관객과 배우 사이에 미리 정해 놓은 암묵적 약속이 있는데, 그것을 컨벤션이라 한다. 관객은 그것에 따라 극의 상황을 실제 상황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이 작품에서 ‘옛날 의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부극에서 ‘세조’와 ‘숙주’가 대화를 나눈다. 관객들은 컨벤션에 따라 내부극의 배경이 조선 시대임을 암묵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흔히 효과음은 장면의 실감을 더하기 위하여 넣는 소리인데, 이 작품에서 효과음 ‘시계 소리’ ‘음악’은 그런 기능 외에 독특한 기능을 보여준다. 즉 그 효과음을 기점으로 틀극에서 내부극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면 효과음 이전에 인물들이 ‘퇴장’하는 것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물들의 퇴장은 틀극에서 내부극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자네의 발은 자네가 명령한 질서를 잃어버린 채로도 이렇게 길을 잘 가고 있잖아? … 여하튼 굳이 그 질서라는 것이 거슬리면 교통순경한테 가서 물어보게. (… 성삼문 고개를 갸우뚱한다. … )
‘성삼문’이라는 인물은 내부극을 보는 관객이면서 내부극에 대해 평가하는 비평가와 같은 존재다. 내부극이 어떤 ‘어떤 정해진 얘기 줄거리’ ‘어떤 질서’를 가져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비판에 대해 학자라는 인물은 ‘자네의 발은 자네가 명령한 질서를 잃어버린 채로도 이렇게 길을 잘 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줄거리나 질서가 필요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질서라는 것이 거슬리면 교통순경한테 가서 물어보게’라고 조롱 섞인 말을 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학자의 생각은 내부극에서 인물들이 자율적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내부극 인물들이 역사적 인물에 대해 자유롭게 평가하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학자의 말에 성삼문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자율적 해석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 포인트
① 무대-객석, 무대-극, 배우-인물-관객 등의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자.

② 틀극 속에 내부극이 삽입된 극중극의 구조를 이해하자.

③ 틀극과 내부극을 오가는 인물과 틀극 또는 내부극에만 등장하는 인물들을 구별하자.

④ 관객과 배우 사이에 미리 정해 놓은 암묵적 약속인 컨벤션에 대해 알아 두자.

⑤ 효과음이 장면의 실감을 더하는 기능 외에도 극의 전환을 암시하는 기능이 있음을 알아 두자.

※여기에 제시된 그림들은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실제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