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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왼쪽)가 서울대 자동화시스템공동연구소 내 실험실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 개발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신경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khshin@hankyung.com
김태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왼쪽)가 서울대 자동화시스템공동연구소 내 실험실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 개발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신경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khshin@hankyung.com
현존하는 세계 최강 슈퍼컴퓨터는 IBM의 ‘서밋’이다. 초당 33경(京) 번의 연산 능력과 함께 77만5000개의 중앙처리장치(CPU), 3만4000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갖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8000여 개 화합물을 분석해 치료제 후보물질 7개를 추렸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슈퍼컴퓨터보다 수십억배 빠른 양자컴퓨터

언제 더 강력하게 출현할지 모르는 미지의 바이러스 퇴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슈퍼컴퓨터보다 수십억 배 이상 빠른 양자컴퓨터가 주목받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물리학의 원리를 적용한 신개념 컴퓨터다. 비트(0 또는 1) 단위로 계산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큐비트(0이면서도 1) 단위를 이용해 정보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양자컴퓨터 개발엔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게임 체인저’를 노리고 모두 뛰어들었다. 양자컴퓨터는 수조 개에 달하는 인체 내 세포와 단백질, DNA 등의 상호작용 분석에서 슈퍼컴퓨터보다 월등한 성능을 자랑한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양자컴퓨터 시커모어를 내놓으며 일반 슈퍼컴퓨터보다 15억 배 빠른 성능을 지녔다고 발표했다. 구글이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2015년 12월 ‘(슈퍼컴퓨터보다) 1억 배 빠른 컴퓨터’라고 소개한 지 4년이 채 안 돼 연산 성능이 15배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세계 양자컴퓨터 시장은 지난해 8억200만달러에서 2023년 28억2200만달러로 5년 새 세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양자컴퓨터가 뭐길래…구글·MS·삼성전자도 개발 참여
백신 개발·자율주행 등 모든 산업분야 혁신 이끌수 있어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의 특징은 ‘빅데이터 최적화’로 요약된다. 우주탐사, 교통·물류 혁신, 자율주행차, 기후변화 예측, 통신 네트워크 기술 등은 AI를 토대로 발전하고 있다. 검색엔진도 마찬가지다. 신약개발은 최단시간 내 분자 또는 그 이하 미세구조를 최적 분석하는 것이 관건이다. 양자컴퓨터는 빅데이터 최적화 문제를 가장 잘 풀 수 있는 ‘꿈의 컴퓨터’다. 최적화 문제는 답을 찾아가는 확률 문제다. 양자컴은 이런 점에서 ‘가장 잘 찍는(답을 유추하는) 컴퓨터’라고도 한다. 양자컴 원천기술 보유자인 니시모리 히데토시 일본 도쿄공업대 교수는 “신약개발 등 최적화 문제에서 4~5년, 혹은 그 이상을 내다보고 압도적인 우위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이 양자컴을 개발하거나 투자하고 있다”며 “미래 AI 기술은 양자컴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했다.

각국 정부·기업 양자컴퓨터 개발에 총력

양자컴 구동방식은 크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으로 나뉜다. 최초의 상용 양자컴은 2011년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도입한 아날로그 방식의 ‘D-웨이브 1’이다. 미국은 2018년 양자컴 분야 글로벌 주도권을 쥐기 위해 ‘국가 양자이니셔티브(NQI)’ 법을 제정한 뒤 NASA, 국방부, 국립과학재단(NSF), 국가안보국(NSA), 정보고등연구기획국(IARPA),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대 등이 총출동해 양자컴을 개발 중이다. 영국도 2014년 총리 직속 공학및자연과학연구위원회(EPSRC) 주도로 국가양자기술프로그램을 가동하고 3억42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일본도 문부과학성 주도로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2023년까지 5큐비트급 양자컴퓨팅 실증 기술 개발을 목표로 445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종합기술원과 삼성SDS,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이 양자컴 선행 연구를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IBM,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양자컴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벤처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독일 보쉬는 카셰어링, 물류 등 AI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미국 자파타컴퓨팅에 약 1조원을 투자했다. 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3사도 내비게이션 최적화 등을 위해 양자컴 투자를 늘리고 있다. 통행량, 신호체계, 통행 속도, 날씨, 사고 등 빅데이터 분석에 양자컴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원큐빗, 케임브리지퀀텀컴퓨팅, QC웨어, OTI루미오닉스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트롱코리아포럼서 양자컴퓨터 생태계 논의

한국경제신문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주최하는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0’이 오는 27일 열린다.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이번 포럼에는 로버트 슈터 IBM 퀀텀 총괄부사장 등 양자컴퓨터 전문가들이 대거 강연에 나선다. 정보기술(IT)산업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된 양자컴퓨터 기술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 양자컴퓨터 생태계 전반에 대한 최신 이론과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ihs@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기존 컴퓨터의 비트(0 또는 1) 대신 큐비트(0이면서도 1)로 연산하는 양자컴퓨터는 정보기술(IT)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②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③ 기업들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는데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