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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48호 2019년 10월 14일

인문학 이야기

인간 삶의 경로를 결정하는 ‘운명’이란 존재하는가? 키케로는 “운명은 장님”이라며 행운의 맹목적성 꼬집어

운명

티케는 로마시대에 들어와 운명의 여신인 ‘포르투나(Fortuna)’로 대치됐다. 행운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포천(fortune)’이 이 단어에서 유래했다. 포르투나는 부를 선물하는 행운을 상징한다. 그는 세상을 공평하게 만들기 위해 물레를 돌린다. 부를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해서다. 스토아 철학자 키케로는 이런 라틴어 문장을 남겼다. ‘포르투나 에스트 카이카(Fortuna est caeca).’ 이 문장을 번역하면 ‘운명(의 여신)은 장님이다’다. 행운의 맹목성과 변덕스러움을 꿰뚫은 명언이다. 소포클레스는 인간의 운명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어떤 힘에 달려 있고, 그 힘이 당시 성행한 점을 통해 《안티고네》 이야기에 급반전을 시도한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

안티고네는 차디찬 석굴에 감금됐다. 그곳에서 추위와 배고픔으로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안티고네는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친구 하나 없이 사라질 것이다. 테베 원로원 의원들은 안티고네의 비참한 처지를 한탄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운명이라고 말한다. 운명이 안티고네를 저주받은 오이디푸스의 딸이자 동생으로 태어나게 했다.

크레온이 자신의 권력으로 안티고네를 지하에 감금하면서 이 비극적인 사건은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느닷없이 무대 위로 장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등장한다. 테이레시아스는 테베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을 알린다. 신들은 테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자연의 이치와 섭리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그리스신화에 의하면 테이레시아스는 테베의 아폴로 신전에서 점을 치는 예언자다. 신의 의중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매개자로, 목동 에베레스와 요정 카리클로 사이에서 태어났다. 테이레시아스는 특히 고대 그리스의 태고 도시 테베의 건설과 관련된 비극작품에 종종 등장한다. 《오이디푸스 왕》에서는 선왕 라이우스의 살인자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테이레시아스는 《안티고네》에 다시 등장한다.

점(占)

예언자는 크레온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당신의 운명이 칼날 위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십시오!” 크레온은 예언자의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테이레시아스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아보기 위해 사용했던 ‘점(占)’을 통해 크레온의 운명을 알려준다.

예언자는 새의 움직임과 소리를 통해 점을 친다. “나는 점을 보는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모든 새가 나를 보고 모이는 장소다.”(999~1000행) 고대 로마 역사가는 테이레시아스가 새의 움직임을 보고 점을 치는 관습을 창시했다고 말한다. 이 점은 고대 그리스어로 ‘오르니소스코포스(ornithoskopos)’라고 부른다. ‘오르니(ornis)’는 ‘새’라는 뜻이고 ‘스코포스(skopos)’는 ‘관찰하다, 해석하다’란 의미를 지닌 고대 그리스 동사 ‘스코페인(skopein)’에서 온 말이다.

예언

예언자는 크레온이 자신이 내린 결정을 체면 때문에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예언한다. “지금부터 잘 들어두십시오! 태양의 재빠른 수레가 몇 번 하늘을 돌기 전에, 당신의 혈육이 다른 시신들에 대한 보복으로 시신이 될 것입니다. 당신은 지상에 속한 자(안티고네)를 하계로 밀어내고, 살아있는 자를 무자비하게 무덤 속에서 살게 하며, 하계의 신들에게 속하는 자(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장례를 치르지 않고 매장도 않은 채 욕보여 지상에서 더럽혔습니다.”

예언자는 크레온의 행위가 하계 신들에 대한 반항이자 횡포라고 말하며 크레온 집안에 불행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러고는 자신을 데려왔던 소년에게 말한다. “아이야, 나를 집으로 인도해다오. 그러면 저분은 젊은 사람들에게 화를 낼 것이다. 그런 후 그는 더 입조심하고 지금보다는 착한 마음씨를 가지게 될 것이다.”

테이레시아스가 무대에서 떠난 후, 크레온과 원로원 의원들은 혼돈에 빠진다. 이제야 크레온은 예언자의 말에 굴복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라고 판단한다. 원로원 의원들은 다소 누그러진 크레온의 태도를 보고 말한다. “가셔서 소녀를 석실에서 풀어주시고 누워 있는 자에게 무덤을 만들어 주십시오!” 크레온은 아들이 죽을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자신의 명령을 폐기한다. 그의 신하들은 언덕으로 올라가 폴리네이케스를 매장하고, 크레온은 석굴로 내려가 ‘손수’ 안티고네를 풀어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법

크레온의 마음은 아직도 신들의 뜻이라고 하는 관습을 의심한다. 인간이 만든 도시 테베를 치리하기 위해 자신이 정한 법 외에 다른 어떤 것이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죽을 때까지 신들이 정한 법을 지키는 것이 최선인지 의심이 드는구나!” 신들이 정한 법은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모든 인간이 준수해야 할 도덕이며 윤리다. 운명의 여신은 크레온을 어떻게 처리할까? 크레온의 아들과 아내 에우리디케에게 어두운 운명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기억해주세요

스토아 철학자 키케로는 이런 라틴어 문장을 남겼다. ‘포르투나 에스트 카이카(Fortuna est caeca).’ 이 문장을 번역하면 ‘운명(의 여신)은 장님이다’다. 행운의 맹목성과 변덕스러움을 꿰뚫은 명언이다. 소포클레스는 인간의 운명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어떤 힘에 달려 있고, 그 힘이 당시 성행한 점을 통해 《안티고네》 이야기에 급반전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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