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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36호 2019년 6월 10일

Cover Story

스마트폰·반도체 등에 들어가는 ''첨단산업의 비타민''


천연자원 확보는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 미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최근 자국 영토에 대규모로 묻혀 있는 희토류(稀土類·rare earth elements)를 무기로 반격에 나섰다. 희토류는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란탄 등 희귀 광물질 17종을 가리킨다. 원소주기율표에서 57~71번에 해당하는 물질이다. 대중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이들 광물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산업에서 필수 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 전략자원으로 대접받는 희토류

희토류는 휴대폰, 반도체, 자동차 같은 제품은 물론 미사일, 레이더 등 군사무기의 핵심 부품에 폭넓게 쓰인다. 철강, 세라믹 등과 재생에너지, 의료 분야에서도 사용된다. 독특한 자기적 성질을 띠면서 전자파를 흡수하는 등의 특징이 있어 모터, 자기부상열차, 모니터 등을 만드는 데도 필요하다.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이유다.

중국산 제품에 무더기로 높은 관세를 매긴 미국에 중국이 희토류로 반격할 조짐을 보인 것은 지난달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함께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생산설비를 시찰하면서다. 이어 28일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 대변인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예전부터 전략적으로 중요 희토류 금속 16종의 공급을 통제해 왔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우리가 수출한 희토류로 만든 제품을 갖고 중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수입 희토류의 80%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미국이 거의 모든 중국 수입품에 관세율을 높이면서도 희토류는 대상에서 제외한 배경이다. 중국은 일본과 외교 갈등을 겪던 2010년에도 “일본에 더 이상 희토류를 팔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적이 있다. 당시 일본은 며칠 만에 ‘항복’했다.

생산량 95% 중국이 독점한 이유는

희토류는 ‘희귀할 희(稀)’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매장량 자체가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지구 곳곳에 묻혀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의 강원, 충북 등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다만 원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 소량을 얻기 위해 많은 돌을 가공한 뒤 버려야 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많이 들고 환경에도 해롭다. 선진국들이 자체 생산을 하지 않고 대부분 중국에서 가져다 쓰는 배경이다.

중국의 ‘압박 카드’가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질지에 대해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잭 리프튼 메탈리서치 창업자는 “중국이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중지한다면 미국 산업이 입는 피해는 궤멸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헬렌 라우 알고넛증권 연구원은 “미국도 희토류를 보유하고 있고, 희토류가 필요한 미국 기업들은 중국으로 많이 이전한 상황이라 영향이 생각처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도 마음만 먹으면 희토류를 자국 영토에서 채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수준의 생산량과 채산성을 확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중국으로부터의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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