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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24호 2019년 3월 18일

다시 읽는 명저

[다시 읽는 명저] "분배의 정의는 노력한 만큼 성과를 향유하는 것이다…공정한 사회질서 위해선 경쟁·법치주의 확립 필요해"

“노동 생산력을 최대로 개선·증진시키는 것은 분업의 결과다. 잘 통치된 사회에서는 분업의 결과로 생산물이 대폭 증가해 최저계층에까지 부(富)가 전파된다.” “인간은 항상 동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오직 그들의 자비심에만 기댄다면 헛수고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동료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다.”

영국의 애덤 스미스(1723~1790)가 10년에 걸쳐 완성한 《국부론》은 정부의 경제 규제를 철폐해 자유롭고 경쟁적인 시장경제를 확립하는 것이 경제 발전의 지름길이라는 점을 논리정연하게 보여준다. 1776년 출간된 《국부론》은 노동 생산력의 증대 원인, 자본 축적 원칙, 경제발전 단계, 중농주의(重農主義)와 중상주의(重商主義) 비판, 정부의 역할 등 총 다섯 편으로 구성됐다.

스미스는 분업의 중요성, 인간의 이기심과 교역본능의 욕구 등을 설명하면서 경제 문제를 풀어갔다. 그는 이기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이끌려 사회 전체의 복지까지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사람들은 시장 가격 변화에 맞춰 자신이 생산하고 소비하며 교환할 상품과 물량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격 기능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자연스럽게 호혜적으로 협동하도록 만든다는 설명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는 스미스의 신학사상도 담겨 있다. 언뜻 보면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하늘의 별들이 모두 신이 만든 법칙으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인간 사회도 신이 미리 만들어 놓은 섭리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는 견해다.

스미스는 국가의 부(富)가 증대될 수 있는 방법에 관해서도 관심을 뒀다. “부의 증대 과정은 생산성의 증대 과정”이라고 했다.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해 분업을 중시했다. 옷핀을 예로 들었다. 그는 “노동자 한 명이 옷핀 공정 전체를 처리하면 하루에 20개도 만들지 못하지만, 10명이 공정별로 분업하면 1인당 하루 최대 4800개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은을 가치의 원천이라고 본 ‘중금주의’를 비판하고 노동가치설을 중시했다. “자신의 가치가 결코 변하지 않는 노동만이 모든 상품의 가치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측정하거나 비교할 수 있는 궁극의 척도”라고 했다. 화폐란 단지 재화 간 교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매개체일 뿐 그 자체는 부가 아니며, 노동이 모든 상품의 진정한 가격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에서 노동이 피고용자의 노동만을 의미하는 것과 달리 스미스는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노동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노동 가치에 포함시켰다.

스미스가 꼽은 자본주의 경제의 또 다른 발전 요소는 자본 축적이다. 누구나 더욱 잘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저축하는 것이 개인과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장이 발달할수록 교환과 분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경쟁 시장만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자 간 치열한 경쟁이 가장 좋은 품질과 가장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정부 규제가 없는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최선의 경제체제라고 주장했다. 가격 규제, 매매 규제, 직업 선택과 이주에 관한 규제 등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정부의 개입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독점 철폐와 경쟁·법치주의 중시

스미스는 자유시장을 주창하며 절대왕정 당시 대(大)무역상이 무역을 독점하던 중상주의 정책을 비판했다. 그렇다고 무제한의 자유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해악을 끼치지 않기 위해 자유와 평등, 정의의 원칙에 따라 이익이 추구돼야 한다고 했다. 공정한 사회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독점 철폐와 경쟁체제 중시, 법치주의 확립을 강조했다.

법치주의는 사유재산권 보호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균등 분배가 아니라 각자 노력한 만큼 성과를 향유하는 것이 분배의 정의라고 생각했다. 이런 분배의 정의가 사유재산 제도의 기본 개념이며, 이게 법으로 보장될 때만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고 경제가 발전한다고 봤다. 따라서 국가는 법치주의를 통해 국가권력자들의 횡포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부론》은 24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자유시장경제의 작동 원리와 효용성을 설명하는 데 유효한 저작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홍영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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