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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08호 2018년 10월 1일

Global Issue

美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셰일發 화학혁명''… 원료가격 크게 떨어지자 전세계 화학공장 몰려


내로라하는 세계적 석유화학기업들이 미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와 신테크, 미쓰이화학, 대만의 포모사그룹,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 프랑스의 토탈,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 등 웬만한 석유화학기업들은 미국 남부 텍사스 인근에 화학 플랜트를 짓고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롯데케미칼과 대림산업 등 한국 석유화학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적 화학공장들이 미국으로 몰리는 이유는 셰일가스 때문이다. 셰일가스 덕에 제품의 원료값이 크게 낮아져서다. 캘 둘리 미국 화학협회 회장은 “셰일가스가 미국 제조업 성장의 가장 강력한 엔진”이라고 말했다.

셰일가스 덕에 제2의 화학혁명 붐

2000년대 들어 미국 화학업체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생산 과잉에다 아시아 기업들의 잇단 공세로 미국 공장은 줄줄이 폐쇄됐고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었다. 일부 기업은 미국에서 벗어나 중동과 아시아로 거점을 옮기기도 했다. 2008년 일어난 세계 금융위기는 화학업체들을 더욱 옥좼다. 2008~2009년 텍사스주 걸프지역에서만 12개의 화학 플랜트가 문을 닫았다. 세계 최대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칼은 6개 공장을 폐쇄하고 전 세계 5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네덜란드의 리온델바젠은 미국에서 파산선고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셰일가스 혁명이 일어났다. 셰일가스는 퇴적암의 한 종류인 혈암의 미세한 틈에 끼어 있는 천연가스다. 이 천연가스에는 난방이나 발전용으로 쓰이는 메탄가스와 에탄가스가 섞여 있다. 에탄가스로는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에틸렌을 만들 수 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 합성수지는 에틸렌의 결합체인 폴리에틸렌에서 나온다. 에틸렌은 원유에서 뽑아내는 나프타 성분으로 생산할 수 있지만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에틸렌은 제조 비용이 나프타 방식의 절반도 채 들지 않는다.

지금 세계의 화학공장들이 미국으로 몰려드는 이유다. 셰일가스발(發) 화학혁명이 가속화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대적인 감세정책도 해외 화학기업의 미국 진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35%이던 법인세율을 21%로 대폭 인하한 뒤 화학 플랜트 운영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비용도 낮아지고 있다. 전력회사들이 발전용 가스 단가가 낮아진 데다 법인세 혜택까지 받게 되자 싼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투자의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 모습이다.

에틸렌 가격 급락 이끄는 미국

최근 국제 유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에서 에틸렌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 에틸렌 공장들이 제품을 본격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현물시장에서 에틸렌 가격은 t당 265~270달러로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초에 비해 50% 떨어졌다. 이 같은 가격경쟁력은 폴리에틸렌도 마찬가지다. 폴리에틸렌은 펠릿이라는 고체 알갱이 형태로 수출된다. 생산량의 40%는 미국 시장에서 소비되지만 60%가량은 높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은 화학 소재 수출국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미국이 화학 소재를 수출하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나라들도 생겨나고 있다. 싱가포르는 환적항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첨단 기능성 소재도 발전 전망

외국 기업들이 에틸렌과 폴리에틸렌만을 노려 미국 투자를 늘리는 것은 아니다. 다른 화학제품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고분자 신소재 개발이 미국에서 활발한 것은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당장 이 분야에서의 새로운 화학소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 미쓰비시케미컬은 의치나 콘택트렌즈를 만드는 아크릴 수지의 원료인 메타크릴산메틸(MMA)을 생산하는 신공장을 미 텍사스주에 건설할 계획이다. 원유보다 천연가스를 이용해 생산하는 것이 가격을 3분의 1가량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셰일혁명은 화학업계 전체에 강력한 태풍을 몰고 왔다. 이 혁명으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 석유화학업체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셰일이 불러온 화학산업 변화는 각 기업에 전환기적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셰일혁명을 한발 앞서 이용하기 위해 화학기업들이 미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 NIE 포인트

셰일가스는 어떤 형태의 에너지인지 알아보자. 미국의 셰일가스로 국제 에너지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정리해보자. 셰일가스로 미국에서 화학산업이 부상하는 이유와 외국 기업들이 왜 미국으로 몰려드는지 등을 토론해보자.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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