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에서 ‘2018 경제학 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
지난 1일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에서 ‘2018 경제학 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
경제학계, 정부 핵심 정책 놓고 끝장토론 해보라

한국경제학회의 ‘2018 경제학 공동학술대회’가 이틀 일정으로 어제부터 춘천 강원대에서 열리고 있다.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한국의 미래지향적 경제정책 방향’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라는 주제에 맞춰 다양한 연구물이 발표되고, 활발한 토론도 벌어져 주목된다.

‘한국 경제의 발전 방향’에 대한 학계의 열띤 토론은 고무적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도 있었지만, ‘소득주도 성장’ 같은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오늘까지 끝장 토론을 이어가고 앞으로도 생산적 논쟁을 계속 해가길 바란다. 나라 경제의 성패가 달린 정책 기조에 대해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과 방향수정까지 권고하는 것은 학계의 사회적 책무일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는 그간 워낙 문제 제기가 많았던 터여서 치열한 검증이 더욱 필요하다. 분배개선 관점에서 이 정책을 지지하는 학자라도 최저임금 급등 등에 대한 현실적 보완책 같은 것까지 제시할 때 공감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끝장 토론이 필요한 것은 ‘소득주도 성장’만이 아니다. 정책의 큰 변화가 진행 중인 고용과 노사관계, 복지 확대와 증세, 일자리 창출의 방식을 비롯해 규제개혁의 방향 등이 다 그렇다.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학계가 철저한 사실관계와 과학적 논리를 기반으로 옳고 그름을 판명하고, 정책적 대안도 제시하는 게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

“폴리페서는 많지만 진정한 연구자는 소수”라는 말이 학계 안에서도 나오는 게 우리 현실이다. 정부를 향한 쓴소리, 바른 소리는 부담스러워하며 정치권과 권력 동향에 과도한 관심을 갖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교수사회까지 진영논리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가시지 않는다.

지난달 초 ‘트럼프 경제정책 1년’과 세계 경제 동향을 놓고 700여 개 세션으로 사흘간 열린 미국경제학회(AEA)는 미국의 또 다른 저력을 보여줬다. 우리 학계도 뜨거운 정책 현안일수록 피하지 말기 바란다. 바른 상황 진단, 바람직한 방향 제시, 정확한 정책 조언을 하는 것은 학계의 존재 이유다.

<한국경제신문 2월2일자>

[한경 사설 깊이 읽기] "폴리페서는 많고 진정한 연구자는 소수" 지적 귀담아 들어야
대통령 선거로 정권이 바뀌면서 한국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새로운 정책, 모험적인 제도는 경제 쪽에서도 두드러진다. 고용제도와 노사관계, 복지시스템과 증세, 공공부문 비대화, 일자리 만들기의 방법론 등 일반 국민들에게 파급력이 큰 분야에서 변화의 폭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급등한 최저임금처럼 후폭풍이 즉각,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분야도 많다. 적지 않은 비판과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쉽게 정책기조를 수정할 분위기는 아니다. 다수 주류 경제학자들이 ‘가지 않은 길’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라는 평가를 내려온 ‘소득주도 성장론’이 일련의 경제 정책을 뒷받침하는 기반같은 이론이다. 지속가능한 것인지, 지금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졌다. 잘못이 있으면 보완책도 마련돼야 하고, 오류가 심각하면 방향 자체를 수정하는 게 맞다.

이런 일은 누가 해야 하는가. 국회나 언론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더 큰 기대를 받는 곳은 학계다. 교수·학자를 비롯한 전문 연구가들의 식견과 판단력, 지식과 지혜가 절실하다. 물론 철저한 사실관계와 과학적 논증, 이성적 논리에 따른 평가여야 한다. 관련 학계는 단순히 문제제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끝장 토론을 해 현안마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그게 학계가 국가사회에 기여하는 길이며, 그들의 존재 이유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구호에 맞춰진 개별 정책의 부작용에 학계까지 눈감아 버리면 앞으로 우리 경제는 어디로 갈 것이며, 종국에는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 학계는 이를 경고, 비판하고 가급적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학계의 사회적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경제관련 학회만 해도 부문별로 무척이나 다양하고 숫자도 많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역할과 책무를 다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안타깝다. 정치권 동향이나 살피고, 진영논리에 빠져 본연의 업무인 연구를 게을리 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옳고 그름을 가리거나 권력을 향해 비판하는 용기도 아쉽다. 수많은 경제 및 정책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학계가 ‘사회의 소금’ 역할에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학회 만을 향한 주문과 논평은 아니다.

◆사설 읽기 포인트

'소득주도 성장론'이 경제 정책을 뒷받침하는 이론이 됐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것인지 검증해야

잘못과 오류가 심각하면 방향 자체를 수정하는 게 옳아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