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페달이 없는 GM 자율주행차 ‘크루즈AV’
운전대·페달이 없는 GM 자율주행차 ‘크루즈AV’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매년 1월 ‘CES (Consumer Electrics Show)’라는 가전제품 전시회가 열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쟁쟁한 전자회사들이 매년 이 행사에서 신제품을 내놓는다. 과거에는 가전제품이 이 행사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했다. 바로 사람이 손 대지 않아도 움직이는 자동차, 자율주행차다. 자동차 업계 종사자들은 “자율주행차는 세계 모든 전자회사와 자동차회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아이템”이라고 말한다. 특히 미국 독일 등 선진국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에 관심을 쏟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구글과 테슬라는 모두 미국 기업이다. 기존 자동차 회사 중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GM “운전대·페달 없는 차 조만간 출시”


벤츠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
벤츠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
GM은 얼마 전 깜짝 놀랄만한 발표를 했다.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를 조만간 출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올해 1월12일 GM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자율주행차 ‘크루즈 AV(사진)’에는 운전대와 브레이크, 가속 페달 등이 없다. 좌석과 문, 디스플레이(화면)에 비상 정지 버튼만 있다. 운전자는 평상시 운전을 하지 않고, 위급 상황일 때 차를 세우는 일만 하면 된다. GM은 2500대를 대상으로 주행 시험을 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댄 애먼 사장은 “크루즈 AV는 운전대가 없도록 만들어진 자율주행차 가운데 처음으로 대량생산을 준비하는 차량”이라고 말했다.

독일 벤츠도 적극적이다. 벤츠는 3년 전인 2015년에 이미 CES에서 자율주행 콘셉트카(실제 판매가 아니라 모터쇼 출시를 위해 만들어진 차)를 공개했다. 이 차는 현재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에 전시돼있다. 이후에도 벤츠는 꾸준히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엔 자율주행으로 5개월동안 다섯개 대륙을 횡단하기도 했다. 각 도시마다 특징을 조사해 이를 자율주행차 기술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자동차 회사-IT 회사 공동개발 활발

아우디는 실제 판매하는 차량에 3단계 수준(평상시에는 차가 운전하고, 돌발상황에 운전자가 개입하는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신형 A8 운전자는 고속도로에서 시속 60㎞ 이하로 갈때 ‘AI(인공지능)’ 버튼만 누르고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된다. 차량이 알아서 움직인다. 포드는 2022년에 운전대와 브레이크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도미노피자 등 음식배달 업체와 협력해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사업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아닌 구글도 자율주행 기술의 역사를 써가고 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이미 600만㎞ 이상의 자율주행 시험운행을 했다. 공공도로에서 뒷좌석에 승객 2명만 태우고 안전요원 없이 자율주행을 하는 시험도 성공했다.

자율주행차 개발과 관련, 눈에 띄는 특징이 하나 있다. 자동차 회사와 정보기술(IT) 회사가 서로 힘을 합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각자 자신있는 기술을 한데 모아 자율주행 기술을 최대한 빨리 발전시키자는 차원이다.

크게는 엔비디아 진영과 인텔 진영으로 나뉜다. 미국 소프트웨어·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중심이 된 진영에는 폭스바겐과 도요타, 세계 1위 차량공유업체인 우버, 테슬라, 벤츠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을 중심으로 모인 진영에는 BMW와 GM, 닛산, 피아트크라이슬러, 상하이자동차, 독일 부품사 콘티넨탈 등이 참여했다. 인텔은 지난해 자율주행 센서 개발 기업인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에 사들였다. 구글(웨이모)은 혼다와 손을 잡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엔비디아 진영이나 인텔 진영 중 어디에 참여할지를 고심하고 있다.

선진국 정부·의회, 자율차산업 적극 지원

각국 정부와 의회도 자율주행차 산업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하원은 ‘자율주행차 법안’이라 불리는 ‘미래 자동차 혁명에서 안전을 강화할 연구 및 운행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자율주행차 운행 기준을 완화하고, 주 정부가 개별적으로 규제하는 것을 막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자율주행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규제를 줄여나가고 있다.

일각에선 자율주행차가 불러올 윤리적 논란을 걱정한다. 자율주행 도중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 승객과 보행자 중 어느 한 쪽이 다치거나 사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되기 전 윤리적 문제와 법률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NIE 포인트

자율주행 도중 사고 위험이 생겼다. 보행자와 승객 중 누군가 다칠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경우 자율주행차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각자가 자율주행차 설계자라면 어떻게 할지 토론해보자.

도병욱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