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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77호 2017년 12월 4일

소설가와 떠나는 문학여행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85) 오 헨리 ''마지막 잎새''

유명한 작품이 즐비

마지막 잎새마저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가로수들이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올해는 추위가 일찍 찾아와 은행잎이 노란색으로 채 물들기 전에 낙하해 보도가 녹색으로 물들었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작가는 역시 《마지막 잎새》의 오 헨리다. 10년 남짓 활동하는 동안 300편 가까운 단편소설을 발표했는데 그의 소설은 너무 익숙해 때때로 민담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래서인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설교나 강연에 인용하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오 헨리의 소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면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을 들 수 있다. 폐렴에 걸린 존시는 창밖의 담쟁이덩굴의 잎이 다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다. 그런 친구가 너무나 안타까워 수는 아래층 베어만 영감에게 하소연을 했고, 실패한 화가 베어만 영감은 존시를 위해 벽에 마지막 잎새를 그린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를 보고 존시는 회복되지만 비를 맞고 그림을 그린 베어만 영감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다.

《크리스마스 선물》에 등장하는 부부의 사랑은 삭막한 세태에 늘 따뜻함을 안긴다. 크리스마스를 맞은 가난한 부부, 서로에게 줄 선물을 준비한다. 델라는 긴 머리를 잘라서 판 돈으로 남편을 위해 심플하고 수수한 디자인의 백금 회중 시곗줄을 산다. 짐은 자신의 시계를 팔아 아내의 옆머리와 뒷머리에 꽂을 머리핀 세트를 구입했다. 오 헨리는 ‘이 두 사람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선물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선물을 주고받는 모든 사람 가운데 이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현명하다’로 소설을 끝맺었다.

두 소설만큼이나 잘 알려진 《마녀의 빵》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마흔 살인 미스 마사 미첨은 여전히 결혼에 관심이 많아 짝사랑에다 착각도 잘한다. 이번에 그녀가 관심을 가진 상대는 늘 딱딱하게 굳은 빵 두 덩어리를 사가는 남자다. 그가 점점 여위고 힘이 없어 보인다는 생각에 마사는 묵은 빵에 버터를 듬뿍 채워 넣는다. 굳은 빵을 지우개 대용으로 사용했던 남자는 버터가 든 빵 때문에 현상공모에 내려고 석 달 동안 준비한 시청건물 신축 설계도를 망치고 만다. 마사는 그 남자에게 “이 쓸데없이 참견하는 늙은 고양이야!”라는 핀잔을 듣고 만다.

《피서지에서 생긴 일》은 로터스 호텔에서 호젓하게 피서를 즐기는 두 남녀를 그리고 있다. 유명한 휴양지에 질려 특급호텔에서 비싼 돈을 들여 휴가를 만끽하는 두 남녀는 1년 내내 모은 돈으로 한 번의 호사를 즐겼고, 그 사실을 확인한 둘은 서로에게 실망하기는커녕 만남을 이어가기로 한다.

세상만사가 모두 소설 소재

오 헨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개 미국 사회의 하층민들이다. 1862년에 태어나 40세가 넘어서야 유명세를 얻게 된 오 헨리는 100여 년 전 평범한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조명해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오 헨리의 본명은 윌리엄 시드니 포터다. 잡화상 직원, 약제사, 은행원, 만돌린 연주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는데 은행원 시절 공금 횡령 혐의로 체포되어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감옥에 있을 때 여러 필명으로 단편소설을 발표하다가 오 헨리라는 이름으로 기고한 《휘파람 부는 딕의 크리스마스 스타킹》이 유명해지면서 그 이름을 그대로 쓰게 되었다. 오 헨리 자신이 누구보다 힘들게 살았기에 생생한 삶이 소설로 승화되었을 것이다.

세계 문학사에서 오 헨리만큼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가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짧은 내용으로 강렬한 감동을 불러오는 그에게 기자가 소재 찾는 비결을 묻자 “눈을 돌리는 곳마다 이야깃거리가 있다. 세상만사가 모두 작품의 소재가 된다”고 말했다. 평범한 일상 경험이라도 일단 오 헨리의 손을 거치면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고 만다.

‘단편 소설을 본격적인 문학 장르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오 헨리의 작품에 빠져보라. 무궁무진한 이야기 속에서 재미와 의미뿐만 아니라 영감과 교훈, 세상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눈도 기를 수 있다.

이근미 <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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