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숨겨진 욕구 알아내 수요로 바꾸는 기업만이 이익낸다

‘31가지 맛’ 내세운 배스킨라빈스 다양함에 대한 고객의 욕구 충족
지나친 욕구는 과소비중독 등 불러 수요 줄여 공익 키우는 마케팅 필요
신형상 < 한양대 경영대 교슈 >
신형상 < 한양대 경영대 교슈 >
경제학의 기본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구매 의사와 능력을 가진 소비자, 생산 의사와 능력을 가진 공급자들이 상호 작용하는 시장경제 시스템에서는 가격 변화에 따라 수요량과 공급량이 변화한다.

개별 기업으로서는 소비자들이 어떤 종류의 제품에 대해 ‘디맨드(demand)’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욕구, 다시 말해 ‘니즈(needs)’를 이해해야 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솔루션, 즉 제품을 비교한 뒤 신중히 선택하게 되고 이는 기업의 매출 및 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케팅에서는 소비자의 니즈를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첫째, 기본적인 삶에 대한 니즈다. 음식, 물, 집 등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조건에 대한 소비자 욕구다. 둘째, 개인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니즈다. 예컨대 홀푸드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식품은 가족의 건강에 민감한 주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셋째, 사회적 관계에 대한 니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기를 원하고 사랑을 나눠주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생산업체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A diamond is forever)’라는 슬로건을 통해 자사의 다이아몬드 제품을 영원한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성공적으로 포지셔닝해 미국의 남편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넷째,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니즈다. 이는 양복이나 신발, 안경 등의 구매의사 결정에 영향을 준다. 이는 ‘과시적 소비’로 연결되기도 하는데 아크로빌과 같은 최고급 주택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기도 하다.
[고교생을 위한 경영학] (41) 디맨드(demand)와 니즈(needs)
다섯째, 즐거움에 대한 니즈다. 이로 인해 스포츠, 영화, 게임 등의 엔터테인먼트산업이 발전한다. 게임회사 닌텐도, 장난감 전문점인 토이저러스 등은 아이들의 즐거움에 대한 니즈를 공략하는 회사다. 여섯째, 소유에 대한 니즈다. 골동품과 우표를 수집하거나 의류, 장난감,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특정 제품군을 수집하는 경우다. 이는 종종 충동구매로 이어진다.

일곱째, 선물에 대한 니즈다. 소중한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을 때 꽃이나 케이크 등의 선물을 준비한다. 때로는 자기 자신을 위로하려고 구매하기도 한다. 여덟째, 정보에 대한 니즈다. 신문이나 잡지 등의 오프라인 매체,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의 온라인 매체는 소비자 정보에 대한 니즈를 만족시키는 수단이다. 문자가 아니라 영상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경향이 특히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음은 마케터로서 주목할 만하다.

아홉째, 변화에 대한 니즈다. 식당을 예로 들면 늘 가던 식당에 또 가는 것보다 새로운 식당을 찾으려는 욕구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는 ‘31가지 맛’으로 유명한데 이는 한 달 내내 매일 와도 계속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암시를 통해 소비자의 다양함에 대한 욕구를 공략한 경우다.

열째, 시간에 대한 니즈다. 현대인에게 시간은 점점 희소한 자원이 되고 있다. 따라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거나 주어진 시간을 좀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솔루션에 관심이 주어진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음식 준비시간을 줄이고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외식산업이 발전한 것이 한 예다. 가족과의 캠핑 열풍에 따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량 증가, 폼나는 등산을 위한 아웃도어 의류산업의 급성장 역시 가치있는 시간의 향유에 대한 니즈와 연관된다.

니즈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나친 소유욕은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 사회적 이미지에 너무 신경 써 과시성 소비가 많아지면 고급 주택이나 핸드백 등의 가격에 거품이 끼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즐거움에 대한 니즈가 지나치면 마약·알코올 중독, 게임 중독, 도박 등 반사회적인 행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오히려 디마케팅(demarketing), 즉 수요를 줄여 공익을 제고하기 위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신현상 < 한양대 경영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