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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56호 2017년 5월 29일

시사이슈 찬반토론

[시사이슈 찬반토론]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라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용과 노동이슈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시대적 과제처럼 됐으니 당연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재검토’ ‘근로시간 단축 법제화’ 같은 아젠다도 조만간 뒤따라 제기될 전망이다. 외형적으로 파급효과가 가장 큰 사안이 비정규직의 인위적인 정규직화다.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비정규직 철폐정책은 바람직한 것일까.

○ 찬성

“정규·비정규직 격차 심각,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크게 나뉘어진 한국의 고용시장 구조는 너무나도 모순적이다. 일감을 주는 사업자인 원청 기업과 일감을 받는 하청 기업의 노동 격차도 심각하다. 같은 회사 안에도 정규직, 파견직, 임시직, 계약직, 무기계약직 등으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다. 이런 사정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따라 또 달라 노동계층 내 ‘카스트제도’ 같은 계급구조가 굳어져가고 있다.

근로자 계층 내의 이런 뿌리 깊은 차별과 양극화는 방치하면 더 심해질 수 있다. 정부가 나서 시정해야 하는 이유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큰 원칙도 말뿐이다. 시장의 기능에만 내버려둬서는 조기에 시정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시대를 열겠다”고 한 것은 이런 문제를 정부 산하에 있는 공기업에서 먼저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정책이나 경영진 인사로 정부가 고용 형태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곳이다. 민간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에게까지 강제로 정규직 전환을 강요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은 전국적으로 12만 명 정도로 파악된다. 지금 공기업에 그 정도의 여력이 있을뿐더러, 기존의 정규직들이 임금 나누기 등으로 기득권을 많이 내놓을 수 있도록 설득하고 유도하는 과정도 향후 뒤따를 것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따를 수 있는 비용(임금 인상) 문제를 감안해 일차적으로는 신분(고용 형태)만 안정시키는 방안도 검토될 것이다. 핵심은 고용의 안정이다.

○ 반대

“정규직 과보호가 더 문제인위적 개입은 부작용 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단순히 당장 12만 명의 신분 변경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즉각적으로 민간에서 동요가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발언이 나온 바로 다음날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의 비학생 노조가 정년보장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들어갔다. 집배원, 건설노조 등도 완전 정규직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체 근로자의 32%에 달하는 모든 비정규직들이 예외없이 같은 요구를 할 것이다. 비용이 갑자기 증가할 수밖에 없다. 노사관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비정규직이 양산된 원인은 보지 않은 채 임금격차라는 결과만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비정규직의 양산이라는 고용시장의 왜곡 현상은 당연히 해야 할 노동개혁 조치들을 그동안 외면한 데 따른 기형적 결과라는 사실을 봐야만 한다. 가장 핵심인 ‘고용의 유연성’은 늘 뒷걸음질쳤고, 정규직 노조의 온갖 기득권은 철옹성처럼 견고해져왔다.

파견직, 계약직, 임시직, 하청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은 정규직 과보호의 이면이고 부작용인 것이다.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행정규제와 국회의 입법개입도 이런 양극화를 부채질해왔다.

정년 60세법 같은 허다한 정규직 과잉 보호법은 그대로 둔 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만 몰아칠 때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는 공공부문만 대상으로 삼는다지만 600만 명이나 되는 민간부문 전체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면 상당 기간 기업들은 신규 인력을 아예 뽑지도 못할 것이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현재 취업준비생들이다.

○ 생각하기

"낮은 생산성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정규직 임금이 문제의 본질"

비정규직의 사정은 딱하지만 왜 이런 채용제도가 나왔는지 원인부터 봐야 한다. 채용과 해고 모두 용이한 고용 유연성이 없는 게 큰 원인이다. 노동약자의 보호라는 명분이 좋은 결과까지 보장할 수도 없다.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지속되기 어려운 제도를 무리하게 시행한다면 후유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것은 ‘임금이란 생산성의 결과요, 그에 따른 배분’이라는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쉽게도 한국의 공공부문, 나아가 산업계 전체가 이상적인 고용시장을 만들 만큼 높은 생산성 향상을 아직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신분 보장은 비용 문제로 이어진다. 무리한 임금 인상은 거품이다. 정부 주도라는 점도 불안한 요소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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