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추천해주는 바리스타 커피머신
GPS기능 탑재 길 찾아주는 자전거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집 에어컨 작동
팔에 찬 밴드가 맥박·혈압 '건강 체크'
생활속으로 성큼 다가온 IoT제품들
디지털화된 세계에선 ‘정보(data)가 새로운 원유(Data is the new Oil)’다. 정보는 다양한 플랫폼(Platform)에 실려 흘러다니면서 수익을 창출해낸다. 그리고 플랫폼은 모든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을 기반으로 한다. IoT가 디지털 세계를 구축하고 지탱하는 인프라인 셈이다.

성큼 다가온 IoT의 세계

직장인 홍길동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부터 찾는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니 커피머신이 콜롬비아산 커피를 추천한다. 커피머신이 추천한 커피를 선택하자 기계가 자동으로 커피를 만들어준다. 커피를 마신 후 아침 운동을 나선다. 팔에 찬 밴드가 운동량은 물론 맥박, 혈압 등을 자동으로 체크한다. 식사를 마친 홍씨는 자전거를 이용해 출근한다. 자전거는 자동차와 지나치게 가까우면 자동으로 경보해주고, 스마트폰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능과 연동돼 LED로 길을 알려준다. 빈 집에 도둑이 들었는지는 USB 크기의 보안제품을 이용, 스마트폰으로 상시 감시할 수 있다. 퇴근 시간 홍씨는 사무실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안 에어컨을 작동시킨다. 또 스마트폰으로 냉장고에 연결, 삼겹살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정육점에 들러 고기를 사간다. 식사를 마친 후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기에 넣으면 무게가 자동으로 계량기에 표시돼 관리사무소에 통보된다.

홍길동씨의 하루는 SF 영화속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이미 실용화된 상품들이다. 아침마다 바리스타가 추천한 커피를 만들어주는 커피머신은 홍콩 아리스트사 제품이며, GPS 기능을 갖춘 자전거는 캐나다 발로우(Valour)가 만들었다.

초연결시대가 온다…‘제3의 정보화 물결’

4차 산업혁명은 정보화·디지털 혁명이다. 정보화 혁명은 이제 3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1차 정보화 혁명이 인터넷 보급에 따른 인터넷 혁명이었다면, 2차는 스마트폰 탄생에 힘입은 모바일 혁명이었다. 이제 정보화 거대한 물결은 IoT로 대표되는 3차 혁명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IoT는 ‘사물(기기)간 유·무선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기간 정보교환 기술을 뜻한다. 모든 사물에 인터넷과 센서가 부착된다. 개별 사물 하나하나에 인터넷 주소가 부여되고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이다. 사물들은 초소형 센서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모으고 이를 사람과, 또 다른 사물들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한다. IoT 기술의 발전은 B2B(기업간 거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넘어 기기와 기기가 서로 연결돼 정보를 나누는 M2M(Machine to Machine) 시대를 열면서 인류 사회를 초연결사회(超連結社會)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초연결사회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소형 모바일 기기를 통해 사람과 사물, 동물, 데이터, 프로세스 등 모든 게 인터넷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정보를 주고 받는 사회다.

IoT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차량(Automotive), 환경(Environment), 전기·수도(Utility), 건물·설비(Building & Facility), 가전(Consumer Electronics), 헬스케어, 안전·보안(Security & Safety), 이동자산관리(Asset Tracking) 등의 분야에서 수많은 새로운 사업과 시장이 열린다. IoT는 인공지능(AI), 3D(3차원) 프린팅, 자율주행차, 스마트 가전, 스마트 공장, 로봇, VR(가상현실), 클라우드 등과도 결합돼 엄청난 시장을 창출할 것이다. 빅데이터는 IoT로 흘러다니는 정보를 분석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주도권 잡으려면?…제도와 사상, 관습 개혁 필요

거의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화두가 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디지털 경제를 ‘전자상거래를 촉진하는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시장으로 구성된 경제’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은 물론 구글 시스코 GE 퀄컴 인텔 IBM 등 내노라하는 기업들이 IoT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이 ‘폼’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이동통신 3사가 본격적인 IoT 서비스를 추진중이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 2006)’에서 “부(富)는 사회의 변화 속도에 맞춰 나라 법규 및 제도가 따라갈 때 창출된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성큼 다가온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려면 과거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는 규제와 제도, 기업 경영전략, 사고 등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가 아닌 ‘시장 선도자(first mover)’가 될 수 있다.

'무어의 법칙'을 넘어서…IoT용 반도체 수요 증가

IT(정보기술) 업계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란 게 있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경험적인 관찰에 바탕을 둔 것으로, 미국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Gordon E. Moore)가 1965년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이 진행되면서 무어의 법칙은 무대뒤로 점차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지난 50년간 무어의 법칙을 준수해왔던 반도체 업계는 무어의 법칙을 폐기하는 대신 ‘More-Than-Moore(MtM, 무어를 넘어서) 전략’을 새로운 로드맵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학 전문잡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그동안 반도체 업계가 수요와는 관계없이 무어의 법칙에 맞춰 먼저 칩의 성능을 개선시켜 내놓으면 컴퓨터와 가전 회사 등이 이에 맞는 제품을 후속으로 개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More-Than-Moore 전략’에서는 스마트폰, 슈퍼컴퓨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반도체를 사용하는 제품의 수요에 따라 반도체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략의 초점이 이동한다. IoT 시대에 맞춰 센서 등과의 상호작용에 용이한 반도체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무어의 법칙이 힘을 잃는 한 배경이 되고 있다. 엄청난 수의 사물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면 각각에 통신용 칩, 모듈, 단말기 등이 필요하다. IoT 연계 사물이 늘어날수록 관련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