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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491호 2015년 11월 9일

원자력은 에너지다

음식물 살균·항공기 엔진 결함·화석연대 측정…방사선을 쪼이면 다 나와…과학이 일으킨 혁신

방사선이 생활과 산업에도 쓰인다고 말하면 놀라는 학생이 많다. 방사선의 ‘방’자만 나와도 무섭다는 투다. 방사선을 살인광선으로 오해하거나 잘못 알고 있어서다. 방사선은 전구에서 나오는 환한 빛과 같은 에너지를 지닌 보이지 않는 광선이다. 학생들 중 십중팔구는 방사선이 원자력 발전소에서만 나오는 것으로 안다.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우주, 자연, 먹거리와 인체에서도 미량의 방사선이 나온다. 이것을 자연방사선이라고 한다. 사람은 1년간 평균 3mSv의 자연방사선에 노출된다.


방사선이 미생물 죽인다?

세계에서 자연방사선이 가장 강한 곳은 브라질의 가라바리시다. 연간 10mSv의 방사선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은 얼마나 될까. 이것보다 많을까 적을까. 놀라지 말자. 훨씬 적다. 실제 측정치는 0.01mSv 미만이다. 목표치인 0.05mSv보다 적게 나온다. 원자력발전소 주변은 방사선 지옥 같지만 정반대다. 자연방사선보다 낮은 수치다. 놀랍지 않은가. 시버트라고 읽는 단위 Sv는 방사선이 인체에 주는 영향을 측정하는 단위다. 우리가 병원에서 찍는 가슴 엑스선은 한번 촬영 때 0.05mSv의 방사선을 인체에 쏜다. 자연방사선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방사선이 식품 보관에 쓰인다면 또 한번 놀랄지 모른다. 사실이다. 방사선은 음식물을 썩게 하는 미생물을 죽인다. 즉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음식물 부패를 막기 위해 첨가물을 쓰는 것은 일종의 하수다. 방사선은 상수의 한 수라고 할까. 세계보건기구도 방사선을 쪼여 미생물이나 균을 죽이는 기술을 인정하고 있다. 포장을 한 다음 방사선을 쪼이는 방식이어서 처리과정도 간편하다. 이 방사선은 맛과 영양을 파괴하지 않고 식품을 부패시키는 나쁜 미생물만 골라 죽인다. 방사선 멸균과 살균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 기술을 인정하는 나라는 미국 등 52개국에 달한다. 식품에 유독 까다로운 미국이 인정했다면 이의를 달 필요가 없다. 미국 당국이 인정하지 않았는데 방사선 쪼이기 기술을 썼다면 아마도 그 회사는 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방사선에 대한 편견이 너무 강해 식품살균, 멸균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일회용 주사기나 의사가 수술할 때 사용하는 고무장갑을 소독하는데는 방사선이 사용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씨도 방사선으로 처리한 음식물을 먹었다. 지구에 있을 때 해를 끼치지 않은 균도 우주에선 활동이 강해져 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인이 먹는 모든 음식은 지구에서 방사선처리된 다음 운반된다. 방사선은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을 위해서도 사용된다. 백혈병에 걸린 환자들이 신선한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것도 방사선 덕분이다. 방사선은 벼농사에도 기여한다. 벼는 병충해에 약한 경우가 많다. 볍씨에 방사선을 쪼이면 병충해에 강한 볍씨를 만들 수 있다. 더 많은 수확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엔진결함과 비파괴 검사

방사선은 비행기 결함 점검에도 이용된다. 비행기는 수 많은 부품으로 조립돼 있다. 비행 전에 부품 이상을 발견하려면 맨 눈으로는 불가능하다. 비행기 엔진의 경우 고장 여부를 정비사들도 정확하게 잡아내기 힘들다. 비행기 엔진을 해체해 점검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비파괴 검사’를 하면 어렵지 않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비파괴 검사는 모양과 기능을 손상시키지 않고 물체에 이상이 있는지를 알아낸다. 이 때 방사선의 일종인 엑스선이나 감마선을 통과시키면 내부에 금이 갔는지 등을 사진으로 알 수 있다. 뼈에 금이 갔는지를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기차 바퀴는 속에서 금이 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 이 때 중성자를 이용한다면 보다 깊은 곳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작은 곤충 속을 들여다 볼 때도 비파괴검사가 이용된다.

화석 연대 측정도 방사선

방사선은 진화생물학이나 고고학에서도 쓰인다. 공룡 화석이나 물고기 화석은 연대를 알기 어렵다. 지질학적 시간인 수백만년이나 수천만년, 수억년 전의 것을 시기적으로 정하기란 어렵다. 방사선 연대측정법을 쓰면 쉽게 얼마나 된 화석인지를 알 수 있다. 이 측정법은 미국의 윌러드 리비 박사가 처음 시도했다. 우주광선이 탄소14를 만드는 속도와 자연붕괴하는 속도가 같아서 지구에는 언제나 일정한 양의 탄소14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죽은 생물체의 뼈나 미라 등이 갖고 있는 탄소14의 양과 현재 살아있는 생물이 가지고 있는 탄소14의 양을 비교하는 것이다. 탄소14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5730년이기 때문에 줄어든 비율로 죽은 연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라가 가진 탄소14의 야이 100이고 현재의 탄소14의 양이 200이라면 이 미라는 탄소가 반으로 줄었으므로 5730년 전에 죽은 것이다. 방사선이 친구가 된 것은 인류의 문명과 과학이 발전한 덕분이다. 인류의 지력이 더해진다면, 위험으로만 인식되던 것들도 쉽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방사선은 잘 보여준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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