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가 면접 주제로 나왔다면? 생글기자 4명이 찬반 토론기사를 보내왔다. 찬성과 반대는 본인의 뜻과 다르게 역할로 구분돼 글쓰기가 이뤄졌다. 찬성이든 반대이든 조리있게 주장을 정리하고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판단은 다 읽어본 뒤 해도 좋다. 4명의 글 속으로 들어가 보자.

“대체복무 통해서 양심적 병역거부 실현”

[생글기자 코너] 양심적 병역거부 찬반토론
1만6000여 명.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청년들의 수다. 현재 대법원에서는 국방의 의무 등을 이유로 들며 이들을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UN 자유권규약, 세계 인권 선언 등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UN으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대법원 등에서는 권고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헌법 제 19조에는 ‘양심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다. 이는 자기 양심에 어긋나는 신념이나 행동을 강요당하지 않고 자기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그러므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 제 19조에 의거, 자신의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행하는 사람들은 대개 특정 종교인들(여호와의 증인 등)이다. 이들은 교리에 따라 전쟁을 반대하기 때문에 군 복무를 거절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징역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매년 600명이 넘는 청년들이 수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란이 숱하게 일면서 ‘대체복무제’가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대체복무제 실현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악용에 대한 우려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의 경우에는 4주간의 기본훈련도 제외되는 등 군 복무에 비해 수월하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2007년 국방부에서는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36개월 간 복무하는 안을 논의했지만 결국에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미 상당수의 나라들이 대체복무제를 안정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제는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결정지어야 할 때다.

최종찬 생글기자(백암고 2년) 9cjc8@naver.com

“병역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

[생글기자 코너] 양심적 병역거부 찬반토론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과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로 논란이 불거지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8월 초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실형을 선고해온 대법원과는 반대로 하급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하는 하급심이 기존 판례에 상반되는 판결을 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선고가 이어지게 되면 병역거부자가 증가하게 되고 이는 국방의 의무 준수와 법 질서를 무너트리게 된다. 물론 모든 국민에게는 양심의 자유를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이는 헌법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특수성이 위의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분리된 남한과 북한과의 전쟁이 아직 종식되지 않은 휴전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이 자유 추구의 권리를 내세우며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는 것은 국가라는 공동체를 고려하지 않은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입각한 행위이다. 국방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대체복무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문제점이 적지 않다.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양심’을 판단할 방법과 기준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거꾸로 군복무자는 양심이 없다는 소리가 되는 셈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현역 병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대체복무제가 허용될 경우 병역의무 이행자들은 이들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 이행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예외불가다.

공민우 생글기자(의정부고 2년) dinominu@naver.com

“양심과 종교의 자유는 보호돼야”

[생글기자 코너] 양심적 병역거부 찬반토론
다수를 위해 소수의 가치관을 희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주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이념에 어긋나는 행위다. 이미 유엔인권위원회는 1997년 종교적 병역거부자가 어떠한 정치ㆍ종교적 이유로도 차별받아선 안 된다고 결의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결의안이 이탈리아 · 폴란드 · 러시아 · 타이완 등 다양한 국가에서는 법제화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제한된 범위 안에서는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이와 같이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이유는 종교, 윤리적인 확신에 따라 전쟁에 참전하는 것을 반대하는 자에게 종교와 개인, 그리고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우리나라도 2005년 12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종교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고, 국회와 정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사회적 배경이 휴전국가 임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국가는 구성원 개인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 행복의 조건인 자유를 통제하고 억압하면서까지 국방의 의무를 강압하는 것은 개인보다는 국가를 중요시하는 국가주의적인 사고일 수도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시행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인 거짓 종교인들의 비리, 횡포 우려가 있지만, 정책을 실행하기에 앞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확실하고 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거짓된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제시한다면 인간 개개인을 존중하고, 더불어 사회적 안정 그리고 국민의 행복이 극대화 될 수 있을 것이다. 권리의식과 인도주의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속도를 맞추는 것은 보편적 가치 향상에 맞는다. 남북분단이라는 변수가 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평화의 시대인 점을 감안하면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장다연 생글기자(동명여고 2년) shori913@naver.com

“면제기준을 만들기 힘들다”

[생글기자 코너] 양심적 병역거부 찬반토론
양심적 병역거부는 신념, 종교 교리와 같은 양심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병역법 88조(입영의 기피 등) 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기피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에 반발하며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통한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을 주장하고 있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안보유지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국민에 의해 국가 안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유지되고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도 안보유지의 효용을 누리고 있다. 타인의 군 복무로 파생되는 혜택을 누리기에 일정기간 그 의무를 다 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나 양심을 이유로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개인의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인정했을 때 2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국가안보의 기틀이 흔들릴 위험이 크다. 분단으로 인해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군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 유지 시스템이다. 소수의 인권 보장을 위해 허용된 양심적 병역거부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한다면 이로 인해 야기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전체 구성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판별을 위한 객관적 기준의 모호함에 대한 우려이다. 종교와 신념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들의 진정성을 판단할 기준이 없다. 병역거부를 하는 것이 진실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교와 신념 때문인지를 국민들이 납득하고 국가와 사회 구성원으로 용인할 수 있도록 객관화를 시킬 가능성이 희박하다.

양심적 병역 거부 자에 대한 인정의 본래 취지는 소수자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해 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수자의 권리 보장으로 인해 사회가 부담하게 되는 위험요소와 피해가 막대한 것이 사실이다. 종교와 신념에 의해 병역거부를 객관화시킬 수 있는 기준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지만 쉽지 않다.

권정주 생글기자(유성여고 2년) kkang537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