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에너지다 1부·끝 - (4) 환경과 핵폐기물
핵폐기물 처리기술 진화…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석탄·석유보다 친환경
자동차와 공장이 많은 대한민국의 산이 푸를까, 저개발 상태인 북한의 산이 푸를까? ‘산업화=환경파괴’라는 생각에 갇혀 있는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이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대한민국의 산이 북한의 산보다 훨씬 건강하고 푸르다. 북한의 산들은 백두산 일대를 제외하곤 벌거숭이다. 대한민국의 산은 도심 내에서조차 나무로 뒤덮여 있다. 왜 그럴까?

우리가 북한동포들보다 평소에 나무를 많이 심었기 때문이 아니다. 에너지와 환경 관계를 제대로 알아야 이 물음에 정확히 답할 수 있다. 북한은 여전히 나무를 핵심 에너지원으로 쓴다. 역설적으로 산업화를 이루지 못해 가스 등과 같은 질좋은 에너지를 이용하지 못한 결과다. 우리나라 산도 옛날엔 벌거숭이였다. 하지만 더이상 나무를 베어 난방과 밥짓기에 쓰지 않는다. 지난 40여년 사이 한국의 민둥산은 모두 새들의 천국이 됐고, 북한의 산은 지옥이 됐다. ‘산업화=환경파괴’일까? 만일 서울 시민이 일제히 아궁이에 나무와 석탄을 때서 아침밥을 짓고 목욕을 한다면, 아마도 서울 공기는 숨쉬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기본생각을 바꿔 놓는다. 질문을 하나 더 해보자. 잘사는 나라의 환경이 깨끗할까, 못사는 나라의 환경이 깨끗할까. 잘사는 나라다. 소득의 증가는 환경투자, 수질관리 투자에 돈을 더 쓴다. 잘사는 나라의 오염은 일시적이지만, 못사는 나라의 오염은 장기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환경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력이 소득 증가와 함께 커진다.

원자력은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환경운동가들의 비난은 사실에 부합할까. 사실 이것에는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자.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로 악명이 높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태양에서 받은 열을 가두는 현상이 발생해 지구의 온도가 상승, 각종 환경문제를 낳는다는 것이 온난화다. 이 점에서만 보면 원자력은 어떤 화석연료보다 무해하다. 한국수력원자력(주)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은 핵분열을 이용해서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1㎾h의 전기를 생산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석탄이 최대 1290g 최소 860g에 달한다. 이어 가스(1234g/460g), 석유(890g/689g) 순으로 많다. 발전시설에 관한 한 원자력발전이 지구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최선책이다. 매년 매연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이 향후 20년 동안 매년 2개씩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다고 나선 이유다. 우라늄 1㎏이 석유 9000드럼, 석탄 3000t과 같은 전기를 생산하는 것만 봐도 원자력에너지는 효율적이다.
핵폐기물 처리기술 진화…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석탄·석유보다 친환경
문제는 핵폐기물이다. 모든 것은 태우면 쓰레기를 남긴다. 음식물 쓰레기, 배설물 등이 대표적이다. 원자력에너지도 폐기물을 남긴다. 핵연료 자체에서 나오는 폐기물 외에 근무자의 작업복, 장갑, 신발, 모자, 물, 부품 등을 다 모아서 처리한다. 압축과정을 거친 뒤 쇠통 속에 보관한다. 핵연료는 핵분열을 일으킨 물질이어서 더 엄격하게 폐기물처리된다. 먼저 원자로에서 꺼낸 뒤 밀폐된 통로를 통해 물이 담긴 수조(수영장 같은)에 적어도 5년 이상 넣어둔다. 핵연료가 매우 뜨겁고 방사능 물질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5년 정도 지나면 핵연료는 식고 방사성 물질도 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핵연료를 30년 이상 물속에 넣어둔다. 핵연료를 보관할 장소를 많이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확보된 장소에 모아진 핵폐기물통은 300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된다. 이 저장고는 부식방지 처리 등을 다해서 깊은 지하에 지어지기도 한다.

이제 거꾸로 생각해보자. 원자력에너지를 전혀 사용치 않고 석유와 석탄, 가스로 전기를 만들 경우다. 원자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쓰는 국가들이 원자력이 무서워 석탄으로 전기 사용량 전부를 만들면 아마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게 뻔하다. 석탄이 무서워 나무를 때면 어떨까. 이산화탄소를 광합성에 활용하는 나무는 모조리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최악이다. 결국 우리는 아무 것도 쓰지 말고 겨울을 나는 원시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올바른 방법일까. 식량을 더 많이 생산해낼 생각을 하지 않고 굶는 것부터 생각하는 게 과연 옳은 처방일까. 어떤 환경주의자들은 사람이 멸망의 원인이라고 자학한다. 반대다. 사람이 근본자원이다. 사람의 지식으로 인류문명은 발전해 왔다. 명왕성까지 우주선을 날리는 제어기술이면 원자력에너지도 얼마든지 제어하며 사용할 수 있다. ‘원자력은 에너지다’ 시리즈 2부는 오는 11월부터 이어진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