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에너지다 - (1) 에너지의 역사
나무에서 원자력까지…문명은 에너지와 함께 진보한다
에너지의 진화는 인류 문명의 진화와 궤적을 같이 한다. 에너지 혁신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인류 문명은 존재할 수 없었다. 우리가 여전히 나무를 핵심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주변 산은 한 달도 안돼 민둥산이 될 것은 뻔하다. 자동차, 빌딩, 컴퓨터, 텔레비전, 의료, 휴대폰, 인쇄기, 영화관, 고층건물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새로운 에너지를 찾으려는 본능이 인류의 에너지를 근육, 나무, 석탄, 석유, 원자력으로 바꾸었다. 석기시대는 돌이 없어서 망한 것이 아니라 청동기술이 생겼기에 사라졌다. 나무 역시 석탄, 석유에 에너지원의 자리를 잃었다. 석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석유는 더 많이 발견되고 있을 뿐 아니라, 석유의 뒤를 이를 에너지가 나타날 것은 확실하다. ‘원자력은 에너지다’라는 시리즈는 석유고갈론은 물론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우리의 편견에 도전한다. 8회에 걸쳐 시리즈를 싣는다.
나무에서 원자력까지…문명은 에너지와 함께 진보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불의 기원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우리의 영웅 프로메테우스는 그 죄로 신의 미움을 산다. 그는 바위에 묶인 채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는다. 불은 신화에서 보면 매우 귀중한 신의 물건이었다.

우리의 조상들은 아마도 자연화재, 화산으로 생긴 불을 가져다 쓰게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어림잡아 200만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구석기 시대에 불이 처음 발견됐다는 게 중론이다. 인간의 뇌가 커지면서 신석기 시대에는 자연화재를 기다리지 않고도 직접 불을 만드는 원시적 도구를 썼다. 인류에게 불이 에너지원으로 다가오면서 문명은 대변화를 겪는다. 인류의 생활과 문화가 완전히 달라졌다. 체온을 유지하면서 이동할 수 있었고, 음식물을 익혀 먹어 단백질 등 영양분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게 됐다. 불은 ‘돌의 시대’인 구석기를 끝내고 청동기,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그릇, 무기, 농기구 등을 만드는데 폭넓게 쓰였다. 이로 인해 인류의 생산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산업혁명의 검은 돌’ 석탄

나무는 오랫동안 에너지원으로 이용됐다. 불로 열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주로 나무였다. 중세 역시 나무의 시대였다. 중세인들은 산에서 나무를 구해 썼다. 주변 산이 모두 민둥산으로 변했다. 점점 멀리서 나무를 구해야 하는 환경이 되자 비용이 급증했다. 나무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600년께 영국에서는 실제로 비상이 걸렸다. 목재가격이 급등해 대체에너지를 찾아야 했다. 나무 고갈론은 이 때 등장했다.

나무의 자리를 넘겨받은 것은 석탄이다. 물론 석탄이 발견된 것은 아주 오래 전이다. 기원전 315년 그리스 문헌은 석탄을 대장간의 원료로 사용한 기록을 담고 있다. 4세기 중국 문헌에는 석탄이라는 글자가 나타난다. 유럽에선 영국이 9세기, 독일이 10세기부터 석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석탄채굴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노천 탄광에 의존해야 했다.

석탄 활용도는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경제성과 효율성이 확인되자 채굴기술도 덩달아 진화했다. 산이 다시 푸르게 된 원인이 바로 에너지 변화에 있다. 에너지는 나무에서 석탄으로 바뀌었다.

석유 시대와 고갈론

석탄은 다시 석유에 밀렸다. 한 때 석탄을 이렇게 많이 쓰다간 인류가 망한다는 소리도 나왔었다. 영국 등 유럽 선진국들은 산업혁명이후 석탄을 많이 쓰자 석탄고갈로 산업이 올스톱할 것이라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당시 채굴기술로는 석탄을 채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석탄은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하지만 인류는 석탄을 구해줄 석유를 찾아냈다. 석유탐사 기술이 발전하자 석탄은 뒤로 밀렸다. 탐사기술 발달로 1500년 분의 석탄이 더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석탄은 석유보다 경제적이지 못했다. 석유는 석탄고갈론을 보기 좋게 밀어내버렸다.

석유는 기적의 에너지다. 비행기를 띄우는 기름으로, 플라스틱과 나일론을 만든 화학품으로, 고층 아파트를 데우는 열로 이용됐다. 산업의 발달로 석유 소비량은 점점 늘었다. 요즘 다시 석유고갈론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무슨 조화인지 석유 확인매장량은 매년 늘고 있다. 1914년 미국은 10년내 석유매장량이 바닥날 것이라고 예측하곤 우울해했다. 25년 뒤인 1939년 13년치 남았다고 했다. 1970년대, 1980년대도 비관론은 득세했다. 하지만 석유확인 매장량은 1980년 6000억 배럴, 1990년 1조 배럴로 늘었다.

원자력…미래가 달렸다

석유가 지금은 에너지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차세대 에너지는 원자력이다. 지금도 세계 각국은 원자력을 전기 생산 등에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원자폭탄 등 원자력에 대해 안좋은 선입견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석유, 석탄, 나무에 비해 위험하다는 인식은 편견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석유, 석탄 등 다른 에너지에 비해 경제성, 효율성, 안전성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원자력 발전은 핵분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에너지 효율성으로 따지면 원자력이 최고다. 한국수력원자력(주)에 따르면, 우라늄 1kg은 석유 9000드럼, 석탄 3000t과 같은 열량을 낸다. 매년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를 엄청나게 수입하는 한국으로선 원자력이 대안이다. 원자력은 이산화탄소 방출 등과 같은 환경문제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울진 월성 고리 영광 등 4곳에 원자력 발전소를 가지고 있다. 발전소 제어기술과 설계기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류의 기술진보 역사를 보면 원자력이 석유의 뒤를 이을 것은 확시해 보인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