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유층 자녀들
사우디 국비 장학생 '밀물'

유학생, 5년전보다 50% 증가
"美 정치·경제적 파워 원천"

中 33만·印14만…韓 8만여명
아시아 국가, 전체 76% 차지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최근 저서 ‘미국의 시대는 끝났는가(Is the American Century Over)’에서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환경오염, 고령화, 국영기업의 비효율성 등 내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올 수 없는 더 중요한 이유는 미국을 아주 독특하게 만드는 이민정책 등에 대한 개방성이 중국엔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나이 교수는 고(故)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이런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13억명의 두뇌를 이용할 수 있지만 미국은 전 세계 70억명의 두뇌를 이용할 수 있다.” 중국의 폐쇄성으로 인해 ‘지식 허브 경쟁력’에서 미국을 따라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포커스] '글로벌 지식 허브' 미국 대학…외국인 유학생 110만명 넘었다
◆미국 대학은 ‘인재 블랙홀’

미국의 개방성은 대학에서도 뚜렷이 확인된다. 26일 미 국토안보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미국에서 F-1 비자(학생 비자)를 받아 공부하는 외국 대학생(원)은 전년보다 14% 늘어난 113만2636명을 기록했다. 5년 만에 50%가 늘었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이 33만1371명(29%)으로 1위였으며 이어 인도(14만6336명), 한국(8만7384명), 사우디아라비아(8만941명), 일본(2만6187명) 등의 순이었다. 아시아 국가가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한국은 2008년(당시 12만명)까지 1위였지만 금융위기 이후 점차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2007년 7만명에서 33만명으로, 사우디는 당시 1만명에서 현재 8만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부유층 자녀들과 오일 부국인 사우디의 ‘국비 장학생들’이 미국에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학생이 가장 많은 대학은 서던캘리포니아대(USC·1만2480명), 퍼듀대(1만516명), 컬럼비아대(1만436명), 일리노이대 어버너-섐페인 캠퍼스(UIUC·1만352명), 뉴욕대(1만334명) 등이다.

나이 교수는 “미국의 경제적 파워와 소프트 파워는 우수한 두뇌를 끌어들이고 있는 대학의 경쟁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생들의 대부분은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해당 국가에서 보면 ‘두뇌 유출’이다. 인도 출신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와 인드라 누이 펩시 CEO는 모두 인도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에서 다시 대학(원)을 다닌 유학파다. 인터넷검색업체 야후 공동창업자인 제리 양은 10세 때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6세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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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유치 마케팅 나선 대학

연구 중심의 미국 대학들은 과거 장학금을 주면서 우수한 석·박사 학생을 유치해왔다. 그러나 최근 유학생 급증은 이런 전통적인 인재 유치 철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정부 지원금이 감소하면서 각 공립대학이 재정 확충을 위해 외국 학생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는 현재 6.5%인 외국인 학생 비율을 5년 안에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대학의 외국인 학부생 등록금은 연간 3만5231달러로 콜로라도주 거주 학생 등록금 1만971달러의 세 배에 달한다.

대학들이 ‘수지맞는’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미국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한 학부형은 “외국 학생을 많이 뽑는 바람에 미국 아이들 간 입시 경쟁률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장진모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