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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언어=기호'란 사실 알면 글 읽기 쉬워져요

    ‘물’은 아직 분화되지 않은 상태의 천지만물을 뜻한다. ‘실’은 ‘물’에서 분화된 각각의 개체이고, 이를 지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명’이다.(중략) 그(공손룡)는 ‘흰 말[白馬]은 말[馬]이 아니다.’라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앞세워 논의를 폈다. 그런 주장의 근거로, 우선 그는 ‘말[馬]’은 형체를 부르는 데 쓰는 단어이고 ‘희다[白]’는 색을 부르는 데 쓰는 단어인데, 흰 말은 말에 ‘희다’라는 속성이 함께하는 것이므로 말과 다르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말을 구할 때는 노란 말이든 검은 말이든 데리고 올 수 있지만 흰 말을 구할 때는 노란 말이나 검은 말을 데리고 올 수 없으니, 이를 통해 말과 흰 말이 다름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일상에서 흰 말이 있을 때 ‘말이 있다.’라고 하며 특정 속성이 지정되지 않은 ‘말’이라는 단어로 흰 말처럼 특정 속성을 가진 말[馬]을 지시하는 것에 대해, 공손룡은 ‘말’이라는 명과 ‘흰 말’이라는 명은 지시하는 실이 다르므로 그 용법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였다. 반면 후기 묵가는 ‘흰 말은 말이다. 흰 말을 타는 것은 말을 타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흰 말은 말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반대하였다. 후기 묵가는 어떤 실은 ‘이것’이라는 명에 의해 지시되면서 동시에 ‘저것’이라는 명에 의해서도 지시될 수 있다고 보았다. 흰 말은 흰 말이고 검은 말은 검은 말이지만 흰 말도 말이고 검은 말도 말이므로, 흰 말은 흰 말이면서 말이고 검은 말은 검은 말이면서 말이라는 것이다. 즉, 흰 말은 흰 말이라는 명과 말이라는 명으로, 검은 말은 검은 말이라는 명과 말이라는 명으로 지시될 수 있다. -2023학년도 교

  • 생글기자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형태론적 차이

    ‘그들이 달린다’는 한국어 문장을 영어로 작문하면 ‘They run’이 된다. 그런데 ‘달린다’의 현재형 선어말어미 ‘ㄴ’에 해당하는 요소가 영어에는 보이지 않는다. 동사 원형인 ‘run’에는 시제를 나타내는 요소가 없다. 여기서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 형태상 차이가 드러난다.언어를 형태에 따라 구분하면 크게 고립어, 교착어, 굴절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고립어는 어형 변화나 접사 없이 문장 속 위치와 어순에 따라 단어의 관계와 기능이 결정되는 언어다. 영어가 고립어에 속한다. 중국어도 대표적인 고립어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뜻의 ‘我’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뜻인 我를 비교해보면 단어 위치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교착어는 실질적 의미를 지닌 어근에 문법적 기능을 지닌 접사가 결합해 문장 속에서 단어의 관계와 기능이 달라지는 언어다. 한국어가 교착어에 속한다. ‘그들이 달린다’에서 보듯이 어간에 어떤 어미가 붙느냐에 따라 의미가 변화한다.굴절어는 교착어와 달리 어근과 접사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라틴어가 굴절어에 해당한다. 이누이트어나 마오리어가 속한 포합어도 있다. 동사를 중심으로 문장을 구성하는 요소가 앞뒤로 결합해 마치 문장 전체가 하나의 단어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 특징이다.이제 앞서 언급한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교착어인 한국어는 어미로 시제를 나타내지만 영어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임희연 생글기자 (용인외대부고 1학년)

  • 생글기자

    한국에서 만나는 독일 문화의 매력

    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우면서 독일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독일어는 격 변화와 명사의 성 변화 등 처음 배울 때 어려운 점이 많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며 느끼는 학습의 즐거움이 큰 언어다.독일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에서도 독일 관련 행사가 많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로 인해 열리지 못했던 행사들도 작년엔 대부분 재개됐다.블릭 움 블릭(blick um blick)은 우리말로 ‘마주치는 눈길’이란 뜻으로 한국독어독문학회가 주최하는 행사다. 고등학생 대상으로는 독후감을, 대학생 대상으로는 UCC와 소논문을 공모한다. 작년 주제는 ‘청년과 미래’였다.전국 고등학생 독일어 연극 영상 공모전 및 낭송대회도 있다. 독일어 연극 대사, 시, 동화 등을 연습해 참가할 수 있다. 독일어를 오래 배우지 않았더라도 열심히 연습한다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다. 독일어 낭송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어와 독일 문화를 배울 기회다.‘미래를 위해 함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주한독일문화원이 주최하는 행사다. 지난해에는 해양 생태계 보전과 육상생태계 보전을 주제로 열렸다. ‘베스트 비디오 상’과 ‘베스트 프로젝트 상’ 등 두 개 부문에서 상을 준다. 학생들이 팀을 꾸려 참가하는 행사로, 관심 있는 친구들과 함께한다면 리더십과 협동심도 기를 수 있다.이처럼 독일과 관련해 문학, 환경, 사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행사가 있다. 잘 활용한다면 독일 문화를 배우고 청소년 시기에 소중한 경험도 쌓는 기회가 될 것이다.이수아 생글기자(용인외대부고 1년)

  • 대학 생글이 통신

    해외 대학 진학에 필요한 교외활동…커뮤니티 가입 늘려야

    안녕하세요, 일본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21학번, 생글기자 13기 손예지입니다. 혹시 고향을 떠나 외국에서 타지살이하는 친구들이 있나요?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홈그라운드와 그렇지 않은 곳은 확연히 다르기 마련이에요. 혼자 외국에 나간 학생이라면 다른 언어로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벅찬데 어린 나이에 외국에서 홀로서기까지 하랴 더더욱 정신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은 고교 과정을 포함해 4년간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한 지금까지 저를 돌아보며 ‘정말 잘했다’ 또 ‘조금 아쉬웠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공유하려고 해요. 사람과 만남을 통해 커뮤니티를 확장해요우선 내가 속한 사회, 즉 커뮤니티(community)를 알아야 해요. 미국과 일본 대학 모두 교외활동을 자유로이 자기소개서에 기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외국 유학생은 얼마나 다양한 단체와 활동들이 있는지 한눈에 알기 힘들겠죠. 처음에는 당연할 수 있어요. 커뮤니티를 자세히 몰라 어디에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저의 경우 효과적인 교외활동을 위한 정보망 뚫기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이뤄졌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제가 모르는 정보를 듣고 또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활동 반경이 넓어지는 것을 경험했어요.그렇다면,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는 매개체는 무엇일까요? 저에게 첫 번째 매개체는 바로 언어였어요. 언어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한 필수 관문이에요. 모국어인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와 중국어를 할 줄 알았기에 각각의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과 만남이 가능했어요.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이후'와 '후'는 의미가 달라요

    말을 할 때 정교한 구별이 필요하다. 속담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말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우리말의 발전, 나아가 논리적·합리적 사고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하게 됐다. 언론들은 지난 3월3일자에서 이 소식을 전했다. 한은 역사에서 총재가 연임한 경우가 드물어 이 뉴스는 더욱 화제가 됐다. 김유택 전 총재(1951년 12월18일~1956년 12월12일)와 김성환 전 총재(1970년 5월2일~1978년 5월1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사례라고 한다. 이것을 짧게 “이 총재 연임은 김유택, 김성환 전 총재 이후 세 번째다”라고 말할 수 있다.‘이전/이후’는 기준 시점 포함해언론사에 따라 이를 조금 달리 표현한 곳도 있었다. “이 총재 연임은 김유택, 김성환 전 총재 이후 처음이다.” 이는 맞는 것일까? 어찌 보면 두 사람이 연임한 뒤로는 처음이니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동일한 문장에서 ‘처음’과 ‘세 번째’는 분명히 다르다. 둘 중 하나는 틀린 표현이지만 현실언어에서 우리는 이를 구별하지 않고 두루뭉술 섞어 쓰는 경향이 있다.‘이전(以前)/이후(以後)’와 ‘전/후’는 엄연히 다른 말이다. 가령 “그는 2010년 이후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라고 하면 2010년부터라는 뜻일까? 아니면 2011년부터를 뜻하는 것일까? 이전/이후는 ‘기준이 되는 때를 포함해’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2010년부터 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전/후’는 기준이 되는 때를 포함하지 않는다. ‘2010년 후’라고 하면 2011년부터를 가리킨다.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개념에 대한 이해는 글쓰기에서 매우 중요하다.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