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언어에 대한 이해
‘물’은 아직 분화되지 않은 상태의 천지만물을 뜻한다. ‘실’은 ‘물’에서 분화된 각각의 개체이고, 이를 지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명’이다.(중략)[지문 키워드] ‘실’은 … 각각의 개체이고, 이를 지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명’철수 쌤은 지식으로 글을 읽지 않고 언어로 글을 읽는다. 지식으로 읽으려면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해 두어야 글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언어는 달리기와 같다. 거의 모든 운동에서 달리기는 기본이다. 마찬가지로 글의 기본은 언어다. 물론 달리기를 잘한다고 해서 각각의 운동을 잘하는 것이 아니듯, 언어를 잘 이해한다고 해서 각 교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글을 이해하려면 언어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다.
그(공손룡)는 ‘흰 말[白馬]은 말[馬]이 아니다.’라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앞세워 논의를 폈다. 그런 주장의 근거로, 우선 그는 ‘말[馬]’은 형체를 부르는 데 쓰는 단어이고 ‘희다[白]’는 색을 부르는 데 쓰는 단어인데, 흰 말은 말에 ‘희다’라는 속성이 함께하는 것이므로 말과 다르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말을 구할 때는 노란 말이든 검은 말이든 데리고 올 수 있지만 흰 말을 구할 때는 노란 말이나 검은 말을 데리고 올 수 없으니, 이를 통해 말과 흰 말이 다름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일상에서 흰 말이 있을 때 ‘말이 있다.’라고 하며 특정 속성이 지정되지 않은 ‘말’이라는 단어로 흰 말처럼 특정 속성을 가진 말[馬]을 지시하는 것에 대해, 공손룡은 ‘말’이라는 명과 ‘흰 말’이라는 명은 지시하는 실이 다르므로 그 용법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였다.
반면 후기 묵가는 ‘흰 말은 말이다. 흰 말을 타는 것은 말을 타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흰 말은 말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반대하였다. 후기 묵가는 어떤 실은 ‘이것’이라는 명에 의해 지시되면서 동시에 ‘저것’이라는 명에 의해서도 지시될 수 있다고 보았다. 흰 말은 흰 말이고 검은 말은 검은 말이지만 흰 말도 말이고 검은 말도 말이므로, 흰 말은 흰 말이면서 말이고 검은 말은 검은 말이면서 말이라는 것이다. 즉, 흰 말은 흰 말이라는 명과 말이라는 명으로, 검은 말은 검은 말이라는 명과 말이라는 명으로 지시될 수 있다.
-2023학년도 교육청 전국 연합 학력 평가-
언어 이해의 기초가 되는 것은 언어가 기호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지문에서 ‘실은 … 각각의 개체이고, 이를 지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명’이라고 했는데, 이는 언어가 기호임을 단적으로 말한 것이다. 기호는 내용과 형식으로 이루어진 구조다. 따라서 ‘실’은 내용이고, ‘명’은 형식에 해당하는 말이다. 이를 이해했다면 다음과 같은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언어 기호가 기표와 기의의 결합체라고 할 때, 기표는 소리를 뜻하고 기의는 언어 기호에 의해 의미되는 개념을 뜻한다. 즉 기표는 언어 기호의 형태이고 기의는 언어 기호가 지시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기의’와 ‘기표’는 스위스의 언어학자인 페르디낭 드 소쉬르가 제시한 개념으로 ‘기표’, 즉 소리, 형태와 ‘기의’, 즉 개념, 내용은 각각 ‘명’과 ‘실’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언어가 기호라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은 그것이 언어 이해의 기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지문 키워드] ‘흰 말[白馬]은 말[馬]이 아니다.’ … 흰 말은 말에 ‘희다’라는 속성이 함께하는 것이므로 말과 다르다철수 쌤은 꾸미는 말은 꾸밈을 받는 말을 한정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글을 읽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내포, 즉 ‘속성’이라는 것은 외연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렇게 보면 분명히 속성이 다른 ‘말’[+Perissodactyla]과 ‘흰 말’[+Perissodactyla, +white]의 대상, 즉 외연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손룡이 “흰 말[白馬]은 말[馬]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말’이라는 명과 ‘흰 말’이라는 명은 지시하는 실이 다르므로 그 용법을 구분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은 옳은 말이다.[지문 키워드] “흰 말은 말이다. …” … 흰 말은 흰 말이라는 명과 말이라는 명으로, 검은 말은 검은 말이라는 명과 말이라는 명으로 지시될 수 있다철수 쌤은 추상적인 말과 구체적인 사례를 벤 다이어그램으로 이해하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지문의 “어떤 실은 ‘이것’이라는 명에 의해 지시되면서 동시에 ‘저것’이라는 명에 의해서도 지시될 수 있다”는 추상적인 진술은 ‘흰 말은 흰 말이면서 말이고 검은 말은 검은 말이면서 말’이라는 사례로 설명되어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이를 개념의 상하 관계를 고려해 이해할 수 있다. 하위 개념은 상위 개념에 포함되므로 내포, 즉 속성을 무시한다면 하위 개념은 상위 개념으로 지시될 수 있다. ‘흰 말’ ‘검은 말’이라는 하위 개념이 ‘말’이라는 상위 개념으로 말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언어 사용 습관이다. 이러한 언어 사용 습관을 고려해 후기 묵가는 “흰 말은 흰 말이라는 명과 말이라는 명으로, 검은 말은 검은 말이라는 명과 말이라는 명으로 지시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 것이다.포인트 1. 글을 잘 읽으려면 지식으로 읽지 말고 언어로 읽어야 한다.
2. 언어가 기호라는 사실을 알아야 언어를 잘 이해할 수 있다.
3. 언어는 소리, 형태와 개념, 내용으로 이루어진 구조이다.
4. 내포의 수가 늘어날수록 외연의 수는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