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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연필·우유·커피…'착한 가격'이 따로 있을까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에 매겨지는 가격을 둘러싼 갈등과 논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적정한 가격’ ‘과도한 가격’ ‘착한 가격’ ‘도덕적 가격’ ‘적정 이윤’ ‘과도한 이윤’이란 말은 모두 그런 갈등과 논쟁의 산물이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과도한 가격’ ‘과도한 이윤’을 몹시 싫어했다고 한다. 그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간상인과 대금업자를 특히 싫어했다. 이들은 특별하게 하는 일 없이 중간에서 돈을 번다고 생각했다. 중간상인이 없으면 우리는 생산자를 일일이 찾아가서 직접 필요한 많은 것을 사야 한다는 생각은 한참 뒤에 ‘기회비용’으로 설명됐다. 어떤 가격과 이윤이 ‘과도한’이고 ‘적정한’이고 ‘도덕적’일까?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정부가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낳았다. 생산해 파는 사람은 소수고, 사서 쓰는 사람은 다수이므로 정부는 다수의 편에 서야 한다는 생각도 ‘생각실험’에서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그 생각만큼 자연스러운 결과를 낳지 않는다.A국 정부가 시중에서 판매되는 300원짜리 연필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서 250원으로 내리겠다고 해보자. 시장가격 300원은 어떻게 나왔을까? 판매자가 그냥 300원이라고 하기 때문에 300원인 것이라고 하면 논리적인 대답이 아니다. 300원 안에는 정부조차 알기 어려울 만큼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연필 제조에 쓰이는 나무, 흑연, 고무, 철을 생산하고 운반하고 가공하고 만들고 판매하는 수많은 사람과 기계와 트럭과 배들이 투입된다(레너드 리드 교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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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K드라마·K시네마…'한강의 기적'이 한류를 키웠다

    우리가 물을 마실 때 물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근원을 한 번쯤 생각해봐야(음수사원·飮水思源) 한다. 그러면 물의 소중함이 와닿고 물을 아껴 쓰게 된다. 한류(韓流)도 비슷한 생각법과 관점으로 바라보자. 1980년대 이전엔 왜 K-Pop, K-Drama, K-Cinema와 같은 한류가 없었을까?넓은 관점에서 보면, 한류의 확산은 대한민국의 국력 성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대장금, 욘사마, 보아, 슈퍼주니어, 샤이니, 소녀시대, 싸이, 영화 기생충, BTS가 연이어 탄생한 밑바탕에는 한국 경제 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와 문화는 다른 영역이어서 직접적인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따질 수 없다는 의견이 있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세계 주류 문화를 이끄는 나라치고 못 사는 나라가 없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먼 과거에도 사정은 비슷했다.먹고살만해지면 대중이 문화를 찾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국 경제의 성장 과정을 숫자로 빠르게 훑어보자. 대한민국 헌법이 선포된 1948년 무역(수출+수입)액은 겨우 2억달러였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1967년 10억달러를 거쳐 1974년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1000억달러를 거쳐 2000년과 2005년에 3000억달러와 5000억달러를 각각 넘어섰다. 2011년 마침내 세계 아홉 번째로 1조달러를 찍었다.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에 이어 ‘무역 1조 클럽’에 가입한 나라가 됐다.국가 경제력이 치솟고 개인 소득이 증가하면서 더 많은 문화와 레저를 원하는 사회적 압력은 상승했다. ‘쌀독에서 인심과 도덕심이 길러지고, 지갑에서 문화가 꽃핀다’는 말은 100%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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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컬처는 어떻게 세계 정상에 올랐나

    한국의 문화 콘텐츠(K컬처)가 세계를 누비고 있다.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1위(9월 5일 기준)에 올린 뒤 2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올 2월 세계 최고 권위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K컬처가 세계 정상급 수준에 올라섰음을 보여준 것이다.핫100은 음원 스트리밍 횟수와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매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 순위를 집계하는 차트다. 앨범 전체의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200’ 정상을 네 차례 차지한 방탄소년단은 노래 한 곡만을 대상으로 해 경쟁이 더 치열한 핫100에서도 1위에 올라 빌보드 양대 차트를 모두 석권하는 대기록을 썼다. K팝과 K무비뿐 아니라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등 K컬처는 최근 세계 시장을 휩쓸며 ‘한류 4.0시대’를 꽃피우고 있다. 올 상반기 아이돌그룹 슈퍼엠과 NCT 127의 온라인 유료 콘서트에는 세계 7만5000명이 동시 접속했고,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는 동남아시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의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90%가 넘었다.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문화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103억3000만달러(약 12조원)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과 비교했을 때 섬유(129억6000만달러)에 이어 상위 12위에 올라서는 주요 수출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이 같은 한류의 성장은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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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이 사라지게 한 것들

    고교생 희수는 아침 일찍 휴대폰 알람소리에 잠을 깼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희수는 침대에 누운 채 유튜브로 최신 소식이 있는지 검색해 잠시 동영상을 봤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 네이버사전을 검색해 확인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스마트폰에 대고 ‘오늘 날씨를 알려줘’ 하고 말했더니 바로 상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등교길에 나선 희수는 공원을 지나다 축대 한켠이 올여름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무너져내린 것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안전신문고 앱에 사진을 올려 신고한 희수는 오늘도 공익을 위해 한 건 했다는 뿌듯함을 안고 학교에 도착했다.희수가 아침에 일어나서 등교할 때가지 한 많은 일은 모두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자명종 시계, TV, 전자수첩, MP3 플레이어, 카메라 등 다양한 기기가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휴대폰 하나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2007년 1월 애플의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은 진화를 거듭하며 수많은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시켰을 뿐 아니라 우리 생활양식도 근본적으로 바꿨다.기술 진화에 힘입어 인류의 삶은 더 풍요롭고 편리해졌다. 기존에 있던 제품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한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경쟁에 뒤처지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기존 제품을 생산하던 기업은 사라지고 해당 기업 종사자들도 일자리를 잃거나 새로운 분야로 옮겨가야 한다.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이를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기술혁신으로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변혁을 일으키면서 자본주의가 발전했다는 것이다. 신제품의 개발, 새로운 생산 방법의 도입, 신기술의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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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꾼 '창조적 파괴'…스마트폰의 다음 혁신은

    “사과(애플)보다 더 달콤하다.”최근 언론에 보도된 한 벤처기업인의 별세 소식이 사람들의 옛 기억을 끄집어냈다. 양덕준 전 레인콤 대표(69)는 2000년대 초반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를 내놓으며 세계시장을 휩쓸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세계 최대 가전쇼(CES)에서 최고 혁신 제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아이리버는 미국 애플이 2003년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소형화해 내놓으며 위기에 몰렸고, 사과를 깨물어 먹는 애플 비교광고를 내보내며 공격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팟이 컬러 화면, 비디오 보기 등 지금의 스마트폰에 해당하는 기능을 속속 추가하면서 아이리버는 속절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2007년 아이폰이 나온 이후에는 아이리버뿐 아니라 대부분 MP3 플레이어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스마트폰이 없앤 것들터치 스크린을 내장한 휴대전화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고안한 아이폰은 이후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앱)을 자유롭게 적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진정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 MP3 플레이어, 사진을 찍기 위해 디지털카메라를 각각 들고 다니던 사람들은 기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스마트폰에 열광했다. 스마트폰이 비교적 고가임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기존 제품들은 시장에서 퇴출됐다. 동영상 재생기인 PMP(portable media player), 전자수첩, 전자사전 등은 거의 사라졌고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션, 만보기, 계산기, 녹음기, 플래시, 게임기, 라디오 등 전자기기들은 오늘날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앨범, 알람시계, 달력, 수첩, 다이어리, 보청기, 광고전단 등 전자기기가 아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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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등 선진국, 연령·산업·지역별로 최저임금 구분 적용

     해외에선 어떻게 하나한국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다음 연도의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9명,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9명, 공익을 대표하는 공익위원 9명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3월 말 심의를 시작해 6월 29일까지 다음 연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의결해야 한다. 물론 올해도 그랬던 것처럼, 노사 간 의견 대립 등으로 6월 데드라인이 지켜지지 못하고 7월이 돼서야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때도 종종 있지만 말이다.그렇다면 세계 각국은 어떻게 최저임금을 결정할까. 물론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다. 한국과 비슷하게 경영계와 노동계 추천 인사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최저임금을 정하는 국가도 있고, 정부가 최저임금을 정해 아예 법에 명기해 놓은 나라도 있다. 산업별 임금협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정할 뿐 법정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아예 없는 나라도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이 대표적이다. 각국은 역사적으로 각기 다른 경제 발전을 해 오면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미국과 네덜란드는 법으로 정해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은 연방정부 또는 주정부가 입법을 통해 최저임금을 정한다. 연방정부 또는 주정부는 연방법인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 Act)’이나 각 주가 전문가 등의 자문과 생계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든 법령에 최저임금을 명시해 놓는다. 한국이 최저임금법에 최저임금 자체를 명시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최저임금위원회의 구성 및 심의)만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미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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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TO로 간 일본의 수출규제…한·일 갈등 2라운드 돌입

    한국의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12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일본 정부에 “(일본이 작년 7월 초) 수출규제를 취하면서 제기했던 세 가지 사유가 모두 해소됐다”며 “5월 말까지 수출규제 원상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밝혀 달라”고 공식 요구했다.일본 정부는 작년 7월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세 가지의 핵심 소재·부품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겉으로는 한국 정부의 무역 관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가 무기로 쓰일 수 있는 물자를 무기 제조 가능성이 있는 국가(북한 등)에 수출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수출 관리 조직 및 인력이 적으며, 한·일 양국의 수출 관리 정책 대화가 중단돼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한국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일본이 주장하는 수출규제 사유에 대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대외무역법을 개정해 전략물자의 수출 통제를 강화했고, 산업통상자원부 내부에 있는 무역안보 전담 조직을 확대했으며, 한·일 간 비공개 정책 대화를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5월 12일 브리핑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세 가지 사유가 해소됐다고 한 것은 이런 점들을 지칭했던 것이다.WTO에서 법리 다툼 본격화하지만 일본 정부는 “다양한 레벨에서 대화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했을 뿐 5월 말까지 수출규제 원상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사실상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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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바람' 타고 전기차는 질주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지난 5월 전기차 1만1496대를 수출했다. 같은 달 전체 수출 차량(9만5400대)의 12.1%에 달한다. 수출차 10대 중 1대꼴이다. 올 들어 5월까지 전기차 수출은 4만2021대로 전년보다 64.1%나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전기차 수출은 사상 처음 10만 대를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국내 도로를 질주하는 전기차도 늘고 있다. 작년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는 4만6966대로 집계됐다. 전기차 태동기인 2011년(338대)과 비교해 150배 가까이 늘었다. 10년 동안 전기차 누적 판매대수도 10만 대를 넘어섰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00㎞에 달하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406㎞)과 GM 쉐보레볼트(414㎞)의 등장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된 결과다.20여 분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3세대 전기차’가 등장하면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19년 200만 대였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엔 850만 대, 2040년에는 5400만 대에 달할 전망이다.현대차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앞다퉈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9조7000억원을 전동화 기술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폭스바겐그룹은 2024년까지 330억유로(약 45조원)를 전동화 부문(E모빌리티)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GM도 2025년까지 200억달러(약 25조원)를 전기차 개발에 쓸 계획이다.전기차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배터리를 놓고도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LG화학과 파나소닉, CATL 등 배터리 제조사들의 경쟁에 테슬라와 GM 등 자동차 제조사들까지 ‘참전’을 선언했다. GM은 LG화학과 함께 개발한 차세대 배터리 얼티움을 새 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