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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다른 사람과의 대조를 통해 드러나는 '나'의 개성

    어떤 친구는 마당에 피는 꽃이 백 가지도 넘는다고 해서 부러워했는데 이런 것까지 쳐서 백 가지냐고 기막힌 듯이 물었다. 듣고 보니 내가 그런 자랑을 한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그 친구는 아마 기화요초가 어우러진 광경을 상상했었나 보다. 내가 백 가지도 넘는다고 한 것은 복수초 다음으로 피어날 민들레나 제비꽃, 할미꽃까지 다 합친 수효다. 올해는 복수초가 1번이 되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산수유가 1번이었다. 곧 4월이 되면 목련, 매화, 살구, 자두, 앵두, 조팝나무 등이 다투어 꽃을 피우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날짜를 달리해 순서대로 피면서 그 그늘에 제비꽃이나 민들레, 은방울꽃을 거느린다. … (중략) … 이렇게 그것들을 기다리고 마중하다 보니 내 머릿속에 출석부가 생기게 되고, 출석부란 원래 이름과 함께 번호를 매기게 되어 있는지라 100번이 넘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름을 모르면 100번이라는 숫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들이 순서를 지키지 않고 멋대로 피고 지면 이름이 궁금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내가 출석을 부르지 않아도 그것들은 올 것이다. 그대로 나는 그것들이 올해도 하나도 결석하지 않고 전원 출석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것들이 뿌리로, 씨로 잠든 땅을 함부로 밟지 못한다. 그것들이 왕성하게 자랄 여름에는 그것들이 목마를까봐 마음 놓고 어디 여행도 못 할 것이다. 그것들은 출석할 때마다 내 가슴을 기쁨으로 뛰놀게 했다. 100식구는 대식구다. 나에게 그것들을 부양할 마당이 있다는 걸 생각만 해도 뿌듯한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사치를 해도 되는 것일까. 괜히 송구스러울 때도 있다.그것들은 내가 기다리지 않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사랑 이야기의 주 메뉴는 상사병과 조력자, 그리고 행복한 결말

    [앞부분의 줄거리] 명나라 효종 때 김생이라는 선비는 길가에서 영영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영영을 만날 궁리를 하던 김생은 영영의 이모인 노파에게 가 자신의 사정을 말한다.노파는 김생보다 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도련님은 그 애를 만나는 것조차 어려울 것입니다.”“그건 무슨 말이요?”“그 애는 회산군(檜山君)의 시녀입니다. 궁중에서 나고 자라 문밖을 나서지 못합니다.” <중략>“영영은 자태가 곱고 음률이나 글에도 능통해 회산군께서 첩으로 삼으려 하신답니다. 다만 그 부인의 투기가 두려워 뜻대로 못할 뿐이랍니다.”김생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탄식하였다.“결국 하늘이 나를 죽게 하는구나!”노파는 김생의 병이 깊은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중략>“단오가 한 달이 남았으니 그때 다시 작은 제사상을 벌이고 부인에게 영아를 보내 주십사고 청하면 그리될 수도 있습니다.”김생은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할머니 말대로 된다면 인간의 오월 오일은 곧 천상의 칠석이오.”김생과 노파는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영영을 불러낼 계획을 세웠다. <중략>영영을 그리는 마음은 예전보다 두 배나 더 간절하였다. 그러나 청조가 오지 않으니 소식을 전하기 어렵고, 흰기러기는 오래도록 끊기어 편지를 전할 길도 없었다. 끊어진 거문고 줄은 다시 맬 수가 없고 깨어진 거울은 다시 합칠 수가 없으니, 가슴을 졸이며 근심을 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이룬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가운데 부분의 줄거리] 병이 든 김생을 찾아온 친구, 이정자는 김생의 자초지종을 듣고 자신의 고모이기도 한 회산군의 부인을 찾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난해한 함수 관계, 국어 능력 신장을 위해 넘어야 할 산!

    기업 입장에서 한계비용은 상품 생산량을 한 단위 증가시키는 데 추가로 드는 비용이며, 한계수입은 상품을 한 단위 더 생산해 판매할 때 추가로 얻는 수입이다. 완전경쟁시장에 있는 기업이라면 상품의 시장 가격 그 자체가 한계수입이 된다. <중략> 기업이나 소비자는 시장에서 결정된 상품 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 가격이 기업의 한계수입이 된다. 상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시장 수요가 증가해 상품 가격이 오른다면, 한계수입도 그만큼 동일하게 오른다.생산을 계속할 때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기업은 한계비용과 한계수입이 일치하도록 생산량을 조절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한계비용이 한계수입보다 큰 경우에는 상품 생산량을 한 단위 더 줄일 때 그로 인해 추가로 절약되는 비용이 줄어들 수입보다 크므로 생산량을 줄여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한계수입이 한계비용보다 큰 경우에는 생산량을 늘려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중략>이 기업은 평균비용을 상품의 시장 가격과 비교해 보고 만약 가격이 평균비용곡선의 최저점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생산량이 얼마이든 그 가격에 상품을 판매해 봤자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다면 투입된 총비용을 전부 회수해 손실 발생을 막는 것이 이 기업에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다.2020학년도 09월 교육청 전국연합평가 …을 한 단위 증가시키는 데 추가로 드는 …을 한 단위 더 …할 때 추가로 얻는함수는 수학에서 다루는 개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국어를 잘하고 싶어? 그럼 책을 많이 읽어. 책을 많이 읽을수록 국어를 잘하게 돼’라고 말한다. 이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양반들이 어부(漁父)가 된 이유는?

    석양(夕陽)이 비꼈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돛 내려라 돛 내려라(이하, 후렴구 생략)버들이며 물가의 꽃은 굽이굽이 새롭구나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이하, 후렴구 생략)삼공(三公)을 부러워하랴 만사(萬事)를 생각하랴 <춘(春) 6>궂은 비 멎어 가고 시냇물이 맑아 온다낚싯대 둘러메니 깊은 흥(興)을 못 금(禁)하겠다연강(煙江) 첩장(疊)*은 뉘라서 그려낸고 <하(夏) 1>물외(物外)에 조 일이 어부 생애 아니러냐어옹(漁翁)을 ?디 마라 그림마다 그렷더라사시(四時) 흥(興)이 가지나 추강(秋江)이 으뜸이라 <추(秋) 1>물가의 외로운 솔 혼자 어이 씩씩고험한 구름 (恨)치 마라 세상(世上)을 가리운다파랑성(波浪聲)을 싫어 마라 진훤(塵喧)*을 막 난도다 <동(冬) 8>*첩장: 겹겹이 둘러싼 산봉우리. * 진훤: 속세의 시끄러움.윤선도,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물가…시냇물…낚싯대…연강(煙江)…어부 생애…어옹(漁翁)…추강(秋江)…물가…파랑성(波浪聲)조선 문학에 많이 나오는 공간적 배경 중에 하나가 물가, 강, 호수이다. 이 공간들은 자연의 세계를 대표하는 것인데, 그 속에 있는 시적 화자는 자신을 ‘어부’, ‘어옹(漁翁)’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고된 노동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한가로운 여유와 유유자적(悠悠自適: 속세를 떠나 아무 속박 없이 자기 마음대로 자유롭고 마음 편히 삶)을 누리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낚싯대’는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유로운 강태공의 여유를 보여주는 소재다. ‘파랑성(파도 소리)’이 들려오는 ‘연강(안개 자욱한 강)’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하는 모습은 조선 문학에서 흔히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개념에도 가족처럼 부모·자식·형제자매가 있어요

    주기억장치는 ‘워드(word)’ 단위로 데이터가 저장되고 캐시 기억장치는 ‘블록(block)’ 단위로 데이터가 저장된다. 이때 워드는 비트(bit)*의 집합이고 블록은 연속된 워드 여러 개의 묶음을 말한다. 주기억장치의 데이터가 캐시 기억장치에 저장되는 장소를 ‘라인(line)’이라고 한다. 캐시 기억장치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라인에 하나의 블록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주기억장치에서 캐시 기억장치로 데이터를 전송할 때에는 블록 단위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캐시 기억장치의 용량은 주기억장치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주기억장치의 블록 중에서 일부만 캐시 기억장치에 저장될 수 있다. 그러므로 캐싱을 위해서는 주기억장치의 여러 블록이 캐시 기억장치의 하나의 라인을 공유하여 사용해야 한다.예를 들어 어떤 컴퓨터의 주기억장치의 데이터 용량을 워드 2n개, 캐시 기억장치의 데이터 용량을 워드 M개라고 가정해 보자. 이때 주기억장치의 블록 한 개가 K개의 워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면 이 주기억장치의 총 블록 개수는 2n/K개가 되며 각 워드는 n비트의 주소로 지정된다. 그리고 캐시 기억장치의 각 라인은 K개의 워드로 채워지므로 캐시 기억장치에는 총 M/K개의 라인이 만들어진다.*비트: 컴퓨터에서 정보를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 2진수의 0 또는 1이 하나의 비트.<2020학년도 9월 교육청 전국연합평가> ‘워드(word)’ 단위로…‘블록(block)’ 단위로…워드는 비트(bit)의 집합…블록은…워드…의 묶음‘A 단위로 B’라는 어구에서 A는 B라는 개념을 구분하는 말이다. 사람들을 동민, 구민, 시민 등으로 구분하듯이 ‘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소설의 단골 소재는 '성장'…그건 갈등과 깨달음의 열매!

    나는 깨진 단지를 눈으로 찬찬히 확인하는 순간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어찌 떨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 단지의 임자가 욕쟁이 함경도 할머니임에 틀림없음에랴! 이 베락 맞아 뒈질 놈의 아새낄 봤나, 하는 욕설이 귀에 쟁쟁해지자 등 뒤에서 올라온 뜨뜻한 열기가 목덜미와 정수리께를 휩싸며 치솟아 올라 추운 줄도 몰랐다. 눈을 비비고 또 비볐지만 이미 벌어진 현실이 눈앞에서 사라져 줄 리는 만무했다.집 안팎에서 귀청이 떨어져라 퍼부어질 지청구와 매타작을 감수하는 게 상수인 듯싶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첫길이라고 일부러 발끝에 힘을 주어 제겨 딛고 가느라 우리 집 앞에서 변소 앞까지 뚜렷이 파인 눈 위의 내 발자국은 요즘 말로 도주 및 증거 인멸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봉쇄하고 있는 터였다. <중략> 나는 울기 전에 최후의 시도를 하기로 맘먹었다. 우랑바리나바롱나르비못다라까따라마까뿌라냐……손오공이 부리는 조화를 기대하며 입속으로 주문을 반복해서 외었다.[중략 부분의 줄거리] 눈사람을 만들어 깨진 단지를 숨기고, 혼날 것을 두려워한 나는 가출을 한 후 여러 곳을 방황하다 해질녘에 집으로 돌아온다. 눈사람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혼낼 줄로 알았던 집 안 사람들은 나에게 무심한 채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들의 일만 한다.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가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짐작하고 또 생각하는 세계하고 실제 세계 사이에는 이렇듯 머나먼 거리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 거리감은 사실이 세계는 나와는 상관없이 돌아간다는 깨달음, 그러므로 나는 결코 주변으로 둘러싸인 중심이 아니라는 아슴프레한 깨달음에 속한 것이었다. <중략>그러고는 어른처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개념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구별하는 훈련 쌓아야

    아렌트가 제기하는 핵심 문제는 바로 행위의 가능성이다. 아렌트는 인간의 활동으로 ‘노동’, ‘작업’, ‘행위’를 제시하고 이 세 가지 활동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인간의 실존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노동은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물적 활동이다. 노동은 자기 보존의 수단일 뿐이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생산과 소비의 끊임없는 순환 과정 속에 종속된 것이다. 작업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삶의 편의를 위해 물건과 결과물을 만드는 것으로 자연과 구분되는 인간 세계를 구축하는 활동이다. 마지막으로 행위는 다른 존재들과 상호소통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으로 다수의 사람들과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의미한다. 그녀는 행위가 노동, 작업과 달리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오직 행위만이 타인의 지속적인 현존을 전제 조건으로 삼는다고 밝힌다. 그리고 노동과 작업을 사적인 것으로, 행위를 공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을 공적 영역으로 규정한다. <2020학년도 9월 교육청 전국연합평가> 인간의 활동… ‘노동’, ‘작업’, ‘행위’… 인간의 실존을 가능하게‘A(으)로 B, C, D를 제시하다’와 같은 어구는 A의 종류 또는 구성 요소로 B, C, D가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A는 상위 개념, B, C, D는 하위 개념이 된다. 그럴 경우 [A]와 같이 개념 사이의 상하관계를 고려해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A는 B를 가능하게 하다’와 같은 문장은 A가 B의 방법이거나 원인이 된다. 이를 고려하면 위 내용은 [A]를 확장하여 [B]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실존(實存, 실제 실/있다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시 감상의 첫걸음은 시적 상황 파악…그때 시인의 마음은?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우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훌훌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든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 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윤동주 <눈 오는 지도>이 시와 같이 ‘떠난다’라는 말이 직접 나오면 우리는 시인에게 감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를 감상할 때 중요한 것이 시적 상황인데, 우리는 이 시에서 어렵지 않게 이별이라는 시적 상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뒤에 나오는 ‘가는’ 또한 이별을 알려주는 시어이다. 그뿐이랴! ‘아무도 없다’, 즉 부재의 의미를 갖는 시구나, ‘잃어버린’, 즉 상실의 의미를 갖는 시어에도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사별이니, 부재(不在)니, 상실이니, 결핍(缺乏)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이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시인은 친절하게도 이별의 상황을 알려주는 시어들을 여기저기 배치해 놨다.이별이라는 시적 상황을 말하고 있는 시의 경우 슬픔의 정서를 어느 부분에서 드러냈는지를 찾아야 한다. 그렇기에 이 시에 ‘슬픈’이라는 시어가 직접 사용된 것이 또다시 고맙다. 그런데 어떤 상황이나 정서를 직접 말하기만 한다면 독자들은 시인에게 감사할지언정 감탄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