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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성리학의 인간관을 담은 시가 … <보기>의 설명 이해가 우선!

    연하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아/…/… 허물이나 업고쟈 … 고인을 못 봐도 가던 길 앞에 잇네/가던 길 앞에 잇거든 아니 가고 엇절고고전 시가 중에 당대의 철학적 이념을 반영한 것도 있다. 그런 시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에 출제될 것에 대비해 그 철학적 배경을 알아두어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다. 수능 국어는 말 그대로 학생의 국어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지, 철학 지식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철학적 배경을 알아야만 해석되는 작품이라면 그것을 <보기>로 제시해 설명해 준다. 학생들은 <보기>를 이해만 하면 된다.이 작품이 출제될 때 단골로 제시되는 설명이 ‘성리학적 수양 과정의 형상화’이다. 그러면서 ‘자연 속에 살며 인간의 선한 본성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뜻이, … 선한 본성 회복을 위해 학문에 힘쓰겠다는 의지가 나타나’, ‘옛 성인의 행적을 본받아 순수한 본성을 최대한 발현하기를 바라는 마음’ 등이 구체적 설명으로 제시되곤 한다. 이런 설명을 사전에 외워두는 것이 아니라 <보기>로 접했을 때 이해하는 것이 국어 능력이다.‘연하(煙霞: 안개와 노을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고요한 산수의 경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는다는 것은 자연 속에 사는 삶을 말한다. 그 속에서 ‘허물이나 업고쟈’라고 한 것은 인간의 선한 본성을 회복하려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고인… 가던 길 …/… 아니 가고 엇절고’는 ‘옛 성인의 행적을 본받아 순수한 본성을 최대한 발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구절이다. 이 작품에서 고인(古人)은 고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이야기를 담은 시를 통해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루다

    (가)노래는 심장에, 이야기는 뇌수에 박힌다처용이 밤늦게 돌아와, 노래로써아내를 범한 귀신을 꿇어 엎드리게 했다지만(중략)노래하고 싶은 시인은 말 속에은밀히 심장의 박동을 골라 넣는다그러나 내 격정의 상처는 노래에 쉬이 덧나다스리는 처방은 이야기일 뿐이야기로 하필 시를 쓰며뇌수와 심장이 가장 긴밀히 결합되길 바란다.- 최두석, 『노래와 이야기』 -(나)돌담으로 튼튼히 가려 놓은 집 안엔 검은 기와집 종가가 살고 있었다. 충충한 울 속에서 거미 알 터지듯 흩어져 나가는 이 집의 지손(支孫)들. 모두 다 싸우고 찢고 헤어져 나가도 오래인 동안 이 집의 광영(光榮)을 지키어 주는 신주(神主)들은 대머리에 곰팡이가 나도록 알리어지지는 않아도 종가에서는 무기처럼 아끼며 제삿날이면 갑자기 높아 제상(祭床) 위에 날름히 올라앉는다. (중략) 한참 쩡쩡 울리던 옛날에는 오조 할머니 집에서 동원 뒷밥을 먹어왔다고 오조 할머니 시아버니도 남편도 동네 백성들을 곧-잘 잡아들여다 모말굴림도 시키고 주릿대를 앵기었다고. 지금도 종가 뒤란에는 중복사 나무 밑에서 대구리가 빤들빤들한 달걀귀신이 융융거린다는 마을의 풍설. 종가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 일을 안 해도 지내 왔었고 대대손손이 아-무런 재주도 물리어받지는 못하여 종갓집 영감님은 근시 안경을 쓰고 눈을 찝찝거리며 먹을 궁리를 한다고 작인(作人)들에게 고리대금을 하여 살아 나간다.- 오장환, 『종가』 - 노래는 심장에, 이야기는 뇌수에 박힌다 … 처용이 밤늦게 돌아와, 노래로써/아내를 범한 귀신을 꿇어 엎드리게 했다지만/ … /… 말 속에/은밀히 심장의 박동을 골라 넣는다운문과 산문은 어떻게 다른가?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극 속의 극…실타래처럼 엮인 배우, 인물, 관객의 관계를 풀어야

     세조: … 저희가 그 옛날 사람들의 입장으로 돌아가 … 세조: 잘 안 되는데요. … 세조: (서류를 들썩이며) 피곤한가?연극에서 ‘객석’과 구분되는 ‘무대’는 ‘극’이 전개되는 공간이다. 극은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객석에 있는 ‘관객’은 극 밖에서 극을 보는 사람들이다. 관객은 배우가 극에서 인물로 등장했을 때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을 배우로 보지 않고 인물로 여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극중극의 구조를 보인다. 즉 극 속에 또 다른 극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틀극 속에 내부극이 삽입돼 있다고 한다. (가)는 일반 극이고, (나)는 극중극이다.극중극인 경우 배우, 인물, 관객의 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가)와 달리 (나)의 인물 B, C는 틀극에 있다가 각각 내부극의 인물 D, E가 된다. 물론 D, E는 각각 B, C로 되돌아갈 수 있다. 한 배우가 틀극과 내부극을 오가며 여러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다. 윗글에서 ㉠~㉢의 ‘세조’를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 ㉡은 틀극의 인물이고, ㉢은 내부극의 인물로서 ㉢은 ㉠, ㉡과 같은 배우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다. (이 작품에서 ‘학자’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학생’이지만, 여기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배우’라고 하겠다.) ㉡의 ‘잘 안 되는데요’는 틀극에서 배우라는 인물이 ‘학자’의 지시에 따라 내부극의 세조라는 인물이 되려 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틀극의 배우라는 인물로 다시 돌아와 한 말이다. 학자: … 세조 역은 자네가 맡도록 하게. … 정찬손: (손으로 스위치를 끄는 시늉을 한다.) … (세조와 숙주를 제외한 사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수와 비율을 이해하는 것도 국어 능력, 포기하지 말자!

    무역할 재화, 즉 교역재가 상대적 우위를 가지려면 생산비를 줄여야 한다. 생산비란 어떤 제품 1단위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 즉 노동소요량을 시간당 임금과 곱한 값이므로 각국은 기술력을 높여 노동소요량을 줄이거나 값싼 노동력으로 임금을 줄임으로써 상대적 생산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중략>상대적 임금이란 자국의 임금을 상대국의 임금으로 나눈 값이고, 상대적 생산성 우위란 상대국의 노동소요량을 자국의 노동소요량으로 나눈 값인데, 각국은 상대국에 대한 자국의 상대적 생산성 우위가 자국의 상대적 임금보다 높은 제품에 생산비 우위를 갖게 된다. 그리고 각국은 이렇게 상대적 생산비 우위를 갖는 제품을 상대국에 수출하게 된다.<중략>- 2021학년도 교육청 전국연합학력 평가 - 생산비란 …을 …과 곱한 값… 상대적 임금이란 …을 …으로 나눈 값… 상대적 생산성 우위란 …을 …으로 나눈 값‘와, 비가 내리네!’와 달리, ‘비가 많이 오네.’는 양을 헤아린 말이다. 어떤 양을 헤아리면 수치를 매길 수가 있는데, 이를 정량화(定量化)라고 한다. ‘비가 OO㎜ 온다.’와 같은 말은 후자를 정량화해서 말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정량화를 세밀하게 하지 않는다. ‘아주, 꽤, 조금, 아주 조금’ 등의 어휘로도 나타낼 수 있는 차이만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학, 과학, 사회학, 경제학 등의 글에서는 그 어휘만으로는 세밀한 차이를 말하는 데 부족하므로 정량화를 세밀하게 한다.한편, ‘철수 샘은 아들보다 키가 작다’라는 말은 철수 샘의 키와 아들의 키라는 두 대상의 비교, 즉 대상들을 상대적으로 인식하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달과 꿈을 통해 표출…독수공방의 슬픔과 임 향한 그리움

    이때는 추구월(秋九月) 보름 때라. 월색은 명랑하여 남창에 비치었고, 공중에 외기러기 옹옹한 긴 소리로 짝을 찾아 날아가고, 동산의 송림 간에 두견이 슬피 울어 불여귀를 화답하니, 무심한 사람도 마음이 상하거든 독수공방에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송이야 오죽할까. 송이가 모든 심사 잊어버리고 책상머리에 의지하여 잠깐 졸다가 기러기 소리에 놀라 눈을 뜨고 보니, 남창 밝은 달 발허리에 가득하고 쓸쓸한 낙엽성은 심회를 돕는지라. 잊었던 심사가 다시 가슴에 가득하여지며 눈물이 무심히 떨어진다. 송이가 남창을 가만히 열고 달빛을 내다보며 위연탄식하는데, “달아, 너는 내 심사를 알리라. 작년 이때 뒷동산 명월 아래 우리 님을 만났더니, 달은 다시 보건마는 님은 어찌 못 보는고. 그 옛날 심양강 거문고 뜯던 여인은 만고문장 백낙천(萬古文章白樂天)을 달 아래 만날 적에 마음속에 맺힌 말을 세세히 풀었건만, 나는 어찌 박명하여 명랑한 저 달 아래서 부득설진심중사(不得說盡心中事)하니 가련하지 아니할까.” (중략)아득한 정신은 기러기 소리를 따라 멀어지고 몸은 책상머리에 엎드렸더니, 잠시간에 잠이 들어 주사야몽(晝思夜夢) 꿈이 되어 장주(莊周)의 나비같이 두 날개를 떨치고 바람 좇아 중천에 떠다니며 사면을 살피니, 오매불망하던 장필성이 적막 공방에 혼자 몸이 전일의 답시(答詩)를 내놓고 보며 울고 울고 보며 전전반측 누웠거늘, 송이가 달려들어 마주 붙들고 울다가 꿈 가운데 우는 소리가 잠꼬대가 되어 아주 내처 울음이 되었더라.- 작자 미상, ‘채봉감별곡’ - 남창 밝은 달…심회를 돕는지라…달아, 너는 내 심사를 알리라…명월 아래 우리 님

  • 학습 길잡이 기타

    ☞ 포인트

    “… 듣기에 따라서는 궤변 같지만 그분은 남하구 다른 묘한 철학을 지니구 계셨습니다.” “그걸 한번 들려줄 수 없소?” “그분은 세상이 어지럽구 더러울 때는 그것을 구하는 방법이 한 가지밖에 없다구 하셨습니다. 세상을 좀 더 썩게 해서 더 이상 그 세상에 썩을 것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걸 썩지 않게 고치려구 했다가는 공연히 사람만 상하구 힘만 배루 든다는 것입니다. ‘모두 썩어라, 철저히 썩어라’가 그분이 세상을 보는 이상한 눈입니다. … 그분은 사람만이 지닌 이상한 초능력을 믿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은 온갖 악행에도 불구하고 자기 스스로를 송두리째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철저히 썩어서 더 썩을 것이 없게 되면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언젠가는 스스로 자구책을 쓴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 자기 생각을 부정(不正)의 미학이라는 묘한 말루 부르시기두 했습니다.” “… 그분을 언제나 ‘미련한 놈’이라구만 부르셨습니다.” 오일규다. “… 그 미련한 놈이 죽어 버렸으니 자기도 앞으로는 미련하게 살밖에 없노라구 하셨습니다. 당신이 미련하다고 말씀하는 건 우습게 들리시겠지만 착한 일을 뜻하시는 것이었습니다.” “… 이곳에 오신 후로는 그분은 거의 남을 위해서만 사셨습니다. 제가 생명을 구한 것두 순전히 그분의 덕입니다.” 나는 다시 기범이 지껄였던 과거의 요설들이 생각난다. 세상을 항상 역(逆)으로만 바라보던 그의 난해성이 또 한 번 나를 혼란 속에 빠뜨린다. 그는 어쩌면 이 세상을 역순(逆順)과 역행(逆行)에 의해 누구보다 열심으로 가장 솔직하게 살다 간 것 같다. 그에게 악과 선은 등과 배가 서로 맞붙은 동위(同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넌 개념에서 뭘 생각하니? 난 그 속성과 사례를 생각해

    야구공을 던지면 땅 위의 공 그림자도 따라 움직인다. 공이 움직여서 그림자가 움직인 것이지 그림자 자체가 움직여서 그림자의 위치가 변한 것은 아니다. 과정 이론은 이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과정은 대상의 시공간적 궤적이다. 날아가는 야구공은 물론이고 땅에 멈추어 있는 공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기에 시공간적 궤적을 그리고 있다. 공이 멈추어 있는 상태도 과정인 것이다. 그런데 모든 과정이 인과적 과정은 아니다. 어떤 과정은 다른 과정과 한 시공간적 지점에서 만난다. 즉, 두 과정이 교차한다. 만약 교차에서 표지, 즉 대상의 변화된 물리적 속성이 도입되면 이후의 모든 지점에서 그 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과정이 인과적 과정이다.가령 바나나가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과정 1이라고 하자. a와 b의 중간 지점에서 바나나를 한 입 베어 내는 과정 2가 과정 1과 교차했다. 이 교차로 표지가 과정 1에 도입되었고 이 표지는 b까지 전달될 수 있다. 즉, 바나나는 베어 낸 만큼이 없어진 채로 줄곧 b까지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과정1은 인과적 과정이다. 바나나가 이동한 것이 바나나가 b에 위치한 결과의 원인인 것이다. 한편, 바나나의 그림자가 스크린에 생긴다고 하자. 바나나의 그림자가 스크린상의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움직이는 과정을 과정 3이라 하자. 과정 1과 과정 2의 교차 이후 스크린상의 그림자 역시 변한다. 그런데 a′과 b′사이의 스크린 표면의 한 지점에 울퉁불퉁한 스티로폼이 부착되는 과정4가 과정3과 교차했다고 하자. 그림자가 그 지점과 겹치면서 일그러짐이라는 표지가 과정 3에 도입되지만, 그 지점을 지나가면 그림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늙지 않는 인간이 어디 있으리? 그러니 탄로가를 부를 수밖에…

     구만 리(九萬里) 장천(長天)…/… 이 몸을 수이 늙게, 산쳔도 변거든 낸들 아니 늙을쇼냐, 청산이 녜 얼골 나노매라/ 귀밋테 해무근 서리 녹을 줄을 모른다‘늙음’은 인간이 피할 수 없고 인간 감정을 흔들어 놓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조상들의 노래들도 많다. 그 노래들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우선 자연(물)을 이용한 표현이 많다는 것이다.(가)에서 ‘장천(長天)’, 즉 끝없이 잇닿아 멀고도 넓은 하늘이 ‘수이 늙’는 ‘이 몸’과 대비되고 있다. ‘구만 리’나 되어 무한히 지속되는 자연물인 하늘과 달리 인간은 유한한 존재인 것이다. 늙음을 자연과 인생의 대비로 표현한 (가)와 달리 (나)에서는 ‘산쳔도 변’는 것처럼 ‘나’ 또한 늙는다고, 둘 사이의 유사점을 이용해 표현했다. ‘청산(푸른 산)’이었다가 ‘황산(누런 산)’이 된 것은 청춘을 지나 늙음과 같다는 것이다. 푸른색은 젊음을, 누런색은 늙음을 표현한 것은 예부터 있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다)에서는 자연과 인생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이용하였다. ‘동풍(東風, 동쪽에서 부는 바람으로 봄철에 불어옴.)’이 불기 전후로 산은 달라진다. ‘적설(積雪)’에 의해 흰색이었다가 봄바람이 불자 ‘청산’이 되어 푸르게 변한 것이다. 그런데 눈은 ‘서리’와 흰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 흰색은 ‘귀밋테 해무근’이라는 말과 함께, 백발(白髮)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적설’의 산과 흰 머리의 인간과 유사한 것이다. 그러나 산과 인간은 다르다. ‘적설’은 녹지만 ‘서리’는 녹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