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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창출 → 사회적 책임 → ESG…기업의 책임도 진화한다
기업들은 오랜 세월 이익과 효율을 강조했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경영자는 법률이 요구하는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윤 극대화는 선이다’라는 주장은 기업 경영의 원칙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단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부 기업의 위험하고 불법적 행위는 때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미국 화학기업 듀폰은 1931년 ‘기적의 냉매’라며 프레온이라는 냉각제를 개발해 에어컨 등에 사용했지만, 프레온이 대기의 오존층을 파괴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는 점이 드러나 국제적인 퇴출 운동이 벌어졌다. 두산전자는 1991년 낙동강에 화학물질인 페놀을 방류해 식수원을 오염시켰다는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업도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널리 퍼졌다. 2000년대 본격 도입사실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1600년대 후반 청나라의 지배를 받게 된 한족 상인들이 하오시(好施)라는 자선활동을 통해 민심을 얻기 위해 힘썼고, 18세기 조선의 상인 김만덕은 제주도에 대기근이 닥치자 전 재산을 털어 육지에서 사온 쌀을 나눠줘 제주도민들을 구했다.현대적 의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개념을 정립한 사람은 미국의 경제학자 하워드 보웬이다. 그는 1950년대부터 기업이 이윤 추구 외에 CSR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 후반 노동운동가 제프 밸린저는 인도네시아 나이키 공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면서 CSR을 기업 평가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념이 나온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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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도 세금도 원천은 기업…이윤창출로 사회에 공헌
[질문1] 기업은 왜 생겨났을까? 1937년 영국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Ronald Coase, 1910~2013)는 이 질문을 연구해서 ‘기업의 본질’을 논문으로 썼다.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는 그는 기업은 ‘거래비용을 내부화하기 위해’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연필을 만드는 기업은 연필을 만들 때 필요한 모든 과정과 조직을 기업이라는 하나의 몸체 안으로 내부화했다. 연필에 들어가는 각종 원자재(흑연, 나무, 고무 등)를 구매하는 조직, 디자인하는 부서, 생산을 담당하는 라인을 내부에 넣어 ‘수직계열화’ 했다. 이렇게 하면 개인이 연필을 만들 때보다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질문2] 기업은 언제쯤 생겼을까? 콜럼버스가 15세기 중반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대항해 시대’가 열리면서, 현대식 기업의 모습이 나타났다. 대항해 시대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사업 기회를 열어줬다. 인류는 수렵채집 시기를 거치고, 농업화와 짐승의 가축화를 거치고, 시장에서 물물교환하고, 가족단위로 사업을 하는 가내수공업을 거친 이후 마침내 ‘비즈니스 조직화’에 이르렀다. 15세기 이후 식민지를 개척하고, 먼 땅에서 금과 은을 발견하고, 동양의 향신료를 찾아 거래하는 사업은 한 개인이 하기엔 너무 크고 위험했다. 거칠고 먼 항해를 무사히 끝내고 항구로 돌아오면 대박을 내지만, 긴 여정에서 알 수 없는 기후를 만나 배가 좌초하기라도 하면, 쪽박을 차야 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시대였다. 잘 아는 사람끼리 자본을 공동투자하기도 했지만, 서로 모르는 많은 사람에게도 자본을 모으는 방법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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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논쟁 뜨거운 낙태죄
정부가 임신 14주까지 임신 중단(낙태)이 가능하도록 한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태아의 생명권’을 내세워 낙태를 반대하는 생명우선론(Pro-Life)자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내세워 낙태를 허용하자는 선택우선론(Pro-Choice)자 모두 이번 입법예고안에 반발하고 있어 개정안이 올해 확정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7일 공동보도자료를 내면서 입법예고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유지·출산여부에 관한 결정 가능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정하고, 허용 요건을 차등 규정했다. 임신 14주 이내에는 일정한 절차·요건 없이 임신한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고, 임신 15∼24주에는 일정한 요건이 있으면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24주 이후에는 낙태가 허용되지 않는다.기존에는 낙태한 여성을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시술한 의사도 2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거나 우생학·유전학적 사유, 임신한 여성의 건강 위협 등 일정 요건이 있으면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했다. 이번 개정안은 낙태죄 처벌은 유지하되 14주 이내는 자유롭게 허용하고, 24주 이내에는 일정 요건하에 허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특히 기존 요건 외에 ‘사회경제적 사유’가 추가돼 가정형편을 이유로 한 낙태도 가능하게 했다.여성계 등 낙태를 허용하자는 쪽은 낙태죄 처벌이 유지된 점에 반발하며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종교계 등 낙태를 반대하는 쪽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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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낙태권은 right인가…entitlement인가…
낙태권은 권리가 될 수 있을까? 즉 권리로서의 낙태권은 성립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권리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보자. 우리가 아는 권리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한국말에는 권리를 두 개념으로 나누는 단어가 없다. 부득이 영어로 구분하자. 영어에는 권리라는 단어로 ‘right’와 ‘entitlement’가 쓰인다. right는 다른 사람의 희생이 없는 무제한의 권리를 뜻하고, entitlement는 남의 희생과 양보를 전제한다. right는 폭넓게 인정되는 반면 entitlement는 right와 달리 제한적으로 보호될 수밖에 없다. 복지가 right가 되면, 지하철 노약자석이 right가 되면 무제한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므로 일반석이 없어져야 하고, 복지 비용을 남들이 무제한적으로 대야 한다.right와 entitlement는 개념상 의무 이행자를 전제로 한다. 누군가의 권리는 누군가의 의무가 되기 때문이다. 권리에 응해야 할 의무가 없다면 그것이 right든 entitlement든 잘 보호되지 않을 것이다. 대표적인 right인 언론, 출판, 결사, 집회, 사상의 자유권은 정부와 권력에 보호 의무를 지운다. 정부와 권력은 이런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다. 노약자석과 복지 같은 entitlement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권리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의무를 지우고 처벌하기 곤란하다. 노약자석을 비워 줄 의무는 없지만, 어길 경우 사회적 비난을 받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된다.그럼 낙태권은 어떨까? right인가 entitlement인가? 낙태권이 어떤 권리가 되느냐에 따라 낙태를 해줄 의무가 발생한다. 의사들은 낙태를 원하는 사람이 오면 반드시 수술을 해줘야 할까? 의사가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pro-life)이라면 수술을 거부할 수 있을까,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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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시작' 규정부터 충돌…고대 그리스때도 논란
임신 중단(낙태)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현행법으로는 금지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부부 사이에서도 피임 실패 등 원치 않는 임신을 이유로 암암리에 낙태 수술이 이뤄지는 등 사실상 낙태죄가 사문화됐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에서 낙태는 한 해 30만 건, 세계적으로는 4500만 건이라는 추정도 있다. 낙태 문제를 바라볼 때 우선 검토해야 할 관점은 ‘생명’의 문제다. 인간 생명의 시작을 어느 순간으로 볼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생명의 시작을 규정하는 다양한 학설임신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한 뒤 엄마의 배 속에서 자라나 대략 수정 후 40주가 지나면 출산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종교계 등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시점을 생명의 시작으로 보는 ‘수정설’을 주장한다. ‘잉태설’은 수정란이 엄마의 자궁에 착상한 시점부터 생명으로 보는 것으로 수정 후 대략 1주에서 2주 뒤다. 시험관에서 수정을 하더라도 착상하지 않으면 인간으로 자라나지 못한다는 점이 근거다. ‘기관형성설’은 태아의 뇌와 심장 등 주요 기관이 형성되는 임신 8주 정도를 기점으로 하는 견해다. 초음파를 통해 심장박동 등 태아가 정상적으로 생존하고 있는지를 의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최초의 시점이다. ‘뇌파설’은 11~12주 정도면 검출되는 뇌파를 기점으로 삼자는 논리다. 인간의 사망 시점을 뇌사로 정하자는 최근 의학계 주장을 감안해 이때를 생명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체외 생존설’은 태아가 산모의 모체 밖에서 생존이 가능한 시기부터를 생명의 시작으로 보는 관점이다. ‘칠삭둥이’ 등 조기에 엄마의 배 속에서 나와 인큐베이터 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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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흥망성쇠엔 어떤 비밀이 숨겨있나
1995년(이후 각 연도 5월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의 총가치를 의미하는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은 한국전력이었다. 이어 삼성전자, 포항종합제철(현재 포스코), 대우중공업,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LG전자, 현대자동차, 유공(SK이노베이션), 신한은행, 조흥은행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비중이 전체 상장기업 시총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우위였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대우중공업은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쪼개져 다른 기업에 넘어갔고 조흥은행도 신한은행에 인수합병돼 역사속으로 사라졌다.1995년 시총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2020년에도 10위권에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뿐이다. 2005년에는 LG필립스LCD(LG디스플레이), 국민은행, KT, 에쓰오일 등이 10위권에 새로 이름을 올렸고 2015년에는 SK하이닉스, 삼성SDS, 제일모직, 아모레퍼시픽, 삼성생명, 현대모비스 등이 시총 상위 10위 이내에 진입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바람을 타고 LG필립스LCD, KT, 삼성SDS 등이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기업’으로 올라섰고 K뷰티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도 10위권에 든 것이다.2020년 현재 시총 10위권 내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 셀트리온, LG화학, 삼성SDI, 현대자동차, 카카오, LG생활건강 등이다. 반도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 헬스·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정보기술(IT) 플랫폼(네이버 카카오), 배터리(LG화학 삼성SDI) 등이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주력 산업인 셈이다. IT가 토대인 게임산업도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국가와 마찬가지로 기업 또한 흥망성쇠의 길을 걷는다. 상위권 기업의 잦은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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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침 심한 기업 생태계…꿈을 꾸는 기업만 번창한다
1700년대부터 400여 년간 명문기업들의 태동부터 소멸까지를 다룬 책 《세계 명문기업들의 흥망성쇠》에서 저자인 래리 슈웨이카트와 린 피어스 도티는 ‘역사 속 모든 기업은 꿈을 꿀 때 번창했고, 현상 유지를 하려 할 때부터 쪼그라들기 시작했다’고 결론 짓고 있다. “로마는 번영의 정점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말과 함의가 맞닿는 말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기업의 변천사는 시대의 변천과 궤를 같이한다. 삼성과 LG만 60년대부터 10위권 유지1960년대 동명목재는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에 꼽히는 한국의 간판 기업이었다. 3년 연속 ‘수출최고상’을 받을 정도로 경제에 기여가 컸다. 1964년 수출 1억달러 달성을 기념해 제정된 ‘수출의 날’에 수상한 업체는 7곳이다. 동명목재 천우사 성창기업은 합판수출, 삼호무역 판본무역 삼성물산은 섬유, 영풍상사는 아연 등 광산물을 수출하는 기업이었다. 목재 아연 등 원자재와 섬유 등 경공업이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시절이었다.자산 기준으로 1960년 당시 10대 그룹에 들었던 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10위권에 머물러 있는 곳은 삼성과 LG뿐이다. 대한전선 대동공업 등은 존속하고 있지만 순위가 급락했고 삼호 개풍 동양 극동해운 등은 문을 닫거나 다른 곳에 인수합병됐다. 일제강점기 무역업에서 시작한 삼성은 1953년 설탕공장인 제일제당, 1954년 섬유업체인 제일모직 설립으로 재계 1위에 올라섰지만 1970~1980년대에는 현대 LG 대우 등에 밀려 4위권에 그치기도 했다. 그러나 1969년 TV 생산을 위해 설립한 삼성전자가 1983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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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기업이 많은 나라'…7가지 조건에 달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변한다”고 말했다. 그가 오늘날의 기업을 두고 이렇게 말하진 않았을 테지만 기업도 희로애락, 흥망성쇠의 과정을 밟으며 변한다. 100년 전, 50년 전, 20년 전, 10년 전에 있었던 기업들이 변하고, 그때 없던 기업들이 출현해 맨 앞줄에서 쏜살같이 달린다.기업이 왜 변할까? 그것은 아마도 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기질, 특기가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고 사는 사람들이 균질해서 한 종류라면 배달의민족, 삼성, 애플, 카카오톡, 넷플릭스, 나이키, SM, JYP 이런 것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기업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진화하고 그 사이 경제 전체가 진보한다. 경제도 생태계처럼 환경이 좋아야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7가지 요소를 꼽아보자.(1) 개방성은 꼭 필요한 환경이다. 변화를 적대시하지 않고 수용하는 문화다.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는 언제나 기존 재화, 서비스와 충돌한다. 공유경제인 ‘우버’가 미국 시장에선 용인되고 한국 시장에선 배제되는 이유는 개방성 차이에 있다. ‘타다’가 기존 택시업계에 막힌 사례는 대표적이다.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가 동네 빵집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적대시되는 사례도 우리는 목격했다.(2) 미래를 중시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실험했던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지금 당장 마시멜로를 다 먹는 것보다 저축해서 미래 자본으로 투자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이런 마음가짐이 강한 개인과 나라일수록 자본 축적을 통해 성과를 이룬다. 기업도 그렇다. 즉 당장을 중시하는 ‘시간선호(time preference)’가 높은 문화일수록 자본이 축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