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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이 사는 법
‘작은 거인’이라는 표현은 참 멋집니다. 몸집이라는 하드웨어는 작지만 그 몸과 정신이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는 위대하다는 의미겠지요. 언어가 뿜어내는 은유와 대비의 아름다움이 ‘작은 거인’ 속에 깃들었습니다. ‘작지만 강한 나라’는 어떤지요? 인구와 면적 중 하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록 작지만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 국민성을 가진 나라라는 인식을 줍니다. 우리는 이런 나라들을 ‘강소국(强小國)’이라고 부릅니다.세계 지도를 펴놓고 보면 우리는 대륙별로 강소국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선 대만, 싱가포르가 가장 눈에 띕니다. 대한민국은 강소국이라기엔 좀 큽니다. 강대국은 아니지만 강중국은 될 듯합니다. 대만은 우리나라의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의 작은 나라지만, 어느 나라에도 지지 않는 강한 중소기업 경제를 구축한 ‘큰 나라’입니다. TSMC라는 반도체 제조회사는 미국이 부러워할 만큼, 그래서 중국으로부터 보호해줄 만큼 높은 경쟁력을 지녔습니다. 싱가포르는 면적과 인구면에서 모두 서울보다도 훨씬 작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 자유도와 개방성을 앞세워 부자 나라가 됐습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양 물류 기지라는 점을 경제자유와 개방성과 엮어서 특화한 결과입니다.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이미 한국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중동 지역에선 이스라엘과 카타르가, 유럽에선 스위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핀란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스라엘은 늘 이슬람 국가들과 분쟁을 겪지만 강소국의 지위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이스라엘의 강점인 혁신 경제가 있습니다. 생명과학,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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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국의 공통점: 경제자유도, 개방성, 혁신정신이 높아요
‘작지만 강한 나라’를 꼽을 때 우리는 몇 가지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나라가 작다고 할 때 우리는 첫째 국토 면적, 둘째 인구수를 잣대로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강한 나라’는 무엇을 기준으로 잴 수 있을까요? 객관적인 지표로 우리는 대개 1인당 국민소득, 국민총생산(GDP), 군사력 규모를 따질 겁니다. 국민의 행복 정도를 잣대로 사용하면 어떠냐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행복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국가끼리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행복은 개인 사이에서도 천차만별인 게 사실이죠.세계 지도를 펴놓고 국토 면적이 작거나 인구가 적거나, 하지만 잘사는 ‘강소국들’을 한번 뽑아보세요. 어떤 나라가 떠오르나요? 아시아 쪽에서 싱가포르가 먼저 생각나는군요. 이 나라는 어촌에서 출발한 강소국입니다. 싱가포르의 국토 면적은 728.3㎢로 서울 면적인 605.2㎢보다 조금 더 큽니다. 인구수는 587만 명으로 서울 인구 998만 명보다 400만 명가량 적습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은 6만3900여달러 수준으로 세계 톱 10에 듭니다. 우리나라 3만1400여달러보다 2배 더 많습니다. 강소국이라고 할만 합니다.서쪽으로 가볼까요? 이스라엘은 강소국입니다. 이스라엘의 면적은 겨우 2만㎢입니다. 대한민국 면적 10만㎢의 5분의 1 크기입니다. 인구는 830만 명 정도로 서울보다 적습니다. 1인당 소득은 4만2800여달러에 달합니다. 중동에도 강소국은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석유가 땅에서 솟는 나라들입니다.유럽으로 건너가면 강소국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벨기에, 아일랜드가 있습니다. 국토 면적과 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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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인구, 소와 말의 숫자 기록…통일신라때도 통계 작성
통계(統計)를 뜻하는 영단어 Statistics는 확률 또는 상태를 의미하는 라틴어 Statistcus와 Statisticum, 혹은 나라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Statista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원부터 국가의 운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죠. 수천 년 전부터 국가는 세금을 걷기 위해 인구조사를 했을 것입니다. 현존하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기록인 통일신라시대의 민정문서를 보면 조세와 노동력 파악을 위해 서원경(지금의 청주지역) 4개 촌락의 노비를 포함한 남녀 인구수, 소·말의 숫자, 뽕나무 그루수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고 합니다. 1239건의 국가승인통계오늘날에도 통계는 현상에 대한 이해와 국가 간 비교 등을 위해 국가 등 공신력 있는 곳에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6월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 공기업, 각종 협회 등 427개 기관에서 1239건의 각종 ‘국가승인통계’를 작성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인구주택총조사통계는 5년마다 발표됩니다. 국가통계포털에 들어가면 각종 통계자료를 다 볼 수 있어요.공공부문 이외에 민간에서도 필요에 따라 통계를 작성합니다. 예컨대 제빵업체에서는 날씨 통계와 제품 판매량을 토대로 27도 이상의 맑은 날씨에는 샌드위치가 가장 잘 팔리고, 비가 오는 20도 안팎 날씨에는 소시지빵 등 고명을 올린 조리빵이 잘 팔린다는 등 분석을 해서 생산계획에 반영한다네요.통계는 수량적 자료들을 있는 그대로 다 모으는 기술통계와 모집단에서 일부 표본을 추출해 조사한 뒤 모집단 전체의 특성을 추정하는 추리통계로 나뉘기도 하고 조사시기에 따라 월이하, 분기, 반기, 연간, 1년 이상으로 세분하거나 작성방법에 따라 각종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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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숫자에 담긴 함정을 피하려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1분기 소득 분배 상황이 크게 개선돼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나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통계청이 매 분기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불평등 정도를 가늠하는 ‘5분위 배율’이 좋아졌다는 근거에서입니다. 소득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악화하고 낮을수록 완화했음을 의미합니다.올해 1분기 5분위 배율은 6.30배인데 올해 처음으로 1인 가구를 포함해 계산한 수치입니다. 지난해까지는 2인 이상 가구만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1인 가구까지 포함했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1분기 6.89배에서 올해 수치가 낮아졌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공식 발표된 5분위 배율은 5.41배입니다. 공식 발표 수치만 비교해 보면 불평등이 악화한 것이죠. 정치권과 야당에서는 정부에서 불평등 정도가 개선됐다고 홍보하기 위해 2인 가구 이상에서 1인 가구 포함까지 기준을 달리 해 통계를 왜곡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통계는 자연·사회 현상을 숫자로 계량화한 정보입니다. 통계를 내는 것은 시간과 공간 등 여러 기준에 따른 비교와 대조를 통해 자연·사회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통계상으로 나타나는 흐름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거나, 표본조사를 통해 전체적인 윤곽을 그리기도 합니다.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을 펴거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백의의 천사’로 알려진 나이팅게일은 1853년 크림전쟁 당시 야전병원의 입원, 부상, 사망원인 등에 관한 내역을 통계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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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늘어난 상어 공격?…실제론 2→4건으로 증가
통계는 숫자로 표현된 과거입니다. 미래에 대한 통계가 있을 수 없는 이유죠. 통계가 중요한 이유는 통계를 통해 과거의 패턴을 살펴보고 모형화해서 미래를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는 있는 그대로 산출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국이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통계를 낼 때 관련된 숫자를 편의에 따라 부풀리거나 줄인다면, 우리는 그 통계를 믿지 못합니다. 잘못된 통계는 잘못된 해결책을 내게 되고 결국, 통계 하나가 국가의 자원을 불필요하게 소모하게 만들고 맙니다.우리가 각종 통계를 정확하게 보기 위해선 기본적인 식견이 있어야 합니다. 통계를 제대로 보는 데 방해를 일으키는 요소는 많습니다. 편견은 대표적인 장애물입니다. 편견을 가지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빠집니다. 잘못된 지식과 정보도 통계를 잘못 읽게 합니다.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p)를 구분하지 못하면 오류에 빠집니다. 책 두 권을 소개하겠습니다. 《통계의 함정》이라는 책과 《팩트풀니스》입니다. 여름 방학 때 사서 꼭 읽어보세요.통계를 볼 때 절대치와 상대치를 제대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5년 전보다 바다 상어 공격 피해가 두 배 증가했다는 통계 기사가 있다고 칩시다. 여러분은 아마 바다에서 수영하기 싫을 겁니다. 두 배는 위험의 상대수치입니다. 실상은 2건에서 4건으로 늘어난 것인데, 과장을 좋아하는 언론은 두 배 늘었다고 표현합니다. 5년간 겨우 2건이 늘었을 뿐이죠.이런 절대치와 상대치 바꿔치기는 의외로 많이 나옵니다. 관심을 끌려 할 때 이런 수법이 동원됩니다. 바다로 놀러 가는 수많은 사람 중 사고가 4건밖에 발생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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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제의 신호등' 신용등급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나라는 신용등급순이에요.” 지구촌 경제에서 국가별 신용등급은 중요한 신호등입니다.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에는 서로 돈을 빌려주려 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나라에는 서로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죠. 신용등급은 개인들이 중요시하는 의리, 우정, 관계로 평가되지 않고 오로지 ‘돈을 잘 갚느냐 마느냐’로 결정되기 때문이죠. 국가 신용등급 평가에 인간미는 없습니다.나라도 개인이나 기업처럼 돈을 빌릴 때가 있습니다. 돈을 서로 빌려주고 받으려면 공신력 있는 신용평가가 뒤따라야 합니다. 믿을 만한 신용평가 주체와 객관적인 평가 항목, 잣대가 필요하죠. 신용평가는 그 성격상 돈을 많이 빌려주거나, 세계 경제를 이끄는 나라에서 발달했습니다. 미국이죠. 돈을 빌려준 뒤 떼이지 않으려면 국가별 신용등급이 있으면 좋겠지요.국가신용평가와 관련한 신문 기사나 방송 보도가 나올 때 여러분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000사’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을 겁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Moody's), 피치(Fitch)를 말합니다. 미국이 번창하던 19세기 중반과 20세기 초기에 설립됐다고 하니 신용등급 평가 노하우가 어마어마할 듯합니다.신용평가사들은 서로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등급을 표현합니다. 영어 알파벳 대문자 A, B, C, D와 소문자 a, b와 1, 2, 3 숫자를 이용합니다. A가 많을수록 좋다고 보면 됩니다.신용등급이 낮은 나라와 기업은 돈을 빌릴 때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합니다. 돈 갚을 능력이 그만큼 낮기 때문에 이자를 많이 내야 하죠. 신용이 높은 사람이 은행에서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리는 것과 같습니다. 돈을 빌려 놓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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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S&P·피치…신용평가사는 '금융시장 저승사자'
1929년 미국 뉴욕 주식시장 폭락으로 시작된 세계 대공황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렸습니다. 기업 도산이 속출했고 투자자들은 거액의 손실을 봐야 했죠. 모두가 힘들어하는 시기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급성장한 회사도 있었습니다. 미국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신용평가회사가 그들입니다. 두 회사가 높은 신용등급을 준 기업들은 부도율이 상당히 낮았습니다. 이후 투자 대상의 신용위험을 미리 파악하려는 투자자들이 무디스 등을 찾으면서 신용평가가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채무상환 능력을 평가해 신용등급 매겨신용평가는 국가나 기업의 각종 재무정보를 토대로 빚(채권)을 갚을 능력을 측정하고 이를 등급으로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신용등급이 높다는 것은 빚을 갚을 능력이 크고 투자자가 돈을 떼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고, 등급이 낮다는 것은 그 반대를 뜻합니다. 신용평가사는 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회사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은 기업뿐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까지 평가해 신용등급을 매깁니다. 신용등급이 높으면 그만큼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의미여서 국가와 기업은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이 ‘갱도 안의 카나리아’ ‘국제금융시장의 저승사자’ 등으로 불리는 이유죠.세계 신용평가 시장은 무디스, S&P, 피치 등 3대 회사가 거의 장악하고 있습니다. 1860년 헨리 바넘 푸어가 설립하고 1842년 스탠더드스태티스틱스와의 합병을 거친 S&P는 초기 미국 철도회사의 재무와 경영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다가 신용평가까지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무디스는 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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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빚 많고, 성장률 추락하면 신용등급도 떨어지죠
여기 A, B 두 나라가 있다고 합시다. A국가의 신용등급은 매우 높고, B국가의 신용등급은 매우 낮습니다. 세계 경제가 갑자기 어려워지자 A, B 두 나라가 각각 국제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려 합니다. 금융시장은 어느 나라에 돈을 더 빌려주려 할까요? A국가입니다. 국가 신용등급은 어느 국가가 더 의리가 있느냐, 어느 국가가 더 양심적인가에 따라 정해지지 않고 오로지 ‘어느 국가가 빚을 더 잘 갚을 능력이 있나’에 따라서 정해집니다.나라별 신용등급은 공신력을 갖춘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정해서 발표한다는 것을 앞면에서 배웠습니다. 그럼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어떤 잣대로 신용등급을 분석하고 결정할까요? 신용등급을 정할 때 어떤 분석 항목을 기준으로 삼는가 하는 겁니다.첫째는 경제성장률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계속 추락한다면, 즉 돈을 잘 벌지 못하면 돈을 빌려주려는 시장은 이 나라를 의심할 겁니다. 돈을 빌려줬다가 떼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거죠. 국가 간 돈 거래 역시 개인 간 돈 거래와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죠. 반대로 경제가 꾸준히 견조하게 성장하는 나라, 즉 일을 열심히 하면서 돈을 잘 버는 나라는 돈을 잘 빌릴 수 있습니다. 이런 나라엔 서로 돈을 빌려주려 할 겁니다. 이자와 원금을 잘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경제성장률은 ‘한 나라의 펀더멘털(fundamental)’을 따질 때 꼭 들어가는 항목입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회복 기미가 없으면,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내리려 합니다.둘째는 외환 보유 상태입니다. 나라끼리 무역 등 국제 거래를 할 때 거래 결제는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로 이뤄집니다. 일본 엔화, 유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