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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안절부절하다'는 틀린 말이죠

    사람들이 ‘안절부절못하다’를 쓸 자리에 ‘안절부절하다’를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직 사전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주책없다/주책이다’ ‘우연하다/우연찮다’의 관계처럼 언젠가는 ‘안절부절못하다/안절부절하다’도 함께 허용될지 모른다.지난 호에서 ‘주책’의 의미변화에 관해 살펴봤다. 간단히 요약하면 ‘주책없다’로 쓰는 말이 형태를 바꿔 ‘주책이다’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이다. 우리말에는 이처럼 세월이 흐르면서 단어 본래의 뜻이 변해 또 다른 의미가 더해진 말들이 꽤 있다. 심지어 정반대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주로 부정어(없다, 않다, 못하다 따위)와 어울려 쓰인다는 점도 공통점이다.‘우연히’와 ‘우연찮게’는 비슷한 말‘우연하다-우연찮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의 소식을 10년 만에 (우연히/우연찮게) 친구한테 들었다.” 괄호 안의 ‘우연히’ ‘우연찮게’는 형태상으로나 의미상으로나 서로 정반대인데 실제로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인다. 상식적으로 보면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사전적으로는 ‘우연하다’는 ‘어떤 일이 뜻하지 아니하게 저절로 이뤄져 공교롭다’, ‘우연찮다’는 ‘꼭 우연한 것은 아니나 뜻하지도 아니하다’란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구별은 상당히 모호해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다. 용례에서도 두 말을 서로 바꿔도 돼 실제론 사람들이 이들을 구별해 쓰지 않는다. 의미변화의 한 현상이다. 어쨌거나 ‘우연하다’와 ‘우연찮다’는 모두 허용되는 말이니 무엇을 쓸지 고민할 필요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감투'는 왜 쓴다고 할까요?

    관용구로 “감투(를) 썼다”고 하면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감투의 본래 의미를 알고 나면 서술어로 ‘쓰다’가 온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한자어인 줄 알고 있는 이도 많은데, 우리 고유어다.지난 호에서 ‘주책’과 어울린 말의 변화 과정을 살펴봤다. “주책은 본래 주착(主着)에서 온 말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주착은 버리고 주책으로 통일해 쓴다. 그것이 만드는 말 가운데,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해서 실없는 것을 과거엔 ‘주책없다’라고만 썼는데 지금은 ‘주책이다’도 함께 허용했다. ‘주책맞다, 주책스럽다’도 표준어가 됐으며, 다만 ‘주책 떨다, 주책 부리다’는 단어가 아니므로 띄어 써야 한다”는 게 요지다.원래 ‘모자’를 가리키던 말주착이 주책으로 바뀐 것처럼 우리말에는 한자말이 형태를 바꿔 표준어가 된 게 꽤 많다. 가령 초생(初生)달이 변한 ‘초승달’, 음(陰)달이 변한 ‘응달’도 모두 같은 경우로 뒤의 바뀐 말이 바른 말이고 앞의 것은 비표준어다. 설마(雪馬)가 썰매로, 이어(鯉魚)가 잉어로, 침채(沈菜)가 김치로, 고초(苦椒)가 고추로, 염치(廉恥)가 얌치로, 그게 또 한 번 바뀌어 얌체로, 지룡(地龍)에 접미사 ‘-이’가 붙어 지렁이로 바뀐 것도 모두 마찬가지다.그런데 주책이 한자에서 온 말이라는 데는 이설이 있다. 언론인이자 한글학자이신 고 정재도 선생은 ‘주책’이 본디부터 쓰던 고유어인데 억지로 한자를 가져다 붙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주접떨다(욕심을 부리며 추하고 염치없게 행동하다), 주체스럽다(짐스럽고 귀찮다) 따위가 토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주책없다'와 '주책이다'는 둘 다 쓰죠

    ‘주책’은 본래 한자어 ‘주착(主着)’이 변한 말이다. 주착은 ‘줏대가 있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 흔들림이 없다’란 뜻이지만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의미와 형태가 모두 변했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주착’을 버리고 ‘주책’으로만 쓰게 했다.흔히 쓰는 말인 ‘주책’은 우리말을 이해하는 열쇠 중 하나다. 오랜 세월을 두고 의미와 형태가 변하고 규범적 용법도 달라지는 등 중요한 문법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음 문장에서 괄호 안의 표현 중 옳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그런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 그 양반도 참 (주책없다/주책이다/주책맞다/주책스럽다/주책을 떤다/주책을 부린다).’부정어와 어울려 쓰던 말 ‘주책’답부터 말하면 지금은 모두 맞는 표현이다. ‘지금은’이라고 한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는 틀린 표현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4월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정보를 공개했다. 모두 34개 항목에 대해 표제어를 추가하거나 풀이를 보완했는데, 그 중에는 ‘주책’과 관련해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우선 그동안 사전에서 다루지 않던 ‘주책맞다’와 ‘주책스럽다’를 단어로 인정해 표제어로 올렸다. ‘-맞다’와 ‘-스럽다’는 접미사로서, 어떤 말 뒤에 붙어 ‘그런 성향이나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해준다. ‘궁상맞다/능글맞다/방정맞다/쌀쌀맞다/익살맞다/청승맞다/앙증맞다’ ‘복스럽다/걱정스럽다/자랑스럽다/거북스럽다/조잡스럽다’ 등 수많은 파생어를 만들어 우리말을 풍성하게 해주는 일등공신이다. 접미사가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OOO 님'은 외솔 최현배 선생이 처음 썼지요

    우리 언어의식에서 ‘님’은 ‘씨’보다 높여 부르는 말이다. ‘님’과 달리 ‘임’은 사모하는 사람을 뜻한다. ‘임을 그리는 마음’ 같은 게 그 쓰임새다. 속담에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게 있는데 이때도 ‘님’이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삼성전자가 지난 3월부터 직원 간 호칭에 ‘님’을 도입해 화제가 됐다. 획일적이고 딱딱한 기업문화를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바꿔보자는 게 목적이다. 시행한 지 석 달째지만 아직은 어색해하는 분위기라고 한다.1920년대 한자어 호칭 대신 써우리말에서 동료 간에 부르는 말은 전통적으로 공(公)과 형(兄), 씨(氏) 같은 게 있다. 아주 점잖게 ‘이 공, 김 공’ 하면서 격식도 차리고 짐짓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친해지면 ‘형(兄)’을 붙이기도 한다. 제일 무난하면서 널리 쓰이는 말은 ‘씨(氏)’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한자어라 예전부터 좀 더 친근한 말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다. 한글학회에서 1980년대 미혼 남녀를 부를 때 ‘도령’ ‘아씨’를 쓰던 것은 그 일환이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은행이나 병원 같은 데서 고객을 상대로 “OOO 님~” 하고 부르는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일부에서이긴 하지만 지금은 그 나름대로 이런 호칭이 자리를 잡아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일찍이 부름말로 ‘님’을 제시하고 실천한 이는 외솔 최현배 선생이다. 그는 1920년대 중반 일본 교토대로 유학을 갔는데, 당시 함께 공부하던 벗들을 ‘~님’으로 불렀다. 김 형, 이 공, 최 씨 등으로 부르던 것을 김 님, 이 님, 최 님 식으로 했다(김석득, 외솔 최현배 학문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주민은 '분리배출'이고 업체는 '분리수거'죠

    분리수거란 폐기물을 분류해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주민은 ‘배출’하는 것이고, 업체에서 ‘수거’해 가는 것이라 주체에 따라 달리 써야 한다. 애초에 도입할 때 정부에서 국민의 관점이 아니라 정부 관점에서 용어를 공지해 잘못 굳어지는 빌미가 됐다.국립국어원이 지난 4월 2017년 1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사항을 공개했다. 모두 34개 항목에 걸쳐 수정했는데, 그중 어휘 사용 측면에서 틀리기 쉬운 중요한 단어 하나가 표제어로 새로 채택됐다. ‘분리배출(쓰레기 따위를 종류별로 나누어서 버림)’이 그것이다. ‘건설 폐기물 분리배출’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재활용품 분리배출 요령’처럼 쓰는 말이다.애초 정부에서 쓴 말이 굳어져그동안 이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보다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말은 ‘분리수거’다. 이 말에 밀려 분리배출이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사전에서 이번에 분리배출을 새로 추가함으로써 바른 언어생활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 가령 아파트 주민이 무심코 “1주일간 미뤄놨던 쓰레기 분리수거를 오늘 아침 한목에 다했다”고 말하는 게 그런 것이다. 분리수거란 종류별로 나누어서 버린 쓰레기 따위를 거두어 가는 것이다. 그 일은 전문업체에서 한다. 그러니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분리배출이라 해야 한다.분리수거가 분리배출보다 앞서서 널리 알려지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서울시가 쓰레기 분리배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것은 1991년부터다. 이때 대외적으로 알린 명칭이 ‘쓰레기 분리수거제’였다. 서울시 관점에서는 맞는 말이었다. 이후 이 이름이 널리 쓰이게 됐고 다들 점차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유명세는 '타는' 게 아니라 '치르는' 거죠

    '유명세(有名稅)'는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어 당하는 불편이나 곤욕'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즉 '유명하기 때문에 치르는 불편'을 말한다. 세금에 빗대 만든 조어다.‘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는 전국적으로 축제가 많이 열린다. 튤립축제 철쭉축제 등 각종 봄꽃 축제를 비롯해 별빛축제 나비축제 모래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마련돼 상춘객을 맞이한다. 이런 축제를 소개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유명세’다. 대개 ‘유명세 탄 명소’ ‘유명세를 떨쳐’ ‘유명세가 높아’ 식으로 쓰곤 한다.‘불편함’을 세금에 빗댄 조어우리말에서 유명세가 쓰인 것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대략 1960년대 들어서로 보면 될 것 같다. 북한 사회과학출판사에서 1992년 펴낸 <조선말대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원래부터 우리가 쓰던 말은 아니다. 우리 사전에는 한글학회에서 1965년 간행하고 1987년 개정판을 낸 <새한글 사전>에도 유명세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1990년대 초 나온 <금성판 국어대사전>과 한글학회 <우리말 큰사전>에서는 이 말을 단어로 올렸다.‘그들이 유명인이기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이른바 ‘유명세’란 것은 매스컴의 선전으로 그들의 사생활이 만천하에 폭로되었다는 사실로써 충분히 지불되었고 응징되었다고 봐야겠다.’ 1962년 10월 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희대의 간통사건이 터졌다. 여기서 ‘그들’은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남녀 배우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간통죄를 엄하게 묻던 그 시절 이 사건으로 인기정상의 이들 최모·김모씨가 곧바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대첩'은 싸움이 끝난 뒤에나 쓰는 말이죠

    '대첩'은 '싸움에서 크게 이기는 것'을 뜻한다. 이미 싸움이 끝나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 쓰는 말이다. 뒤집어 말하면 싸움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쓰는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제19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대선후보들은 전국을 누비며 유세전(遊說戰)을 펼쳤다. 이를 전달한 언론 보도용어 가운데 유념해 살필 단어가 있다. ‘대첩(大捷)’이 그것이다. ‘대선후보들 수도권 대첩에 참석.’ ‘TV 토론주간에도 치열한 유세전…TK(대구·경북) 대첩.’ ‘광주대첩에 1만명 몰려….’ 이런 표현은 얼핏 흘려 넘기기 십상이지만, 모두 틀린 말이다.싸우는 도중엔 쓸 수 없어우선 ‘대첩(大捷)’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이 말은 ‘싸움에서 크게 이기는 것’을 뜻한다. 이미 싸움이 끝나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 쓰는 말이다. 뒤집어 말하면 싸움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쓰는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학교 교육에서 국사 과목 시간에 배우는 귀주대첩이니 한산도대첩이니 할 때의 그 대첩을 생각하면 된다. 사전에서는 ‘대첩’과 비슷한 말로 ‘대승’을 제시하고 있다.우리 역사에는 이 ‘대첩’이 많다. 귀주대첩, 한산도대첩 외에도 행주대첩을 비롯해 명량대첩, 살수대첩, 진주대첩, 청산리대첩 등이 유명하다. 이들은 모두 단어화해 사전에도 올라 있다. 이런 단어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첩’은 이미 전투가 끝난 뒤 크게 이긴 싸움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 선거운동을 하는 도중에 ‘대첩’을 쓰면 단어를 잘못 쓴 것이라 읽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이는 아마도 대첩이란 말을 ‘대전(大戰)’ 정도로 알고 쓴 게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말할땐 '바디'라 해도, 적을땐 '보디'로

    손흥민이 소속된 팀의 ‘Hotspur’도 미국 영어에 익숙한 사람은 핫스퍼[ha:t]로 발음하겠지만 적을 때는 영국식인 홋스퍼[h⊃t]로 한다. 외래어 표기가 영국식 발음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는 외래어표기법이 지닌 맹점이기도 하다.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이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다. EPL 사무국은 지난 18일 손흥민이 EPL 소속 선수 가운데 랭킹 15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도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 중 손흥민이 단연 눈에 띈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그가 소속된 팀은 ‘토트넘 홋스퍼(Tottenham Hotspur) FC’다. 10여년 전 국가대표팀의 이영표 선수가 뛰던 곳이라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외래어 표기 기준은 영국식 발음토트넘이나 홋스퍼는 우리식으로 치면 합성어다. 각각 ‘토튼+햄’ ‘홋+스퍼’의 구성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토트넘과 토튼햄이 섞여 있고 홋스퍼 역시 핫스퍼로 쓰는 사람이 많다. 외래어표기법 1986년 공표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읽고 적는 게 통일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토트넘이 맞고 토튼햄은 틀린 표기다. 핫스퍼는 홋스퍼라고 적어야 한다. 그것이 실제 발음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외래어표기법의 표음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여기에다 영어권 외래어를 적을 때 간과하면 안 되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영어를 옮기는 우리 외래어 표기는 영국 발음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명문규정은 아니지만 관용적으로 그리 해왔다.서로 다른 표기는 이미 이영표 선수 시절에도 문제가 됐다. 그러자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에서 2005년 제65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