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광주는 전라도 光州…광:주는 경기도 廣州 가리키죠

    20대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늘 그렇듯이 나라 안 크고 작은 행사는 끝난 뒤에도 우리말과 관련해 곱씹어볼 과제들을 남긴다. 이번 대선에서도 맞춤법 표기에서부터 발음 문제, 외래 약어 사용 논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기했다. 그 가운데 비교적 시시비비가 분명한 발음상 오류부터 살펴보자. ‘사전투표’에서 ‘사전(事前)’은 길게 발음해야대선 당일 직전 치러진 사전투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로 유권자들의 혼란을 초래했다. 그와 별개로, ‘사전투표’에서 드러난 우리말 발음 혼란은 국민의 언어생활에 못지않은 주름을 지게 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방송인들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사전투표의 ‘사전’은 일(事)이 일어나기 전(前), 한자로 ‘事前’이다. ‘일 사(事)’ 자라는 게 핵심이다. 이 말은 길게 발음 [사:전]이라고 발음해야 한다. ‘사후(事後)’도 마찬가지로 [사:후]라고 발음한다(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 밑에 있는 발음 정보에서 쌍점(‘:’)으로 표시된 것은 그 말이 장음임을 나타낸다. 아무 표시가 없는 것은 단음으로 발음한다). 이를 짧게 [사전]이라고 말하면 국어사전, 영어사전 할 때의 ‘사전(辭典)’을 가리킨다.대선 기간 막판에 쟁점이 된 ‘사표’ 논란도 우리말 발음에서 주의해야 할 단어다. 한 후보는 “사표(死票)는 없다. 저한테 찍는 표만이 생표(生票)가 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때의 ‘사표’는 ‘죽을 사(死)’ 자로, 이는 길게 [사:표]라고 발음하는 말이다. “이번 선거는 1년여 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표로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100년을 앞서간 한용운의 '가갸날' 詩

    가갸날에 對하야 - 한용운“아아 가갸날참되고 어질고 아름다워요‘축일(祝日)’ ‘제일(祭日)’ ‘데-’ ‘씨슨’ 이 위에가갸날이 났어요. 가갸날(중략)‘데-’보다 읽기 좋고 ‘씨슨’보다 알기 쉬워요(중략)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계집 사내도 가르쳐줄 수 있어요.”지난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였다. 3월 3일은 삼겹살데이이고, 곧바로 14일 화이트데이, 4월 14일 블랙데이로 이어진다. 작명 배경도 재미있다. ‘삼’이 겹친다고 해서 삼겹살 먹는 날이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초콜릿을 못 받은, 연인 없는 사람끼리 ‘검은 옷’을 입고 ‘짜장면’ 먹는 날이라고 블랙데이란다. 오이데이도 있고 구이데이, 한우데이, 가래떡데이, 빼빼로데이 등 ‘데이’ 종류만 수십 가지다. 상술 논란에 휩싸인 거야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우리말 관점에서도 한번 살펴볼 만하다. ‘가갸날’이 ‘-데이’보다 읽기 좋고 알기 쉬워“아아 가갸날/ 참되고 어질고 아름다워요/ ‘축일(祝日)’ ‘제일(祭日)’ ‘데-’ ‘씨슨’ 이 위에/ 가갸날이 났어요. 가갸날/ … / ‘데-’보다 읽기 좋고 ‘씨슨’보다 알기 쉬워요/ … /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계집 사내도 가르쳐줄 수 있어요.”세월을 훌쩍 거슬러 올라 100여 년 전으로 가보자.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자 이별과 만남의 시 ‘님의 침묵’으로 유명한 만해 한용운. 그는 1926년 ‘가갸날’(한글날의 처음 이름)의 탄생 소식을 듣고 이날의 감격을 벅찬 심정으로 노래했다.일제강점기하에서 신음하던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성년' 스무살 뜻하는 말은 약관? 방년?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부산의 효원성년제가 11월 3일 열렸다. 부산대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매년 5월 셋째 월요일 ‘성년의날’을 즈음해 열리는 전통 성년식이다. 지난해에는 온라인으로 치러졌으나 올해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로 뒤늦게나마 대면 행사로 열 수 있었다. ‘갓’은 남자가 쓴다는 인식 남아 있어지난 여름 도쿄올림픽에서 양궁의 안산 선수는 3관왕에 오르며 코로나19에 지쳐 있던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언론은 그의 활약을 ‘스무 살 안산, 도쿄에 우뚝’ ‘약관의 안산, 올림픽 신화를 쏘다’ 식으로 전했다.‘성년의날’은 스무 살, 즉 만 19세가 돼 성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성년’ 기준을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췄다. 만 19세 미만은 ‘미성년자’로 구별된다. 일상적으로나 법률적(소년법)으로나 ‘소년’이라고 할 때는 이들 미성년자를 가리킨다.안산 선수는 2001년생이니 올해 만 20세, 우리 나이(세는나이)로는 스물한 살이다. 언론에서 그를 스무 살이라고 한 것은 물론 만 나이로 칭한 것일 터이다. 문제는 일상에서 나이를 말할 때 보통 세는나이로 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오는 인식상의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가령 스무 살부터 성년으로 치는데, 그는 올해가 아니라 작년에 이미 성년이 된 것이다.여자 선수인 그에게 ‘약관’이라 한 것도 어색하다. 약관(弱冠)은 스무 살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예기》 곡례편(曲禮篇)에서, 공자가 스무 살에 관례를 한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0세가 되면 약(弱)이라 하며 비로소 갓을 썼다. 갓을 쓰는 나이가 됐지만 아직은 약하다는 뜻이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이제는 드물지 않은 나이 된 일흔…'고희'보다 '종심'의 가치 새겨볼만

    국내 제작진이 만든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의 공급망을 타고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덩달아 등장인물들도 주목받았다. 그중 ‘칠순’으로 최고령 게임 참가자인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오영수 분)도 주인공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치매 증세가 있는 데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 목숨 건 게임에서 오히려 겁 없이 활약한다. 일흔 살은 예부터 드물어서 ‘고희’라 말해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70(일흔)은 주목해야 할 숫자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들이 꽤 많다. 일흔 살을 나타내는 말도 칠순을 비롯해 고희, 희수, 희년, 종심 등 여러 가지다. 나이 70의 노인을 가리키는 말에는 수로(垂老) 또는 수백(垂白)도 있다. 특정 나이를 뜻하는 말이 이렇게 여럿 있는 것도 특이하다.당나라 때 시인 두보는 <곡강시(曲江詩)>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 즉 사람이 70까지 사는 것은 예로부터 드물다고 했다. 여기서 칠순을 가리키는 말 ‘고희(古稀)’가 유래했다. 희수(稀壽)나 희년(稀年)도 ‘드문 나이’라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희대(稀代)의 사기극’ 같은 표현에 이 ‘희(稀)’ 자가 쓰였다. 모두 ‘드물 희(稀)’ 자를 안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말이 어울려 쓰인 말 중에 ‘희한하다’는 표기를 주의해야 한다. ‘드물 희(稀), 드물 한(罕)’ 자인데, 둘 다 어려운 한자이므로 굳이 외울 필요는 없다. 다만 자칫 ‘희안하다’로 잘못 쓰기 십상이니 한글 표기를 외워둬야 한다.수로(垂老)는 70에 이른 노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드리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힘 있는 문장은 어디서 나오나?

    신문언어가 이 땅에 선보인 지 벌써 12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한글 전용으로 발행된, 최초의 민간 일간지 독립신문이 1896년 창간된 것을 기준으로 할 때 그렇다. 그 오랜 세월 저널리즘언어는 간단없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에 비해 독자들의 ‘신문언어 독법(讀法)’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판단어법과 전달어법의 차이 이해해야지난 호들에서 소개한 ‘단어의 선택’도 실은 신문언어를 읽는 여러 기법 중 일부에 해당한다. 저널리즘언어는 계도성, 규범성 등 공공재로서의 특성을 띠기 때문에 일상의 언어와는 좀 다른 측면이 있다. 그중 전달어법과 판단어법에 대한 이해는 독자들이 신문언어 독법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편의점 매출은 2012년 10조9000억원으로 처음 10조원을 넘어선 뒤 4년 만인 올해 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편의점 업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시장 상황을 전한 기사의 한 대목이다. 얼핏 보면 별 문제 없이 흘려보내기 십상인 문장이다. 하지만 서술어 ‘예상된다’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글쓴이가 판단하고 규정하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판단어법). 신문언어에서, 특히 뉴스를 전달하는 언어는 객관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문장 형식 중 하나가 인용하는 어법을 취하는 것이다(전달어법). 가령 “편의점 매출은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처럼 쓰면 된다. 이를 “업계에서는 편의점 매출이 ~것으로 예상한다”처럼 써도 좋다.판단어법으로 쓸지, 전달어법으로 쓸지는 결국 그동안 우리가 살펴온, ‘누구의 말’로 전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막말하는 北, 남한에 '호통쳤다'고?

    ‘단어의 선택’은 글쓰기의 시작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살펴본 사례들도 바로 이 단어 용법에 관한 것이었다. 글 쓰는 이가 구사하는 단어의 폭에 따라, 여기에 최적의 단어를 골라낼 수 있는 능력 여하에 따라 글의 품질이 결정된다. 그중에서도 글에 ‘객관성’을 부여하는 문장론적 방법은 무엇일까? ‘호통치다’는 ‘꾸짖다’는 뜻…北막말엔 옳지 않아글쓰기에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용어나 표현을 쓰는 능력은 중요하다. 글에 신뢰감을 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각종 논문류를 비롯해 보고서, 설명서 등 실용문을 작성할 때 더 그렇다. 하지만 ‘객관성’은 상대적 개념이라 이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럴 때 비교적 검증된 방식이 공인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가령 ‘동학혁명, 동학농민운동, 동학농민전쟁, 동학농민봉기’ 등 비슷비슷한 용어 앞에서 무엇을 쓸지 고민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동학농민운동’을 선택하면 된다. 예전에는 ‘제주도 4·3폭동’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정부에서는 이를 버리고 ‘제주도 4ㆍ3사건’으로 정리했다. ‘폭동’이란 표현이 자칫 지역주민 전체를 폭도로 몰아 사건 자체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5·16혁명’이라 쓸지‘5·16쿠데타’로 쓸지 망설인다면 불법적 찬탈의 의미를 배제한 ‘5·16 군사정변’을 쓰는 게 좋다. 모두 교육부에서 채택한 교과서 편수용어라 공공성을 확보한 말이다.‘천황’은 일본에서 그 왕을 이르는 말이다. 이를 우리 언론에서 또는 국민이 천황이라 할지, 일왕이라 표기할지에 관한 논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정치인 출신의 홍길동'이 어색한 까닭

    《혈의 누》는 1906년 나온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이다. 이인직이 ‘만세보’ 주필로 있으면서 연재한 소설인데, 원래 제목은 ‘혈의루’였다. 당시만 해도 한글 맞춤법은 개념도 없었고 띄어쓰기도 잘 몰랐다. 말의 구조는 더 이상하다. ‘혈(血)의 루(淚)’라고? ‘피의 눈물’이란 뜻인데 우리말은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한자어로 한다면 ‘혈루’이고, 순우리말로 하면 ‘피눈물’이다. 그게 우리말다운 표현이다. ‘정치인 출신인 홍길동’이 좋은 표현우리말은 명사로 연결된다. 명사가 잇따를 때 많은 경우 중간에 관형격 조사 ‘-의’를 넣지 않는다. ‘우리의 소원’이 아니라 ‘우리 소원’이고, ‘실력의 향상’이 아니라 ‘실력 향상’이라고 한다. 작은 차이지만 그게 간결하고 자연스럽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가 아니라 ‘회사 발전을 위해~’ 식으로 말하고 쓰는 게 좋다. 그럴 때 문장성분 간의 연결이 더 긴밀하고 글의 흐름도 빨라진다.한때 ‘나의 생각’이나 ‘우리의 소원’ 같은 것을 일본어투니 한문 번역투니 해서 쓰지 말자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시절 우리말 진흥을 위해 그런 지적이 필요한 적이 있었고, 실제로 이는 우리 말글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요즘은 이런 주장에서 조금은 자유스러울 정도는 된 것 같다. 그만큼 우리말에 대한 인식도 커졌고 우리말 자체도 많이 발전했다는 뜻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본질은 우리말을 건강하게 과학적으로, 경쟁력 있는 언어로 육성하기 위해 ‘-의’ 사용을 줄이자는 데 있다. 이는 우리말다

  • 생글기자

    글을 쓸 때는 능동형으로 표현하길

    신문은 독자에게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또 새로운 소식을 접할 수 있고 다양한 견문을 넓혀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즐겨 읽는다. 그런데 국어를 지켜야 할 신문이 앞장서 아름다운 우리말을 해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요즘 신문 지면에는 남에 의해 동작을 하게 되는 것을 나타내는 피동형 문장이 수두룩하다. 피동형 문장이 어법에 어긋나지 않더라도 되도록 능동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신문에서는 ‘-하다’를 ‘-되다’로, ‘-게 하다’를 ‘-게 되다’로 쓰는 등 피동형 문장이 자주 나타난다. 심지어 이중피동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중피동은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어지다’와 같이 피동의 의미를 갖는 말이 두 번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코로나로 인한 OO기업의 주가는 10% 하락될 것으로 예상되어진다.’ 이중피동을 사용한 예시 문장이다.대부분의 독자는 이 문장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예상되어진다’를 ‘예상된다’ 또는 ‘예상할 수 있다’로 바꿔야 올바른 문장이 된다. 이렇게 능동형을 주로 사용해야 하는 우리 국어를 대중 매체에서 피동형으로 잘못 쓰는 사례들은 우리말을 변질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란 생각이 든다.피동형 문장을 계속해서 잘못 사용하면 그만큼 글의 신뢰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신문의 수준까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필자의 추측일 뿐이지만, 어쩌면 기자가 만약의 상황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모호한 문장을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변질되고 있는 국어의 표현법이 하루빨리 고쳐지길 기대한다. 자신도 모르게 일상에서 사용했던 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