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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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키리크스'로 드러난 고위 성직자들의 비리…'주인-대리인'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가톨릭 역사상 약 600년 만에 2013년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베네딕토 16세(요제프 알로이스 라칭거 추기경, 앤서니 홉킨스 분)와 그 뒤를 이은 현재의 교황 프란치스코(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조너선 프라이스 분)의 실화를 다룬 영화 ‘두 교황’. 2005년 콘클라베를 통해 교황직에 오른 베네딕토 16세는 ‘바키리크스’ 등으로 바티칸이 추문에 휩싸이자 개혁파인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불러 자신을 이을 교황이 돼달라고 제안한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1970년대 아르헨티나의 집권 군부세력이 3만여 명의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더러운 전쟁’ 당시 예수회 신부들을 지키기 위해 군부와 타협했다고 고백하며 그 제안을 거절한다.더러운 전쟁의 시작에는 1940~1950년대 아르헨티나를 휩쓴 ‘페론주의’가 있다. 당시 대통령이던 후안 페론이 펼친 포퓰리즘 정책은 지나친 정부의 개입으로 심각한 비효율을 낳았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핑계로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직접 플레이어로 뛰면서 더 큰 비효율을 발생시켰고, 이는 ‘정부 실패’로 이어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페론 정부의 왜곡된 임금 정책이 경제 발전에 부담을 주면서 비교우위 산업을 창출하는 데 실패했다”며 “또 국제경쟁 실패, 지속적 무역수지 적자, 급속한 외채 증가라는 거시경제 운영 전반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20세기 초반까지 부자 나라였던 아르헨티나는 이후 경제가 급속히 무너졌고 정치가 경제의 뒷다리를 잡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독재와 페로니즘이 번갈아가며 집권했다. 필요한 개혁은 완수되지 못했고 위기 때마다 디폴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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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아픈 과거 아르헨티나 '포퓰리즘의 비극'…이민자 몰리던 부자국가는 왜 '상습 부도국가' 됐나
만화영화 ‘엄마 찾아 삼만리’의 마르코는 엄마를 찾으러 여행을 떠난다. 이탈리아 출신 마르코의 엄마가 돈을 벌기 위해 갔던 부자 나라는 아르헨티나였다. 지금은 쉽게 이해가 안 가는 설정이지만 20세기 초반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였다. 1인당 국민소득은 프랑스, 독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수백만 명의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 이주해왔다. 마르코의 엄마도 그중 하나였던 셈이다.영화 ‘두 교황’ 속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훗날 교황 프란치스코, 조너선 프라이스 분)가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직장생활을 하던 1950년대만 해도 아르헨티나의 경제사정은 밝아 보인다. 하지만 1970년대 군부 독재가 시작되고, ‘더러운 전쟁’이 자행되는 등 상황은 급반전된다. 부국의 상징이던 아르헨티나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악의 스캔들 ‘바키리크스’2019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두 교황은 여러 측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음악 취향에서부터 성서에 대한 해석까지 모든 게 다른 두 성직자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대화하는 모습이 토론과 타협은 사라진 채 극단으로 흐르는 우리 현실에서 깊은 울림을 줬다.영화는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세상을 떠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교황이 서거하면 전 세계 추기경들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콘클라베’를 연다. 외부와 단절된 채 새로운 교황을 뽑는 의식이다. 참석한 전원이 후보이자 투표자다. 외부에서는 굴뚝 연기의 색으로 투표 결과를 알 수 있다. 당시 선거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등 개혁파와 요제프 알로이스 라칭거 추기경(베네딕토 16세, 앤서니 홉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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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난해한 함수 관계, 국어 능력 신장을 위해 넘어야 할 산!
기업 입장에서 한계비용은 상품 생산량을 한 단위 증가시키는 데 추가로 드는 비용이며, 한계수입은 상품을 한 단위 더 생산해 판매할 때 추가로 얻는 수입이다. 완전경쟁시장에 있는 기업이라면 상품의 시장 가격 그 자체가 한계수입이 된다. <중략> 기업이나 소비자는 시장에서 결정된 상품 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 가격이 기업의 한계수입이 된다. 상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시장 수요가 증가해 상품 가격이 오른다면, 한계수입도 그만큼 동일하게 오른다.생산을 계속할 때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기업은 한계비용과 한계수입이 일치하도록 생산량을 조절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한계비용이 한계수입보다 큰 경우에는 상품 생산량을 한 단위 더 줄일 때 그로 인해 추가로 절약되는 비용이 줄어들 수입보다 크므로 생산량을 줄여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한계수입이 한계비용보다 큰 경우에는 생산량을 늘려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중략>이 기업은 평균비용을 상품의 시장 가격과 비교해 보고 만약 가격이 평균비용곡선의 최저점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생산량이 얼마이든 그 가격에 상품을 판매해 봤자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다면 투입된 총비용을 전부 회수해 손실 발생을 막는 것이 이 기업에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다.2020학년도 09월 교육청 전국연합평가 …을 한 단위 증가시키는 데 추가로 드는 …을 한 단위 더 …할 때 추가로 얻는함수는 수학에서 다루는 개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국어를 잘하고 싶어? 그럼 책을 많이 읽어. 책을 많이 읽을수록 국어를 잘하게 돼’라고 말한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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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시장 독점하기 위해 가짜뉴스까지 동원…에디슨의 '어두운 야망'이 빛의 세상을 밝혔다
“오늘 밤 세상은 바뀔 겁니다. 정말 그러길 바랍니다. 저희는 어두운 밤하늘 속 작은 불빛을 상자에 담았습니다. 상자의 뚜껑을 열고 어떻게 되는지 봅시다.”1882년 9월 4일 뉴욕 증권거래소.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은 수많은 관중 앞에서 레버를 당긴다. 그러자 무수한 전구가 점등되며 월가의 어둠을 걷어낸다. 전기의 가능성을 남들보다 먼저 예상하고 ‘에디슨 제너럴일렉트릭’ 회사를 설립해 송전 시스템을 개발한 에디슨의 노력이 현실로 구현된 순간이다.하지만 전기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은 에디슨만이 아니었다. 유압식 철도 브레이크를 개발해 큰돈을 번 사업자 조지 웨스팅하우스(마이클 섀넌 분) 역시 전기 에너지의 사업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에 웨스팅하우스는 에디슨과 동업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투자자를 단순히 ‘돈줄’로 여기고 직접 모든 경영 판단을 내리는 에디슨은 웨스팅하우스의 식사 초대를 거절한다. 분노한 웨스팅하우스는 1986년 직접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을 설립해 전기를 보급한다.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의 전기 보급 시장을 양분했다. 이들의 경쟁은 미국 지도를 노란색(에디슨)과 붉은색 전구(웨스팅하우스)로 점차 뒤덮는다. ‘원조’인 에디슨은 웨스팅하우스가 자신의 기술을 훔친 도둑에 불과하다고 무시하지만 직류 방식을 사용한 에디슨사와 달리 교류 방식을 기용한 후발주자의 강력한 도전을 받는다. 전력 시스템의 표준을 둘러싼 전류 전쟁(커런트 워)의 막이 오른 것이다. 직류 vs 교류의 복점 경쟁에디슨의 직류 송전 방식은 발전소에서 사용자에게 전기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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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상하는 월터가 해고될 수밖에 없는 디지털 시대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사진 현상가 월터 미티(벤 스틸러 분)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잡지가 폐간되고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월터는 마지막호의 표지사진을 구하기 위해 온갖 모험을 무릅쓴다. 하지만 월터에게 날아온 것은 결국 해고통지서였다. 디지털로 바뀌는 흐름 속에서 아날로그 인력은 구조적 실업에 내몰릴 수밖에 없어서다. 구조적 실업 극복한 독일의 ‘하르츠 개혁’구조적 실업을 노동유연화로 잘 대처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다. 동독 지역은 1990년대 말로 들어서면서 20%를 넘나드는 극심한 실업률에 시달렸다. 독일 통일 초기 인프라 투자로 호황이었던 건설업이 점차 자리를 잃게 되자 건설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2003년 하르츠 개혁을 시행한다. 하르츠 개혁의 요지는 시간제 근로자 확대다. 이른바 ‘일자리 나누기’다. 좀 더 유연화된 미니잡(mini job)인 시간제 일자리를 필두로 노동유연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동독지역 실업률은 2011년 말 10.4%까지 하락하게 된다.즉, 잘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한 노동자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직장에 오래 버틸 수 있게 고용을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다. 새롭게 일어서는 산업에서 그가 쉽게 채용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해결책이다. 월터를 자른 매니저를 탓할 것이 아니라 월터가 새로운 직장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단 얘기다. 새로운 도전이 실업을 이겨내는 길물론 그들을 쉽게 자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갖추지 못한 사회에선 특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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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파도에 떠내려간 월터의 아날로그 일자리…온갖 모험 무릅썼지만 구조적 실업 피할 수 없는 현실
라이프 잡지사 사무실에 직원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자신을 구조조정 매니저라고 소개한 남자가 그들 앞에서 말을 꺼낸다. “이런 말씀 드리기 매우 어렵습니다만…” 말끝을 흐리면서 직원들의 눈치를 보더니 급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라이프지를 폐간합니다. 이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라이프 온라인으로 바꾸고 여러분 중 새로운 업무에 불필요한 분은 자리를 비워주셔야 합니다.”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수십 년을 이어온 라이프 잡지의 폐간도 놀라운 사실이지만 자리를 비워야 할 누군가가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단 사실에 사람들의 초조함은 옅은 탄식으로 흘러나왔다. 그는 계속 이어나갔다. “누가 떠나야 할지는 마지막 호를 제작한 뒤 결정하겠습니다.” 월터, 구조적 실업 위기를 겪다월터 미티(벤 스틸러 분)는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사진 현상가다. 사진가들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필름을 보내주면 인화하는 작업을 도맡아 했다. 사진에 정교하고 세밀하게 마지막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다.그에게 라이프지의 폐간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사진 기술도 빠르게 디지털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먼저 위협받는 자리에 있다는 걸 그 스스로도 직감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매니저의 연설이 끝난 뒤 한숨을 쉬며 그는 사진현상실로 터벅터벅 돌아간다.월터는 ‘구조적 실업’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구조적 실업은 산업 구조의 변화로 산업 간 인력 수급의 불균형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 기술 진보로 산업 생산성이 향상되거나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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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탈출 꿈꾸는 자들의 어설픈 도박장 털이…범죄의 기대이익과는 비교도 못할 목숨값 몰라
감옥에서 3년 만에 나온 준석(이제훈 분)이 절친인 기훈(최우식 분), 장호(안재홍 분) 등과 한탕을 꿈꾸며 범죄를 계획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 ‘사냥의 시간’. 헬조선을 떠날 자금 마련을 위해 불법 도박장을 털기로 한 것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게리 베커 교수가 설명한 대로 범죄의 기대이익과 기대비용을 따진 결과다. 체포돼 감옥에 가는 위험보다 해외의 한 섬에 가서 여유롭게 살자는 기대가 더 컸기 때문이다. 불완전 정보로 생명의 비용 몰랐다베커의 범죄경제학은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이 이론은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하지만 인간은 때로 자신의 의도와 달리 비합리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을 간과했다. 의사결정에 꼭 필요한 정보를 현실에서는 다 모으지 못하기도 한다. 일명 ‘정보의 불완전성’이다. 이 경우 개인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결정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결정이 될 수 있다.현실을 몰랐던 준석 일행의 어설픈 불법 도박장 털기 계획도 처음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바로 이들은 도박장 운영 조직의 킬러로 고용된 ‘한(박해수 분)’의 사냥감이 된다. 총 쏘는 법도 제대로 모르는 20대 청년들이 불법 영업장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털려도 신고할 수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법 밖 세상의 잔혹성과 한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만약 한의 존재를 알았다면 준석 일행은 불법 도박장 대신 달러를 보관하고 있는 은행을 털었을 것이다. 그들을 사냥하는 한에게 준석은 “경찰에 자수하고 돈도 다 돌려주겠다”고 절규한다. 범죄 기대비용에 어떤 기대이익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생명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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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밑바닥 인생인데 불법도박장이나 털어 버릴까"…법 밖의 세상 잔혹성 모르는 자들의 허술한 기대비용 계산
서늘한 총구가 이마를 겨눴다. 죽음을 예감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눈물과 땀으로 얼굴이 뒤범벅됐다.웃음소리가 들렸다. “재밌네. 기회를 줄게요.” 총을 내린 ‘한(박해수 분)’이 어둠 너머로 사라졌다. 그가 준 시간은 5분. 그 안에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한다.세 친구가 있었다. 일자리는 없고 물가는 매일 치솟는 극단적인 불황. 돈도 빽도 없는 청년들의 유일한 꿈은 ‘헬조선’ 탈출이다. 그러나 꿈을 위해 필요한 것도 돈이었다. 성실하게 일해선 구할 수 없는 액수의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하나다. 털려도 신고하지 못할 불법 도박장을 터는 것. 법 밖의 세상이 얼마나 잔혹한지는 미처 몰랐다. 헬조선 속 청년들의 불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디폴트에 빠진 ‘디스토피아’ 한국준석(이제훈 분)이 감옥에서 3년 만에 나오며 영화 ‘사냥의 시간’은 시작된다. 그를 마중나온 기훈(최우식 분), 장호(안재홍 분)가 차를 몰고 지나는 거리는 폐허에 가깝다. 고층 건물은 텅 비었고, 문을 닫은 상점의 내려진 셔터에는 그래피티만 가득하다. 한때 말쑥한 시민이었을 사람들은 집을 잃고 길가를 서성인다. 밤이 되면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리고, 정부와 기업을 규탄하는 시위대는 횃불을 든다.국가가 무너진 이유는 영화 속 지나가듯 등장하는 뉴스에 나온다. “정부가 1150억달러의 부채를 상환 만기까지 갚지 못해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습니다. 국제 채권단은 정부가 요구한 부채 탕감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습니다.”디폴트는 국가가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진 빚을 계약된 기간 안에 갚지 못해 파산한 상태를 뜻한다. 상환 기간을 뒤로 미루는 모라토리엄(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