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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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베네수엘라 경제 붕괴에서 배우는 교훈
베네수엘라는 초인플레이션(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하며 경제가 무너졌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붕괴는 석유 의존도 심화, 무모한 정치적 결정, 국제관계 불안정이 결합한 복합적 재앙으로 볼 수 있다.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그러나 2014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수출의 90% 이상을 석유에 의존하던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통화를 발행해 재정 부족을 메우려는 시도는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2018년 비공식 물가상승률은 170만%에 육박했다. 암시장 환율은 천문학적으로 치솟아 수입품 가격이 폭등했다. 이 같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구매력을 파괴했다.정치적 결정에서 비롯된 내부 모순이 베네수엘라 경제 붕괴의 핵심 원인이다. 우고 차베스 정권 이래 대대적 국유화 조치와 가격 통제는 국내 생산 기반을 약화하고, 외국인투자를 위축시켰다. 국영 석유회사 PDVSA에 대한 정치적 간섭과 부패로 석유 생산 능력이 급감했다. 미국과 갈등을 빚는 등 불안정한 대외 관계로 인한 국제 제재는 석유 판매와 외환 접근성을 더욱 제한하며 베네수엘라 경제의 숨통을 조였다.베네수엘라의 비극은 단일 자원에 대한 의존의 위험성과 민주적 통치 체제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경제 원리를 무시한 포퓰리즘 정책이 나라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갔다. 경제성장은 부존자원의 유무가 아니라 책임 있는 통치 구조와 투명한 제도, 안정적 대외 관계가 바탕이 될 때 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다.이서영 생글기자 (Seoul Scholars International 1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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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베네수엘라 출신 우버 기사가 준 교훈
중학생 시절 엄마와 함께 미국 시카고 공항에서 우버 택시에 짐을 싣다가 트렁크에서 인체 해부도와 치과 자료를 발견했다. 그 해부도에 대해 질문하면서 운전기사가 베네수엘라 출신 치대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화를 이어가며 국가의 몰락이 국민 개개인의 삶을 얼마나 급격히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그 운전기사는 베네수엘라의 안정된 엘리트 가정에서 성장했다. 어머니는 대학병원 의사, 아버지는 공대 교수였다. 그러나 부모님이 정부의 좌파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아 멕시코를 거쳐 난민 신분으로 미국에 입국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다. 미국에서 부모님은 언어장벽으로 인해 전문직을 이어갈 수 없었고, 슈퍼마켓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는 학자금 대출을 받고 우버 기사를 병행하며 학비를 마련했다.베네수엘라와 미국 중 어디에서 더 만족스럽게 생활하고 있느냐는 내 질문에 그는 혼란스러운 베네수엘라에 비해 미국 생활이 더 나은 기회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혼란이 경제를 무너뜨리고, 개인과 국민의 삶을 추락시켰다고 했다.작년 7월, CNN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한때 중남미에서 경제 규모 5위를 자랑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과 부정부패, 정부의 국정 운영 실패로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 수백만 명이 해외로 이탈했다. 베네수엘라 사례는 정치적 혼란이 경제 위기를 초래하고, 결국 국민 개개인의 삶까지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한국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긴장 속에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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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돈 마구 찍어낸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1만원 치킨이 1년새 650만원 된 셈이죠
화폐와 부(富)를 혼동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화폐를 많이 획득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은 가장 흔하고 가장 오래된 오류입니다. 화폐와 부는 통상적으로 모든 면에서 동의어로 간주되긴 합니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이 말은 늘 참이 아닙니다. 돈이 많은데 거지인 경우가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답니다. 어떤 경우일까요? #사례1: 베네수엘라남아메리카에 있는 나라 베네수엘라는 이 나라의 돈 볼리바르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거지인 나라입니다. ‘뻥’이라고요? 정말입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는 제법 괜찮은 나라였습니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의 나라답게 잘 살았습니다. 기름만 파면 돈이 생겼고 그 돈을 국민 전체가 나눠 가지면서 흥청망청 썼습니다. 일 안 하고도 잘 먹고 살았습니다. 석유값이 급락하자 쓸 돈이 부족해졌습니다. 국민은 공짜돈에 중독돼 있었지요. 정부는 해외에서 돈을 빌렸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돈을 인쇄기로 찍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인플레이션율이 2016년 254.95%, 2017년 438.12%, 2018년 6만5374.08%로 치솟았습니다. 2017년 1만원이던 치킨 한 마리가 1년 사이에 650만원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화폐를 가진 사람이 부자일까요, 닭을 가진 사람이 부자일까요? 정답은 닭입니다. #사례 2: 로마제국로마제국은 당대의 기축통화국이었습니다. 로마 디나리(denari)는 지금의 미국 달러처럼 기능했습니다. 로마 황제들은 돈을 많이 썼습니다. 전쟁비, 군인 월급, 토목공사 등에 돈을 무지막지하게 썼습니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쌓여 갔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284~305)는 디나리를 더 발행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금화에 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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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샛 공부합시다
신용과 신뢰를 잃으면 한 나라의 지폐도 휴지조각 되죠
옛날 어느 마을에 양을 돌보던 양치기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양들이 들판에서 풀을 뜯어 먹는 동안 심심하였던지 장난을 치고 싶었나 봅니다. 마을을 향해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소리칩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놀란 마음에 들판으로 달려왔지만, 늑대가 보이지 않았죠. 소년의 장난에 마을 사람들은 화가 났지만, 일단 안심하고 돌아갑니다. 하지만 다음에도 소년은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화가 나서 앞으로 소년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죠. 그런데 정말 늑대가 나타났습니다. 놀란 소년은 마을을 향해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마을 사람들은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고, 결국 늑대는 양들을 잡아먹었죠. 금융과 신용이솝우화의 이야기 중 하나인 ‘양치기 소년’을 통해 금융에서 ‘신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신용이란 거래한 재화의 대가를 앞으로 지불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능력이라고 정의합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A씨가 신용카드 할부로 물건을 샀습니다. 그럼 일정 기간 물건값을 나눠 지불해야 합니다. 만약에 A씨가 물건값을 지불하지 않고 계속 연체하면 어떻게 될까요? A씨의 신용도는 매우 낮아질 것이고, 다른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거나 카드를 발급받으려 해도 이전의 연체 때문에 거절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죠.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로 마을 사람들에게 신용을 잃게 되자, 정말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도움을 받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국가로 확장하면, 국가 채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신용 등급이 하락하고, 외국 투자자는 자금을 회수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합니다. 그러면 돈을 해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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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샛 공부합시다
과도한 통화량 증가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아요
요즘 뉴스나 신문을 보면 국가가 현금을 얼마 주겠다는 정치인들의 공약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엔 정부가 소득 하위 88%의 국민에게 국민지원금을 1인당 25만원 지급하기도 하였습니다. 모두 제대로 된 재원 마련 계획은 보이지 않고 돈을 주겠다는 달콤한 속삭임만 보내고 있습니다. 목적은 단순합니다. 소득 격차를 해결하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돈만 풀어서 경제가 살아나고 소득 격차가 해소되었으면 다른 나라들은 왜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지 않습니까? 베네수엘라의 포퓰리즘과 기록적 인플레이션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했던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베네수엘라입니다. 한때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부를 쌓았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이를 기반으로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고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대통령이었던 우고 차베스는 국민에게 막대한 현금 수당과 각종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당연히 국민은 열광했습니다. 일하지 않아도 국가가 막대한 돈을 지급했기에 걱정이 없었습니다. 차베스의 지지율은 하늘 높이 치솟았습니다. 차베스의 뒤를 이은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도 차베스와 같은 정책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그사이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석유가격이 하락해 베네수엘라가 벌어들일 수 있는 외화가 줄어들게 됐습니다.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는 기업을 국영화해 정권의 정책 도구화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잃어버렸습니다.그럼에도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민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현금 복지정책을 지속했습니다. 결국 2018년에는 무려 6만5370%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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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물가 지옥' 베네수엘라, 화폐에서 '0' 여섯 개 빼는 이유는?
요즘 카페나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보면 1000원 이하 단위를 생략하는 곳이 꽤 있다. 4000원짜리 아메리카노는 ‘4.’, 1만8000원짜리 파스타는 ‘18.’으로 적는 식이다. 가격에 0이 많이 붙으면 거추장스러우니 잘라버린 것이다. 만약 이런 조치를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단행한다면? 이것이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액면가를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돈의 실질적 가치는 그대로 두고 표기 단위만 하향 조정하기 때문에 실질 화폐가치를 낮추는 평가절하(devaluation)와는 다른 개념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물가 상승이 누적돼 돈의 자릿수가 늘어남으로써 생기는 계산상·지급상의 불편을 해소할 목적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1000분의 1로 리디노미네이션을 하면 1만원은 10원, 1000원은 1원으로 일괄 조정된다. 화폐에서 ‘0’ 떼어내면 뭐가 달라질까이런 조치를 단행하면 거래 편의 향상, 회계 처리 간소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차단, 대외 위상 제고 등의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화폐 단위 변경에 따른 불안, 부동산 투기 심화, 화폐 주조 비용 증가 등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리디노미네이션은 잘하면 경제에 약(藥)이 되지만 잘못하면 독(毒)이 될 수 있다.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며 접근하는 ‘디테일’이 성패를 가른다.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터키가 꼽힌다. 터키는 2005년 화폐 단위를 100만분의 1로 낮추고, 돈의 이름도 리라에서 뉴리라로 변경했다. 이전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화폐 개혁을 거쳐 한 자릿수로 묶였다. 반면 짐바브웨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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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자원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역청은 요즘 말로 아스팔트나 타르를 가리키지만, 고대에는 석유를 통칭하던 말이다. 고대인들은 역청을 죽은 고래의 피나 유황이 농축된 이슬로 보았다. 시커멓고 먹을 수도 없는 데다 냄새가 심해 기피 대상이었다. 고대 전쟁에서 역청은 화공을 펼치는 전략 무기이기도 했다. 특히 동로마제국의 ‘그리스의 불’은 역청으로 만든 최종 병기로 유명했다. ‘그리스의 불’ 제조법은 제국의 일급기밀이어서 오늘날에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BC 850년께 아시리아에서 유황, 기름, 역청을 혼합한 나프타에 불을 붙여 화공을 펼쳤다는 기록이 있다.석유가 널리 알려진 것은 근대에 등불 연료로 쓰이면서다. 그러나 석유를 그대로 태우면 매캐한 연기와 냄새가 났고, 별로 밝지도 않았다. 석유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증류하면 연료용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은 17세기에도 있었지만 현실화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1858년 에드윈 드레이크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조명용 연료를 구하기 위해 땅을 굴착하다 석유를 발견했다. 드레이크는 최초의 유정 굴착자로 이름을 남겼다. 지표면에 고여 있는 역청을 이용하던 수준에서 땅속 채굴을 통해 대량 공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20세기 자동차 시대를 연 오일러시드레이크의 채굴 목적은 등불용 연료를 찾는 것이었다. 석유를 정제해 나온 등유는 등불용으로 적합해 19세기 후반 세계에 널리 보급되었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유전이 발견되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가는 ‘오일러시’가 일어났다. 이후에 석유를 골드러시 시대의 황금에 빗대 ‘검은 황금’이라고 부르게 되었다.초기 석유산업은 등유를 추출하고 남은 검고 끈적끈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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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경제활동 유리한 곳 찾아서 옮겨가는 기업들, '발로 하는 투표' 시대 … 법·제도 개선이 성장 견인
여건만 된다면 사람들은 누구나 경쟁력 있는 좋은 법과 제도를 찾아 주거지를 옮긴다. 이에 따라 '발로 하는 투표' 현상이 생기면서 사회·정치적으로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간에 법과 제도의 경쟁이 일어나게 됐다. 미국에서 주(州)마다 법과 제도가 다르고,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의 법이나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바로 그런 예에 해당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활동을 하기에 보다 유리한 법과 제도가 있는 사회에 기업이 몰리고, 경제성장이 잘 이뤄진다. 1960년대만 해도 베네수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보다 30%가량 더 높았다. 그러나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베네수엘라의 국민소득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3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일본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다섯 배 넘게 늘어 베네수엘라보다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원인은 다름 아닌 경제체제에 있었다. 글로벌 기업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스웨덴일본은 기업활동과 수출입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고, 세금도 낮아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을 갖췄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가격 규제를 비롯한 온갖 규제와 높은 세금으로 인해 기업이 경제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어려움이 컸던 것이다. 한편 인구가 1000만 명 수준에 불과한 스웨덴은 자유로운 시장경제 시기에는 많은 글로벌 기업이 등장했다. 자동차회사인 볼보와 사브, 전자회사인 에릭슨,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 트럭회사인 스카니아 등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는 더 이상 새로운 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