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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맹모삼천(孟母三遷)

    ▶ 한자풀이孟: 맏 맹母: 어미 모三: 석 삼遷: 옮길 천맹자는 유가의 중심 인물이다. 그는 유학에서 성인 공자 다음가는 아성(亞聖)으로 학문이 깊고, 뜻이 크고 강했다. 그가 주창한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자신의 기상이기도 하다.맹자는 어렸을 적에 홀어머니 손에 자랐다. 처음엔 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어린 맹자는 상여 메고 곡하는 흉내를 내고 놀았다. 맹자 어머니는 자식 기를 곳이 못 된다 여겨 시장 근처로 이사했다. 한데 이번엔 장사꾼 흉내만 내고 다녔다. 이곳 또한 아니다 여겨 서당 근처로 이사했다. 맹자가 글 읽는 흉내를 내므로 어머니는 자식 교육에 합당한 곳이라 여기고 이곳에 정착했다.나이가 들어 고향을 떠나 공부하던 맹자가 불쑥 집으로 돌아왔다. 베틀에 앉아 길쌈을 하던 맹자 어머니가 기쁜 마음을 억누르고 물었다. “공부는 마쳤느냐?” “아직 마치지 못했습니다.” 맹자의 대답에 어머니는 베틀의 날실을 끊어버리고 아들을 꾸짖었다. “네가 공부를 중도에 그만두고 돌아온 것은 지금 내가 짜고 있던 베의 날실을 끊어버린 것과 같다. 그런 마음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느냐.” 맹자는 어머니 말에 크게 깨달아 다시 스승에게로 돌아가 배움에 매진했다.첫 번째 글은 맹자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맹모삼천(孟母三遷)에 관한 얘기고, 두 번째는 날실을 끊어 맹자에게 깨달음을 줬다는 단기지교(斷機之敎)에 관한 얘기다. 공통어는 스승(어머니)·환경·교육이다. 출처는 《열녀전》이다.타고난 유전자는 어쩔 수 없다. 비관적 유전자는 좀처럼 낙관적 유전자로 바뀌지 않는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타고난 그대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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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귀에 봄바람이 스쳐가듯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음 - 이백의 시

    ▶ 한자풀이馬  말 마耳  귀 이東  동녘 동風  바람 풍흔히 중국의 시(詩)는 당나라에서 몇 발짝도 내딛지 못했다고 한다. 한자 시어가 당나라 시대에 그만큼 꽃을 피웠다는 얘기다. 중국 최고 시인으로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두보, 시선(詩仙)으로 추앙받는 이백은 당나라 문학을 만개시킨 주인공이다. 이백(701~762)이 두보(712~770)보다 10년 정도 앞서 태어났다. ‘이태백이 놀던 달아~’의 태백(太白)은 이백의 자다.이백이 벗 왕십이에게서 ‘한야독작유회(寒夜獨酌有懷·추운 밤에 홀로 술잔을 기울이다 회포를 읊다)’라는 시 한 수를 받고 답신을 보냈다.그는 장편의 답시에서 무인을 숭상하고 문인은 경시하는 당시 당나라 세태를 열거했다. 투계(鬪鷄)나 즐기는 자가 천자의 총애를 받고 변방에서 작은 공을 세운 자가 충신이나 된 듯 으스대며 다닌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문인은 시부(詩賦)나 지으며 세월을 보낼 뿐 아무리 글이 뛰어나도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그의 마지막 시 구절은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울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세상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머리를 내저으니(世人聞此皆掉頭),마치 봄바람이 말 귀를 스쳐가는 것과 같네(有如東風射馬耳)이백은 자신의 글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 세태를 ‘봄바람이 말 귀를 스치는 것(馬耳東風)’으로 표현했다. 시인다운 묘사다. 하지만 현재의 처지가 이렇더라도 억지로 부귀영화를 바라지는 말자고 스스로를 다잡으며 시를 맺는다. ‘소귀에 경 읽기’ 우이독경(牛耳讀經), ‘소 앞에서 거문고 타기’ 대우탄금(對牛彈琴)도 뜻이 같다.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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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히 여겨 동정하고 도움 - 오월춘추

    ▶ 한자풀이同  한가지 동病  병 병相  서로 상, 빌 양憐  불쌍히 여길 련(연)춘추시대에 자주 회자되는 오자서(伍子胥)는 원래 초나라 사람이다. 초나라 태자 비무기의 모함으로 아버지와 맏형이 처형당하자 복수를 위해 오나라로 망명했다. 그는 오나라 공자 광에게 자객 전저를 천거했고, 광은 전저를 시켜 사촌동생인 왕요를 시해하고 스스로 왕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을 합려라고 이름했다. 월나라 구천에게 죽임을 당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단초가 된 그 인물이다.오자서는 자객을 천거한 공로로 권세 막강한 대부가 되었다. 그해 역시 비무기의 모함으로 아버지를 잃은 백비가 초나라에서 망명해 오자 그를 천거해 함께 정치를 했다. 대부 피리가 오자서에게 물었다. “백비의 눈매는 매와 같고 걸음걸이는 호랑이 같으니 필시 사람을 죽일 상이오. 공은 어떤 까닭으로 그런 자를 천거했소?” 오자서가 답했다. “그가 나와 같은 원한이 있기 때문이오. 하상가(河上歌)에 ‘같은 병은 서로 불쌍히 여겨(同病相憐) 한 가지로 걱정하고 서로 구하네(同憂相救)’라고 했소.”그로부터 9년 후, 합려는 초나라에 대승을 거뒀고 오자서와 백비는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았다. 한데 오자서는 월나라에 매수된 백비의 모함에 빠졌고, 분을 참지 못한 그는 스스로를 태워 목숨을 끊었다. 남방의 앙숙 오나라와 월나라의 흥망성쇠를 다룬 《오월춘추》에 나오는 얘기다.“네 맘 알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네 글자다. ‘네 맘을 안다’는 건 너의 마음에 내 마음이 섞여 있다는 거다. 소통은 내 마음에 네 마음을 담으려는 심적 투쟁이다. 머리로만 하는 이해는 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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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식 싹을 뽑아올린다는 뜻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부추김 -장자

    ▶ 한자풀이助  도울 조長  긴 장맹자가 제자 공손추에게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설명하면서 송나라 농부 얘기를 들려줬다. 송나라의 한 농부가 자기가 심은 곡식의 싹이 이웃집 곡식보다 빨리 자라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겨 그 싹들을 일일이 뽑아올렸다. 그가 집으로 돌아와 말했다. “오늘은 피곤하다. 싹 올라오는 게 더뎌 하나하나 빨리 자라도록 도와줬다.” 아들이 놀라 이튿날 밭으로 달려가 보니 싹들은 이미 말라죽어 있었다.맹자가 농부 이야기 말미에 한마디 덧붙였다. “호연지기를 억지로 조장하는 것은 싹을 뽑아 올려주는 것과 같다. 조장하면 무익할 뿐 아니라 해까지 끼친다.”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긴다는 뜻의 조장(助長)은 《장자》 공손추편이 출처다.무르익기를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증이 어디 송나라 농부만의 증상이겠는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농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나그네, 부팅 몇 초 늦다고 모니터 노려보는 사람들…. 모두 조급증 환자다. 씨앗의 법칙은 단순하다. 씨앗을 심어야 싹이 트고, 싹이 자라야 꽃을 피우고, 꽃이 져야 열매를 맺는다. 열매 늦게 맺는다고 꽃을 흔들어 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물은 익혀야 한다. 와인은 익혀야 명품이 되고, 자식도 익혀야 제구실을 한다. 익힌다는 건 때를 아는 지혜, 참고 견디는 인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다.조금 더 여유로워지자. 조금 더 기다리자. 몇 초에 안달하지 말고, 몇 년에 한숨짓지 말자. 오늘 작은 상처가 내일 큰 병을 막아준다. 중턱을 밟지 않고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없다. 알이 클수록 오래 품어야 한다. 그래야 생명이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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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분수를 잊고 남을 흉내내다 이것저것 다 잃음을 비유하는 말 -장자-

    ▶ 한자풀이邯  조나라 서울 한鄲  조나라 서울 단之  갈 지步  걸음 보전국시대 조나라 사상가 공손룡(公孫龍)은 언변이 뛰어났다. 자신을 천하제일의 논객으로 자처한 그에게 장자는 눈엣가시였다. 사람들의 입에 장자가 오르내리는 게 영 불편했다. 어느 날 위나라 공자 모(牟)를 찾아가 속마음을 털어놨다.모가 우물 안 개구리 등의 비유로 그를 나무란 뒤 얘기 하나를 들려줬다. “자네는 조나라 수도 한단(邯鄲)에서 그곳 걸음걸이를 배우려던 시골 사람 얘기를 들어봤는가. 한단 걸음걸이를 채 익히기도 전에 고향 걸음걸이를 잊어버려 기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얘기 말일세. 자네가 이곳을 바로 떠나지 않으면 장자의 큰 지혜도 배우지 못하고 자네의 지혜마저 잊어버릴 걸세.” 공손룡은 모의 말을 듣고 황급히 조나라로 돌아왔다.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얘기다.한단의 걸음걸이, 한단지보(邯鄲之步)는 자신의 분수를 잊고 남만 따라하는 어리석음을 뜻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우리 속담과 뜻이 같다. “들보로 성벽을 부수지만 구멍을 막을 수는 없다. 크기가 다른 까닭이다. 천리마는 하루 천길을 달리지만 쥐를 잡는 데는 고양이만 못하다. 재주가 다른 까닭이다.” 역시 추수편에 나오는 이 구절은 ‘닮지 말고 너로 살라’는 장자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는다.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분주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처지가 딱하다. 그중 남의 걸음걸이에 자기 보조를 맞추는 자의 처지가 가장 딱하다”고 했다. 미국의 재즈피아노 연주자 델로니어스 몽크는 “천재는 가장 자기 자신다운 사람”이라고 했다.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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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힘든 일도 노력과 끈기로 이뤄낸다는 의미 -당서-

    ▶ 한자풀이磨  갈 마斧  도끼 부爲  할 위針  바늘 침중국의 시선(詩仙) 이백(李白)도 ‘타고난 시인’은 아니었다. 그도 여느 아이들처럼 배움보다 노는 데 마음을 뒀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이백을 상의산으로 보내 공부를 시켰다. ‘산중 과외선생’을 붙여준 것이다. 얼마 되지 않아 싫증이 난 이백은 공부를 포기하고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 하산 도중 산 입구 물가에서 도끼 가는 노파를 만났는데, 가는 모양새가 이상했다.이백이 물었다. “도끼날을 세우려면 날 쪽만 갈아야지 왜 이렇게 전부를 가는 겁니까.” 노파가 답했다. “이렇게 다 갈아야 바늘을 만들지.” 엉뚱하다 싶어 이백이 웃었지만 노파는 진지했다. “이리 갈다 보면 도끼도 언젠가는 바늘이 되겠지. 시간이 걸려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노파의 말이 이백 가슴에 꽂혔다. 그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산에 들어가 배움에 정진했다. 중국 당나라 역사책 《당서(唐書)》에 나오는 얘기다.마부위침(磨斧爲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 아무리 힘든 일도 노력하고 버티면 결국은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마부작침(磨斧作針)으로 바꿔 쓰기도 한다. 《시경》에 나오는 시 구절 절차탁마(切嗟琢磨·자르고 쓸고 쪼고 간다)도 뜻이 같다. 시는 학문과 인격을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비로소 군자에 가까워진다고 깨우친다.세상에 ‘타고난 천재’로 성공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성공한 사람의 99%는 남달리 노력한 자다. 처음에 앞서가다 ‘노력하는 자’에게 밀린 천재들은 역사에 무수하다. 세상에 노력만 한 재능은 없고, 인내만 한 용기는 없다. 세상 이치는 단순하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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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이뤄진다 -열자

    ▶한자풀이愚  어리석을 우公  공평할 공移  옮길 이山  메 산먼 옛날 중국의 한 작은 마을에 우공(愚公)이라는 90세 노인이 살았다. 한데 사방 700리에 높이가 만 길이나 되는 두 산이 집 앞뒤를 가로막아 왕래가 너무 불편했다. 우공이 어느 날 가족을 모아 놓고 물었다. “나는 태행산과 왕옥산을 깎아 없애고, 예주와 한수 남쪽까지 곧장 길을 내고 싶다.”이튿날 새벽부터 우공은 산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세 아들과 손자를 데리고 돌을 깨고 흙을 파서 삼태기로 발해에 갖다 버렸다. 한 번 버리고 오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비웃었지만 우공은 태연했다. “내가 죽으면 아들이 하고, 아들은 또 손자를 낳고, 손자는 또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은 또 아들을 낳겠지요. 산은 그대로이니 언젠가는 두 산이 평평해지겠지요.”우공의 얘기를 전해들은 옥황상제는 그 뜻에 감동해 명했다. “두 산을 업어 태행산은 삭동 땅에, 왕옥산은 옹남 땅에 옮겨놔라.” 우공 집을 가로막은 두 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지금은 작은 언덕조차 없다고 한다. 《열자》 탕문편에 나오는 얘기다. 우공이산(愚公移山). 90세 노인이 믿음 하나로 태산을 옮겼다는 뜻으로, 큰일도 믿음이 굳으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의미다.세상에 단박에 이뤄지는 것은 없다. 태산은 티끌이 쌓이고 쌓여 저리 높아졌고, 바다는 물 한 방물이 모이고 모여 저리 깊어졌다. 낮다고 버리면 높아지기 어렵고, 작다고 버리면 커지기 어렵다. 큰 꿈을 꾸려면 작은 실천에 마음을 쏟고, 먼 미래를 내다보려면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 믿음에는 묘한 힘이 있다. 그 힘은 생각보다 훨씬 세다. 믿음은 세상 최고의 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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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받을 만한 좋은 전례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는 뜻 - 시경

    ▶한자풀이殷  은나라 은鑑  거울 감不  아닐 불遠  멀 원폭군의 공통점은 술과 여자다. 걸왕은 고대 중국 하(夏)·은(殷)·주(周) 세 왕조 중 하왕조의 마지막 왕이다. 그는 원래 지용(智勇)을 겸비한 왕자였다. 한데 왕이 되어 유시씨(有施氏) 나라를 정벌했을 때 유시씨국에서 보내온 매희라는 여인에 빠져 정사를 팽개치고 술에 취해 살았다. 술이 연못을 이루고 고기가 숲을 이룬다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은 방탕이 극에 달한 그의 주연에서 비롯된 말이다. 결국 탕왕이 중국 최초의 역성혁명으로 은나라를 세웠다.은나라는 약 600년 뒤 주왕에 이르러 망한다. 주왕도 지혜와 무용이 뛰어났지만 그 역시 유소씨(有蘇氏) 나라 정벌 때 공물로 보내온 달기라는 여자에 빠져 ‘주지육림’에서 세월을 보냈다. 삼공(三公) 중 두 사람은 주왕에게 간하다 죽임을 당했고 훗날 주나라의 문왕이 되는 서백은 옥에 갇혔다. 서백의 죄목은 ‘불순한 시 구절 인용’이다. 그는 《시경》 대아편 탕시 구절을 인용해 “은왕이 거울로 삼을 것은 먼 데 있지 않고(殷鑑不遠), 하나라 걸왕 때에 있다”고 간언했다.방탕으로 나라를 잃은 하나라 걸왕을 ‘거울(鑑)’로 삼으라는 충언이었다. 주색에 빠진 주왕은 모든 간(諫)을 물리쳤고 결국 걸왕의 길을 걸었다. 나라를 잃고, 목숨도 잃었다. 쓰다고 약을 뱉으면 병이 깊어진다. 역사의 폭군은 하나같이 간(諫)을 뱉었다.은감불원(殷鑑不遠), 주변은 온통 스승이다. 망한 나라는 흥하는 나라의 반면교사이고, 간신은 충신이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현자에게는 주변이 모두 거울이다. 그 거울로 자신의 내면을 살핀다. 우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