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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혁신은 없다

    단언컨대, 혁신은 점진적이다. 성공한 혁신은 200년 전이든, 상류의 기술이든, 작은 장치로 구현되었든, 파괴적인 충격을 야기했든 상관없이 동일하다. 거의 언제나 점진적이지 갑작스럽지 않다. ‘와우’ 소리가 절로 나는 이유는 모든 일이 지난 뒤에 얻은 깨달음이거나 과정에 대한 어떤 지식도 없는 주체가 결과만 본 경우이다. ‘유레카’는 아르키메데스가 욕탕에서 뛰어나오면서 지른 소리로 유명하다. 하지만 후대의 사람들이 극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꾸며냈을 가능성이 높다. 컴퓨터 역시 하루아침에 등장하지 않았다. 진공관에서 시작해 작고 점진적인 개선을 거쳐 오늘날의 형태로 거듭났다. 오늘날 혁신의 상징인 자동차도 마차, 증기기관, 자전거와 같은 과거 기술의 산물과 많이 닮았다. 이는 진화 과정의 핵심이기도 하다. 인접할 수 있는 단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혁신이라 생각하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듯 보이는 많은 변화가 유사하다. 동력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도 첫 시도에서 하늘을 나는 기계를 기대하지 않았다. 자신들은 점진적이고 반복적인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거듭했고, 몇 시간 동안 떠 있는 법, 맞바람 없이 뜨는 법, 착륙하는 법 등을 알아냈다. 혁신이 점진적인 이유는 발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레이저 발명으로 1964년 노벨상을 받은 찰스 타운스는 혁신과 발명을 다음 장면을 인용하여 구분한다. 후버댐을 올려다보면서 비버가 토끼에게 말한다. “아니, 내가 직접 만든 건 아냐. 하지만 내 착상에서 나온 거야.” 발명자는 좋은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득은 이러한 아이디어가

  • 과학과 놀자

    물을 전기분해해서 얻는 청정 에너지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그린수소가 대안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린수소는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만들어진 수소로, 재생에너지의 전기를 이용해 생산한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어떻게 대기오염 물질 배출 없이 연료를 만들어내는 걸까. 수소는 우주에 가장 풍부한 원소다. 우주의 75%를 구성하고 있고, 태양계의 70.7%를 차지한다. 정작 지구상에서 수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1억분의 5 수준이다. 지구중력으로 붙잡아두기에는 지극히 가볍기 때문에 수소 분자 상태를 유지하기 힘든 것이다.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드물 뿐, 수소는 지구상에서도 물, 철광석, 화석연료 등에 결합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런 물질에서 수소를 분리해 에너지자원으로 이용하는데, 철강·금속 가공·전력 발전 등 쓰임이 다양하다. 비교적 대용량, 장시간 저장이 가능하고 액체, 기체 등 다양한 형태로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무게가 가벼워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를 비롯해 로켓, 우주선의 추진 연료로도 사용된다. 수소가 수소연료전지에서 연료로 이용될 때는 물의 전기분해 역반응이 일어난다. 전지 속의 수소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부산물로 일부 열과 물이 나오지만, 어떠한 대기오염 물질도 나오지 않는다. 수소 공급만 원활히 이뤄지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수소라고 다 같은 수소가 아니다. 생산방식에 따라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서 분리한 수소다. 천연가스를 고온, 고압

  • 숫자로 읽는 세상

    "스태그플레이션 땐 은행 자산 42% 위험"…IMF의 경고, 중동 전쟁위기로 주목

    세계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닥치면 주요 은행 자산의 42%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다. IMF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글로벌 금융 안정 보고서(GFSR)’에는 세계 29개국, 약 900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담겼다. 기존엔 정기적인 테스트 결과로 간주됐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거대 변수가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215개 은행 자본 취약해져반기별로 발표되는 IMF GFSR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세계 29개국의 약 900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이번 테스트에 따르면 세계 주요 은행이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게 되면 215개 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CET1)이 규제 기준인 7% 아래로 내려가거나 마이너스(-)5%포인트의 변동 폭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의 자산은 전체 글로벌 은행의 42%를 차지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CET1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위기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손실 흡수 능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세계 금융회사들의 CET1 비율은 지난해 12.6%에서 내년 10.1%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이 가장 큰 하락 폭(-3.9%포인트)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유럽(-3.4%포인트)과 미국(-1.6%포인트)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IMF는 실업률이 높아지고 금리가 2%포인트 오르는 가운데 세계경제가 2% 역성장하는 상황을 전제로 했다. 내년에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5%다. 은행들의 자본 상황이 취약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자본 조달 여건 악화와 개인들의 주택담보

  • 키워드 시사경제

    실체 드러난 '불법'…홍콩 은행 두 곳 딱걸렸다

    홍콩에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하다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BNP파리바 홍콩법인과 HSBC의 상습적인 무차입 공매도 행위를 적발했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결탁’해 불법 공매도로 잇속을 챙긴다는 의심이 파다했는데, 일부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기법공매도(short selling)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에게 주식을 빌려 파는 투자 방식이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활용한다. 공매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주식을 빌려서 파는 ‘차입 공매도’와 주식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판 뒤 나중에 빌려 메우는 ‘무차입 공매도’다. 국내에서는 전자만 허용되고 후자는 금지돼 있다. 두 해외 IB는 국내 110개 종목에 560억 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공매도조사팀은 올 들어 9월까지 외국인 21명을 포함, 총 30명의 무차입 공매도에 104억9000만 원의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금까지 공매도 위반 사례는 대부분 직원 실수나 전산 오류로 인한 것이었다. 장기간 상습적으로 벌인 무차입 공매도가 꼬리를 잡힌 건 처음이다. 일반적인 투자와 달리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수록 이득이다. 그래서 주가를 떨어뜨리려는 작전세력이 활개 치게 하고 증시를 교란한다는 비판이 따라붙곤 한다. ‘작전세력의 타깃’이 된 기업의 경영진은 본업보다 주가 방어에 매달려야 하는 부작용도 있다. 반면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증거가 불분명하고, 오히려 합리적 주가 결정에 기여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선진국이 공매도를 허용

  • 경제 기타

    고임금이 로봇산업 촉진…AI 탑재하면 급성장 전망

    로봇은 우리 삶을 직접적으로 바꿀 만한 기술인 데다가,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수능에 관련 지문이 나오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로봇 기술에 대한 비문학 지문이 나올 수도 있고, 로봇을 둘러싼 문제 등을 다루는 토론형 지문도 출제 가능하죠. 논술 등을 고려하더라도 로봇 관련 상식과 더불어 다양한 시각에 대해 접해보는 게 좋습니다. 서비스용과 산업용으로 활용로봇은 사람의 업무를 돕는 모든 기계장치를 일컬어요. 용도에 따라 산업용과 서비스용으로 나뉘죠. 서비스 로봇에서는 최근 서빙 로봇이 대폭 늘어나고 있어요. 실제 로봇 제조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내놓는 영역도 바로 서빙 로봇입니다. 10년 내로 상당수 서빙 업무는 로봇이 대체할 것입니다. 최근 두산로보틱스는 교촌치킨 매장에 치킨을 튀기는 로봇을 공급하기로 했어요. 시간당 스물네 마리를 자동으로 튀겨내는 로봇이죠. 커피 로봇, 치킨 로봇은 이제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서비스 로봇이 됐어요. 더 큰 변화는 산업용 로봇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과거 산업용 로봇은 분리된 위치에서 자기 일만 하는 기계에 가까웠어요. 자동차 생산 라인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로봇이 대표적이죠. 이젠 협동 로봇이 대세가 됐습니다. 협동 로봇은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로봇입니다. 아직 시장 초기 단계죠. 현재 전체 산업용 로봇 중 9%에 불과하지만 2030년에는 3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협동 로봇은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상황에 맞게 움직일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AI가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만큼 사람처럼 일하는 로봇이 10년 내로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죠. 실제 구글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RT-1이라

  • 교양 기타

    왜 하필 남포(南浦)에서 이별할까 [고두현의 아침 시편]

    임을 보내며(送人)정지상비 개인 긴 둑에 풀빛 짙은데남포에서 임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대동강 물은 어느 때나 마를꼬,이별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 보태거니.* 정지상(鄭知常, ?~1135) : 고려 시인고려시대 최고 서정 시인으로 꼽히는 정지상의 절창입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시재(詩才)가 뛰어나서 5세도 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요. 강 위에 떠 있는 해오라기를 보고 “어느 누가 붓을 집어/ 을(乙) 자를 강물 위에 썼는고”라는 시를 즉석에서 지을 정도였습니다.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이 시에서도 천재적인 감성을 보여줍니다. 제목은 <동문선(東文選)>에 ‘송인(送人)’으로 기록돼 있지만, <대동시선(大東詩選)>에는 ‘대동강(大同江)’이라고도 적혀 있습니다.봄비 그친 강둑 위로 풀빛이 푸르러 오는데 정든 임과 이별하는 가슴은 슬픔으로 미어집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강물에 떨어지니 대동강 물인들 마를 날이 있을까요. 참으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입니다. 대동강 부벽루에 걸린 이 시를 보고 중국 사신들이 모두 탄복했다고 하지요.대동강 하류에도 남포가 있지만…그런데 헤어지는 장소가 왜 하필이면 남포(南浦)일까요? 어떤 사람은 대동강 하구에 있는 남포를 가리킨다고 말합니다. 한때 증남포, 진남포로 불렸던 곳이지요. 하지만 한시를 좀 아는 분들은 빙그레 웃음을 짓습니다. 남포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이후 거의 모든 시인에게 이별을 상징하는 정운(情韻)의 시어로 쓰였기 때문이지요.정민 한양대 교수도 <한시 미학 산책>에서 “남포라는 단어에는 유장한 연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연원의 끝에 중국 문학사상 가장 오

  • 사진으로 보는 세상

    4족 보행 로봇 체험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3 종로구 청소년 진로직업박람회’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스마트기술센터 부스를 찾은 학생들이 건설 현장의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4족 보행 로봇을 작동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시사 이슈 찬반토론

    50년 넘은 미술품 해외 판매 금지, 합리성 있나

    한국에는 제작된 지 50년이 넘은 미술 작품의 해외 반출을 제한하는 법이 있다. 1962년에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제39, 60조)과 그 시행령에 명시돼 있다. 문화재청이 관할하는 법이다. 문화재청 산하의 심의위원회를 거쳐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미술품의 반출을 막기 위한 법이다. 이 법 때문에 김환기, 이중섭, 장욱진 같은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명품이 국제 미술품 시장에 내걸릴 수가 없다. 최근(2023년 10월 11~15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미술품 장터)인 ‘프리즈 마스터스’에 참가하려던 국내 굴지의 한 화랑도 이 법 때문에 한국 유명 조각가의 작품을 국제 무대에 선보이지 못했다. 문화재 규제가 ‘문화 쇄국’을 만들면서 한국 예술의 세계화를 가로막는 것이다. 국내 미술품의 국제시장 판매 제한, 정당성·합리성이 있나. [찬성] 전반적인 고급 문화재 보호 차원…한국 작가의 명작·걸작 국내 향유 유도국내 미술품의 해외 반출을 막는 문화재보호법의 근본 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외 판매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는 게 아니라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판매하게 한다. 아예 막는다기보다 제한을 가하는 정도다. 원래 이 법의 근본 취지는 국보와 보물 등 ‘지정문화재’를 잘 보호하자는 데 있다. 그러다가 그림·조각 같은 ‘일반 동산 문화재’를 포함시켰다. 큰 틀에서는 한국의 문화재를 한국인들 손이 바로 닿는 곳에서 보호하자는 의지가 깔려 있다. 해외에도 이런 사례는 있다. 아르헨티나 같은 데서는 현존 작가의 해외 전시 자체가 허가제다. 작가 작품의 해외 판매, 수출을 위해서는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걸작 예술 작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