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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 기타

    수상자 25명 내고도…일본 왕실까지 나선 '노벨상 외교'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 유라쿠조 도쿄국제포럼 컨벤션센터.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도 휴일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이 길게 줄을 지어 있었다. 캐주얼 차림을 한 대학생부터 넥타이를 맨 말끔한 노신사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이날 열린 행사는 일본 학술진흥회(JSPS)와 스웨덴 노벨재단이 공동 주최한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도쿄(NPD) 2017’이다. 선착순으로 배포된 행사티켓은 일찌감치 예약이 끝났다.2012년 스웨덴에서 처음 열린 이 행사는 노벨상 수상자 5~7명을 포함해 30여명의 세계적 석학이 하루 동안 대중과 어울려 글로벌 이슈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자리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장피에르 소바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교수, 198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도네가와 스스무 일본이화학연구소 뇌연구소장, 200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무트 UC버클리 교수 등 수상자 5명을 비롯해 구글, IBM, 엔비디아 등 기업 연구소장 등 각 분야 석학 36명이 ‘지능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라르스 하이켄스텐 노벨재단 사무총장은 “노벨상 수상자를 통해 인공지능(AI)의 등장처럼 급격히 변하는 사회와 산업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일반인은 물론 젊은 과학도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말했다.이 행사가 일본에서 열린 건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스웨덴 외에는 일본에서만 유일하게 열리고 있다. 노벨재단은 당초 노벨상 수상자를 25명이나 배출한 일본은 물론 한국과 싱가포르에도 행사 개최를 제안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건 일본이었다. 일본이 노벨재단이 주최하는 대규모 행사를 유치한 배경에는 노벨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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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에 시카고 같은 도시 만든다고?

    인류가 지구 바깥의 천체 중 유일하게 발을 내디딘 곳은 달이다. 인류가 향할 다음 목적지로 가장 유력한 곳은 화성이다. 화성은 지구보다 태양에서 1.5배 멀고 평균온도가 영하 63도로 매우 추운 곳이다. 대기 중 96%가 이산화탄소라서 숨 쉬는 건 불가능하다. ‘붉은 별’로 불리는 화성은 인류의 유력한 이주지로 떠올랐다. 지난해 스페이스X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가 2024년까지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고 80일 만에 화성에 도착하는 우주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이후 화성 탐사 계획과 연구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2117년 화성에 행복도시최근 가장 야심에 찬 화성 개발 계획을 밝힌 건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다. UAE는 2117년까지 화성에 미국 시카고 크기의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국가 차원의 화성 개발 계획을 이달 초 내놨다. UAE 정부는 ‘행복 도시’로 명명된 화성 도시 건설에는 젊은이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학에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교육 과정도 개편하겠다는 구체적 이행방안도 내놨다. 2014년에서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비슷한 UAE 우주청을 설립했지만 2021년까지 아랍권 최초로 탐사선을 화성에 보내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화성이 태양계 내 식민지로 손꼽히는 유력한 이유는 지구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하루가 24시간40분으로 지구와 비슷하고 1년이 687일로 지구보다 길지만 사계절이 있다. 해가 들면 최고 온도가 지구 여름 날씨인 30도까지 올라간다. 화성에 물이 있다는 증거도 점점 드러나고 있다. 극지방에선 얼음이, 일부 지역에선 과거에 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된 데 이어 2015년에는 화성정찰궤도선(MRO)이 지표면을 흐르는 소금물 자취까지 발견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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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력파와 AI, 야누스의 기초과학

    로마신화에서 시작의 신은 야누스다. 1월의 영어명 ‘January’도 ‘Janus’라는 이름에서 왔다. 우리는 야누스를 두 개의 얼굴로 기억한다. 신화에서는 농사와 법을 다스리는 얼굴, 그리고 성과 가정의 문을 지키는 얼굴을 앞뒤로 가진다고 한다. 모든 시작은 뒤로 지나온 과거의 끝이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라는 두 얼굴을 가진다. 시작의 신 야누스가 두 개의 얼굴을 가지는 것은 이런 뜻이 아닐까?2017년의 뒷면 2016년, 과학계 최대의 화제는 중력파의 발견 및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상징되는 인공지능(AI)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다음해인 1916년에 한 번, 그리고 1918년에 또다시 논문을 발표해 중력파를 예견했다. 중력파는 별의 폭발과 같은 중력의 이상현상이 우주의 한 부분에서 생긴 후 이것이 파동으로 전 우주로 전파되는 것이다.중력은 자연계의 네 가지 기본 힘 중 하나로 매우 중요한 힘이지만 전자기력과 같은 다른 힘에 비해 크기가 10의 40제곱분의 1로 너무나도 미약해 우주의 멀고 먼 구석에서 전해져오는 중력파를 지구에서 관측하는 것은 아인슈타인조차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중력파를 직접 관측하려는 노력들은 1960년에 그 이론이 제시된 후, 1980년대에 이르러 미국과학재단의 지원으로 MIT와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의 물리학자들에 의해 프로토타입 실험이 시작됐다. 그 후 수천억원의 지원과 노력이 실로 30여년간 이어져 마침내 2016년에 성공했다. 아인슈타인의 예측으로부터 100년이 지났으며, 우주를 이해하려는 인류의 지적 여정에 또 하나의 큰 발자취를 남겼다.그런데 이 모든 노력과 투자의 대가는 감격과 자부심이라는 정서적인 것과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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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의 이상 고온, 태풍급 저기압 유입 때문”

    북극의 유례없는 이상 고온은 ‘태풍급’ 저기압의 유입 때문이라는 사실을 한국 과학자들이 처음 밝혀냈다.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사업단 김백민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극지 기후변화/기상재해 예측시스템의 개발 및 활용 연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발표했다.지난해 북극에서는 평균 기온이 평년(영하 25~20도)보다 20도 이상 치솟은 영상 0~5도에 달하는 등 유례없는 이상 고온 현상이 수차례 발생했다. 11월 북극의 평균 기온은 1.67도로 평년보다 23도나 높았다. 이 같은 북극의 이상고온이 인구밀집 지역인 동아시아와 북미·유럽 등지에서 한파와 폭설, 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초래했다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연구팀은 북극해 현장관측 자료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토대로 2015년 말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중심기압 930헥토파스칼(hPa)의 ‘태풍급’ 저기압이 북극에 이상 고온 현상을 불러왔음을 밝혀냈다. 미국 연안에서 북대서양을 거쳐 유럽 북해로 이어지는 멕시코만류를 따라 강력한 저기압이 북상해 북극 중심부에 많은 양의 수증기와 열을 공급했고, 이것이 북극에 극단적인 고온 현상을 일으킨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이번 연구는 북극해 얼음 감소 등 북극 내부에서만 이상 고온 현상의 원인을 찾았던 기존 연구와 달리 북극 외부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으로 평가된다. 김 책임연구원은 “과거 문헌 등을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그 정도 저기압이 북극에 진입한 적은 3~4번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북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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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대가리라고?…의사소통 위한 울음소리만 24개"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띠 해다. 12간지 중 유일한 조류인 닭은 새벽을 알리며 귀신을 쫓는 ‘영물’로 알려져 왔다. 오늘날에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에 ‘치맥(치킨과 맥주)’이 오를 만큼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이다.◆2000년 전 한반도 정착과학자들에 따르면 닭과 사람은 약 3억1000만년 전 공통 조상인 파충류에서 갈라졌다. 사람과 쥐가 약 6500만년 전에 갈라진 것과 비교하면 훨씬 오래된 일이다.하지만 닭이 언제 처음 가축이 됐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발견된 닭 뼈 유전체를 분석한 연구를 살펴보면 아프리카에서 홍해를 거쳐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것으로 추정하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동아시아와 서아시아에서는 약 6000~8000년 전 들닭을 가축화했다는 설도 있다. 한반도에 처음 닭이 전래한 경로 역시 명확지 않다. 다만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는 점을 보면 2000년 전부터 가축으로 기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닭이 새벽마다 우는 이유는 뇌가 직접 빛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조류의 뇌 속 송과체는 간뇌 위쪽에 있는 내분비기관인데 하루나 1년 단위로 작동하는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런 이유로 사람보다 훨씬 빛에 민감한 생활 주기를 갖게 된다는 해석이다.◆멍청하고 공감 능력 떨어진다는 건 오해인간과 오랜 관계를 맺다 보니 닭을 둘러싼 오해도 많다. 흔히 머리가 아둔한 이를 비하해 ‘닭대가리’라는 말로 빗대기도 한다. 오늘날 인간과 닭의 지적 능력을 가른 건 겨우 신경세포 분화를 조절하는 PTBP1이라는 하나의 단백질 때문이다.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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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홀의 비밀,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이 풀까

    중국 국가항천국(CNSA)은 이르면 새해 상반기 하이난 원창 우주기지에서 무인 달탐사선 창어 5호를 발사한다. 이 탐사선에는 달에서 2㎏ 안팎의 샘플을 가져오는 임무가 주어졌다. 달에서 직접 채취한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건 1976년 8월 옛 소련의 달탐사선 루나 24호 이후 41년 만이다. 창어 5호가 샘플을 가지고 돌아오는 데 성공하면 한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달 형성과 진화 과정 규명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세계 9개 대형 전파망원경으로 구성된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은 내년 4월 세계 최초로 밀키웨이(은하수)에 있는 블랙홀(이미지)을 직접 촬영하는 프로젝트에 나선다. 중력이 강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는 물질과 빛이 안으로만 들어가며 밖으로 탈출할 수 없는 구형의 경계면이 있다. ‘사건의 지평선’이다. 이 연구에 성공하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실험하고 블랙홀의 활동을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등이 뽑은 2017년 주목할 과학계의 도전이다.인류 최초의 화성탐사선 카시니호도 새해 중요한 마지막 임무 수행을 앞두고 있다. 1997년 지구를 떠난 카시니호는 내년 9월 토성 고리 안쪽으로 진입을 시작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토성의 대기 성분에 대한 값진 정보를 보내올 예정이다.태양계 9번째 행성 존재 여부도 내년 하반기면 확인될 전망이다. 미국 연구진은 지난 1월 한때 태양계 행성으로 분류됐던 명왕성 너머에 새로운 9번째 행성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해왕성 궤도 바깥의 천체 밀집 지역인 ‘카이퍼 벨트’에 9번째 행성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내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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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문명'의 무게는 30조톤

    인간이 산업 활동을 통해 만들어낸 건축물과 제품을 포함한 모든 인류 문명의 총 질량이 30조t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영국 레스터대와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지구에 있는 시설과 산업 제품 무게를 추산한 규모가 30조t에 달한다고 국제학술지 인류세 리뷰지에 발표했다.과학자들은 공식적으로 현재 신생대 제4기 홀로세나 충적세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1만1000년 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구 모습도 천천히 인간이 이룩한 문명에 뒤덮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만든 문명을 빗대 테크노스피어(인공생물공간)라고 부른다. 많은 쓰레기와 버려진 건물 가운데 상당수는 10억년 이상 썩지 않는 것이어서 흡사 화석처럼 점점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질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현재를 인류세라고 바꿔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연구진은 집과 사무실, 공장 같은 사람이 지은 시설부터 항공기, 선박, 차량을 비롯해 스마트폰, 컴퓨터, 전자부품 등 산업 활동을 통해 생산된 모든 인공 제품의 무게를 계산했다. 이미 사람이 쓰고 버린 쓰레기와 폐허가 된 건물까지 계산에 포함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30조t은 사람이 개발한 물질이 지구 표면 ㎡당 50㎏ 이상씩 쌓여 있는 것에 해당한다. 지구 표면에 사는 모든 동식물 무게보다 10만배 많고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무거운 인공 구조물인 26만5000t급 선박 1억1100만대에 해당하는 무게다.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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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극복 연 구어디까지 왔나…

    유전자 손상 신호 전달원리 규명이 관건 암은 인류가 경험한 질병 가운데 가장 고치기 어려운 난치병이다. 우리 몸은 약 80 조개의 세포들로 구성돼 있고 이들 각각의 세포들은 주변세포들과 긴밀히 협력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기능을 수행한다. 때로는 더 이상 분열하지 말고 쉬라는 신호를 주기도 하고, 반대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증식과 분열을 하라는 신호를 주기도 한다. 만일 이 가운데 하나의 세포라도 이기적으로 행동해서 비정상적 증식을 하게 되면 이것이 암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때로는 세포가 정상적으로 늙어갈 수 없는 환경이 암세포를 유발하기도 한다. 암극복을 위해 연구되고 있는 세포의 결함 치유 경로와 인간의 노화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인체의 세포들은 특정 유전정보로 갖고 있어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정보들은 노화가 진행되거나 인체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오류가 생기게 되고 자칫 잘못된 지시로 이어질 위험성을 갖고 있다. 세포들은 유전정보의 오류를 방지하는 여러 개의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안전장치에 결함이 생긴 세포들은 정상세포들에 비해 수백 배 이상 변이되면서 암 발생 확률을 높인다. 이러한 안전장치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 유전자 손상 신호 전달체계이다. 따라서 이런 원리를 적절히 이용하면 정상세포에는 최소한의 영향을 주고 암세포만을 겨냥하는 새로운 암 치료가 가능하게 된다. 인간세포에는 유전자를 치유하는 단백질이 최소 150개 이상 존재하며 이들은 일부 중복되는 치유경로를 구성한다. 세포의 성장 및 분열 과정 중에 유전자는 정보오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