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자들 처음 밝혀
“북극의 이상 고온, 태풍급 저기압 유입 때문”
북극의 유례없는 이상 고온은 ‘태풍급’ 저기압의 유입 때문이라는 사실을 한국 과학자들이 처음 밝혀냈다.

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사업단 김백민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극지 기후변화/기상재해 예측시스템의 개발 및 활용 연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발표했다.

지난해 북극에서는 평균 기온이 평년(영하 25~20도)보다 20도 이상 치솟은 영상 0~5도에 달하는 등 유례없는 이상 고온 현상이 수차례 발생했다. 11월 북극의 평균 기온은 1.67도로 평년보다 23도나 높았다. 이 같은 북극의 이상고온이 인구밀집 지역인 동아시아와 북미·유
럽 등지에서 한파와 폭설, 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초래했다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북극해 현장관측 자료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토대로 2015년 말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중심기압 930헥토파스칼(hPa)의 ‘태풍급’ 저기압이 북극에 이상 고온 현상을 불러왔음을 밝혀냈다. 미국 연안에서 북대서양을 거쳐 유럽 북해로 이어지는 멕시코만류를 따라 강력한 저기압이 북상해 북극 중심부에 많은 양의 수증기와 열을 공급했고, 이것이 북극에 극단적인 고온 현상을 일으킨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북극해 얼음 감소 등 북극 내부에서만 이상 고온 현상의 원인을 찾았던 기존 연구와 달리 북극 외부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으로 평가된다.

김 책임연구원은 “과거 문헌 등을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그 정도 저기압이 북극에 진입한 적은 3~4번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북대서양이 뜨거워져 있어 이런 일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1월호에 게재됐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