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경기순환 이론과 중앙은행의 독립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선거가 다가오면 중앙은행이 주목받는 이유는?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 인하를 압박했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금리가 낮은 나라여야 한다”면서 말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 이후, 제롬 파월 Fed 전 의장부터 올해 5월 취임한 케빈 워시 의장에 이르기까지 계속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금리 인하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바로 오는 11월 연방 상·하원의원을 뽑는 중간선거가 미국에서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미국의 중간선거는 집권당에 대한 평가 성격이 강해 집권당에 불리합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경제 상황이 나아졌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줄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총수요(AD)를 증가시켜 단기적으로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고 경기가 활성화되는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선거가 다가오면 경기를 부양하고 싶어 합니다. 경기가 호황이어야 국민에게 표와 인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정치적 경기순환(Political Business Cycle, PBC) 이론’입니다.

이는 미국 경제학자인 윌리엄 노드하우스가 분석한 것으로, 정치인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선거 전 각종 경기 부양책을 펼쳐 실업률을 낮추고 경기를 활성화하지만, 선거 이후에는 경기 부양 과정에서 나타난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정치적 경기순환이 나타난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시험받는 중앙은행 만약 Fed가 정치에 휘둘려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실업률이 낮아지고 생산과 소비가 늘어나는 등 경제 지표가 단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미 높아진 물가를 더 자극하여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Fed는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경기가 침체하는 등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중요합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은 당장의 경기 부양을 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은행마저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금리를 결정한다면 물가 안정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놓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단기적인 경기 상황뿐만 아니라 물가와 고용 등 경제 전반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합니다. 정치적 압력에 따라 통화정책이 결정되면 선거 전에는 경기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여도 이후 물가 상승이나 경기 불안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케빈 워시 의장도 지난달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Fed의 물가 목표는 2%이며 이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정치적 압력에도 물가 안정이라는 Fed의 목표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Fed가 정치적 압력 속에서도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