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필립스곡선

![[경제학 원론 산책]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단기적으론 '역의 관계'](https://img.hankyung.com/photo/202408/AA.37832554.1.jpg)
필립스를 계승한 경제학자들이 도출한 초기 필립스곡선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간 상충관계를 보여주는 모델로 ‘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낮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처럼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이 상충하는 현상은 노동시장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실업률이 높은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어렵고 구직자들은 낮은 임금으로도 일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임금상승률이 줄어 물가상승률도 감소한다. 반대로 실업률이 낮은 경우 임금은 오르고 생산 비용도 늘어나 물가상승률이 높아진다. 필립스곡선은 총공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업률이 낮아지면 생산에 투입된 노동자가 많아져 생산량이 늘어나므로 실업률이 낮을 때 생산량 증가와 물가상승은 동시에 발생한다. 이런 양(+)의 관계는 총공급곡선이 우상향하는 모양으로 나타나도록 만든다.
초기 필립스곡선의 형태는 경기침체기에 높은 물가상승률을 감수하면 실업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공했다. 이러한 시사점은 경기침체기에 정부나 중앙은행이 개입해야 한다는 케인스학파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었다. 필립스곡선 논쟁그러나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고물가 경기침체가 발생하면서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물가와 실업이 상충적인 안정적 관계가 유지된다는 초기 필립스곡선의 설명은 더 이상 잘 맞지 않았다. 이 때문에 통화주의자들은 “필립스곡선이 언제나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필립스곡선은 단기에서만 우하향하는 것일 뿐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장기 필립스곡선통화주의자들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으므로 필립스곡선이 장기적으로 수직선 모양을 띠게 된다고 했다. 필립스곡선은 물가상승률을 세로축으로 하고 실업률을 가로축으로 해서 그리므로 단기와 장기 필립스곡선은 (왼쪽) 그림과 같은 형태가 된다. 필립스곡선이 장기적으로 수직 형태를 띠는 것은 물가상승률이 증가해 실업률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임금의 하락을 그대로 놓아둘 리가 없기 때문이다. 명목임금보다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는 상황을 경험한 근로자들은 더 큰 폭으로 명목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
이에 하락했던 실질임금은 다시 오르고 고용은 줄어들면서 실업률이 늘어나 원래 수준이 되므로 결국 실업률은 변하지 않고 물가상승률만 증가하는 것이다.
이처럼 필립스곡선이 수직이 되면 경제 안정화 정책은 물가에만 영향을 줄 뿐, 실업률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통화주의자들의 주장이 충분한 근거를 갖게 된다. √ 기억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