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도 과거 정부처럼 지역 균형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인구 감소가 현저해지면서 ‘소멸 위기’ 경고가 반복되는 지방을 살리자는 정부 차원의 청사진에는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 핵심은 기업 유치, 인구 감소 저지로 경제 살리기다. 지방 소멸 위기의 핵심은 인구 감소, 특히 청년층 급감이다. 줄어드는 인구의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사회적 이동’이다. 대학 진학을 필두로 졸업생들까지 몰려들면서 수도권은 과밀이 심각한 문제다. 학생·청년들이 진학과 취업을 위해 서울로 몰리는 것은 한국적 현실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서울에 학사·학숙이라는 관급 기숙사까지 지어주며 청년들의 탈지역을 부채질한다는 점이다. 인구가 없다면서 기숙사를 제공해 지방 이탈을 부채질하는 행정을 어떻게 봐야 하나.[찬성] 지역 학생 상경 진학은 오랜 전통…'주거 전쟁' 학생에 기숙사는 현실적 지원책전국 각 지역 학생들이 진학을 위해 서울로 몰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규모 상경은 진학 자체가 일종의 특혜였던 개발 연대 때부터 비롯된 전통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우수한 대학이 집중돼 있는 데다 졸업 후 취업할 만한 대기업과 주요 기관들이 서울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들이 대거 지방으로 분산되고 각 지역에 혁신도시를 만들어도 한계가 있다. 이런 실상에서 기왕 지방 학생이 학업차 서울로 간다면 주거비 지원이라도 해주는 게 현실적인 지역 주민 지원책이다.
서울에서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은 심각하다. 대학생 경우 ‘주거 전쟁’을 벌인다고 볼 만하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대학이 적지 않지만 몰려드는 학생 수요에 맞추기는 어렵다. 기숙사가 제한적이다 보니 신입생 정도만, 그것도 일정 수준의 경쟁을 거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숙사 경쟁이 입시 못지않다.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기숙사 비용도 만만찮다. 이래저래 학생들에겐 부담이다. 그래서 도,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에서 학사·학숙이라는 향토 기숙사를 운영해 일부라도 출신 지역의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주거 환경도 쾌적하다. 대학가의 일반 원룸은 생활시설의 구비 정도에 따라 월 100만 원씩 한다. 이에 비해 지자체 지원의 재경 기숙사에는 식사 제공 외에 공동세탁실, 공부 카페, 체력 단련실까지 구비된 경우가 있으면서도 입주 학생의 부담은 월등히 적다. 비용 경감 외에 동향의 친구, 선후배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친교를 하고 다양한 커뮤니티까지 형성하니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다. 학생들 본인은 물론 고향의 부모, 즉 지역 주민에 대한 지자체의 효과적인 지원책이 된다.
재경 기숙사가 있다 해도 지역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아주 적은 학생들만 누리는 혜택이다. 대학이 기숙사를 더 많이 지어야 한다. 가급적 실비로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 산하의 한국장학재단이 이런 사업에 관심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반대] 청년 한 명이 아쉬운데 이탈 부채질…우수 학생 지역 정착 유도해야00학사·00학숙이라는 지자체 운영 기숙사가 서울에 28곳이나 있다.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자는 차원이지만 지자체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지방이 다 죽는다”며 위기감을 드러낸다. 행정안전부가 지방 소멸 위기 지자체라고 판단한 ‘인구 감소 지역’ 시·군이 89개에 달한다. 저출산 자체가 국가적 재앙이지만, 지방에서는 인구를 수도권으로 빼앗기는 사회적 이동으로 위기감이 더 심각하다. 핵심은 청년인구 급감이다.
그런데 지자체가 청년인구 지키기에 나서기는커녕, 왜 서울로 가도록 기숙사까지 지어주며 빈약한 재정을 축낸단 말인가. 경상남도가 운영하는 남명학사의 경우 서울 강남구에 있다. 군위, 영양, 영덕, 청송, 포항, 구례, 제천 등 서울에 향토 기숙사를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지자체이다. 포천, 포항, 강화, 전주 등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예산으로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 중 성적 우수자에게 장학금을 주는 게 지역발전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의 기숙사에서 지내며 적은 부담으로 공부한 우수한 지역 학생이 졸업한다고 해도 결국 어떻게 되나. 해외 유학을 가거나 서울의 유수 로펌·수도권 기업 등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기숙사를 제공하고 장학금까지 주는 게 지역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까.
제2의 도시 부산에서도 매년 적지 않은 청년 학생을 수도권에 빼앗긴다. 성적 최우수 학생들이 관내 대학에 진학할 경우 등록금 외에 월급처럼 200~300만 원을 줘서라도 지역 내에 붙잡아야 한다. 연간 3000만 원을 1000명에게 지원해도 연간 300억 원이니, 부산시 예산(2023년 15조2480억 원)의 0.2%다. 재정 규모가 작은 다른 지자체도 이런 식으로 지역의 우수한 공학도 등 청년 인재를 그 지역에서 붙잡아야 한다. ‘출향 인사들의 입신양명은 지역의 긍지·보람이 아닌가’라는 식의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기 - 서울 학사는 구식 행정 단면…지역 의지 없으면 균형발전 정책도 헛일 지자체가 운영하는 서울의 향토 기숙사는 하나의 단면일 뿐이다. ‘인구 소멸-지역 경제 침체-지방 소멸 위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무조건 일정 인구를 유지해야 한다. 심각한 저출산에 급속한 고령화까지 겹치는 판에 많지도 않은 젊은 인구를 수도권으로 빼앗기고, 심지어 스스로 밀어내는 행정으로 지방의 미래는 밝지 않다. 우수 인력은 한 명이라도 지키는 행정이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이 살아난다. 막말로 ‘잘난 놈, 공부라도 잘하는 학생은 다 서울로 가버린다’는 열패감에서 벗어나야 지방이 살아남든 발전하든 할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기회발전특구를 비롯해 교육자유·도심융합·문화 등 4대 특구를 만들어 새로운 ‘지방 시대’를 만들기로 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스스로의 의지와 역량이다. 특히 지자체의 자활 의지가 관건이다. 각종 조례를 만드는 지방의회도 가급적 규제형 조례는 없애나가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서울에서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은 심각하다. 대학생 경우 ‘주거 전쟁’을 벌인다고 볼 만하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대학이 적지 않지만 몰려드는 학생 수요에 맞추기는 어렵다. 기숙사가 제한적이다 보니 신입생 정도만, 그것도 일정 수준의 경쟁을 거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숙사 경쟁이 입시 못지않다.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기숙사 비용도 만만찮다. 이래저래 학생들에겐 부담이다. 그래서 도,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에서 학사·학숙이라는 향토 기숙사를 운영해 일부라도 출신 지역의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주거 환경도 쾌적하다. 대학가의 일반 원룸은 생활시설의 구비 정도에 따라 월 100만 원씩 한다. 이에 비해 지자체 지원의 재경 기숙사에는 식사 제공 외에 공동세탁실, 공부 카페, 체력 단련실까지 구비된 경우가 있으면서도 입주 학생의 부담은 월등히 적다. 비용 경감 외에 동향의 친구, 선후배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친교를 하고 다양한 커뮤니티까지 형성하니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다. 학생들 본인은 물론 고향의 부모, 즉 지역 주민에 대한 지자체의 효과적인 지원책이 된다.
재경 기숙사가 있다 해도 지역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아주 적은 학생들만 누리는 혜택이다. 대학이 기숙사를 더 많이 지어야 한다. 가급적 실비로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 산하의 한국장학재단이 이런 사업에 관심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반대] 청년 한 명이 아쉬운데 이탈 부채질…우수 학생 지역 정착 유도해야00학사·00학숙이라는 지자체 운영 기숙사가 서울에 28곳이나 있다.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자는 차원이지만 지자체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지방이 다 죽는다”며 위기감을 드러낸다. 행정안전부가 지방 소멸 위기 지자체라고 판단한 ‘인구 감소 지역’ 시·군이 89개에 달한다. 저출산 자체가 국가적 재앙이지만, 지방에서는 인구를 수도권으로 빼앗기는 사회적 이동으로 위기감이 더 심각하다. 핵심은 청년인구 급감이다.
그런데 지자체가 청년인구 지키기에 나서기는커녕, 왜 서울로 가도록 기숙사까지 지어주며 빈약한 재정을 축낸단 말인가. 경상남도가 운영하는 남명학사의 경우 서울 강남구에 있다. 군위, 영양, 영덕, 청송, 포항, 구례, 제천 등 서울에 향토 기숙사를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지자체이다. 포천, 포항, 강화, 전주 등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예산으로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 중 성적 우수자에게 장학금을 주는 게 지역발전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의 기숙사에서 지내며 적은 부담으로 공부한 우수한 지역 학생이 졸업한다고 해도 결국 어떻게 되나. 해외 유학을 가거나 서울의 유수 로펌·수도권 기업 등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기숙사를 제공하고 장학금까지 주는 게 지역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까.
제2의 도시 부산에서도 매년 적지 않은 청년 학생을 수도권에 빼앗긴다. 성적 최우수 학생들이 관내 대학에 진학할 경우 등록금 외에 월급처럼 200~300만 원을 줘서라도 지역 내에 붙잡아야 한다. 연간 3000만 원을 1000명에게 지원해도 연간 300억 원이니, 부산시 예산(2023년 15조2480억 원)의 0.2%다. 재정 규모가 작은 다른 지자체도 이런 식으로 지역의 우수한 공학도 등 청년 인재를 그 지역에서 붙잡아야 한다. ‘출향 인사들의 입신양명은 지역의 긍지·보람이 아닌가’라는 식의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기 - 서울 학사는 구식 행정 단면…지역 의지 없으면 균형발전 정책도 헛일 지자체가 운영하는 서울의 향토 기숙사는 하나의 단면일 뿐이다. ‘인구 소멸-지역 경제 침체-지방 소멸 위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무조건 일정 인구를 유지해야 한다. 심각한 저출산에 급속한 고령화까지 겹치는 판에 많지도 않은 젊은 인구를 수도권으로 빼앗기고, 심지어 스스로 밀어내는 행정으로 지방의 미래는 밝지 않다. 우수 인력은 한 명이라도 지키는 행정이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이 살아난다. 막말로 ‘잘난 놈, 공부라도 잘하는 학생은 다 서울로 가버린다’는 열패감에서 벗어나야 지방이 살아남든 발전하든 할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기회발전특구를 비롯해 교육자유·도심융합·문화 등 4대 특구를 만들어 새로운 ‘지방 시대’를 만들기로 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스스로의 의지와 역량이다. 특히 지자체의 자활 의지가 관건이다. 각종 조례를 만드는 지방의회도 가급적 규제형 조례는 없애나가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