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하는 혼인·출산율 잡아주는 직업, 조연호 듀오 선임 커플매니저2017년 26만7000건, 2019년 23만9000건, 2021년 19만3000건. 혼인 건수가 매년 줄고 있다. 자연스레 출산율도 떨어진다. 작년 합계출산율은 0.78명. 세계 최저다.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 속 주목받는 직업이 있다. 싱글 남녀의 인연을 이어주는 커플매니저다. 18년간 500쌍 이상을 결혼으로 이끈 조연호 듀오 선임 커플매니저를 만나 직업인으로서 커플매니저의 세계를 알아봤다.
[강홍민 기자의 직업의 세계]"제가 이어준 남녀, 500쌍 결혼했죠"
▶젊은 세대에서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현상이 있는데 현장에서도 느끼시나요.

“커플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위기라고 얘기하는데 젊은 층에서 결혼정보회사 가입자는 오히려 늘었어요. 결혼 조건을 갖추기도 쉽지 않고 육아를 비롯해 힘든 일이 많아 결혼을 포기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에 내가 원하는 조건의 이성을 적극적으로 찾는 분들도 늘어난 거죠. 비용을 지불하고 내가 원하는 조건의 이성과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어요.”

▶젊은층 가입자가 많다는 건 다소 의외네요.

“저희도 놀랐어요. 코로나19 이후 가입자가 더 늘었어요.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이성을 만날 기회도 줄어든 것이 배경인 것 같아요. 젊은 회원들 중에서는 데이팅 앱을 이용해 이성을 만나는 분들도 있는데 상대방이 검증되지 않는다는 문제, 그리고 상대와 이어지게 하는 역할이 없다는 문제가 있어 만족스럽지 않다는 분들도 있어요. 인공지능(AI) 매칭도 있다고 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에는 미묘한 부분이 있거든요. 저희 같은 커플매니저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죠.”

▶커플매니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결혼정보회사의 커플 매니저는 상담 커플매니저와 매칭 커플매니저로 나뉘어요. 상담 커플매니저는 가입 문의 고객을 안내해 회원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가입 후 관리도 함께 하는 역할을 하고요. 매칭 커플매니저가 흔히 말하는 커플매니저인데 회원에게 이상형을 소개하고 만남을 주선해 주는 역할을 하죠.”

▶매칭 커플매니저로 18년간 일하신 건가요.

“그렇죠. 이 직업을 쉽게 설명하면 결혼을 전제로 한 남녀의 이상형을 파악해 만남을 주선하고 결혼까지 이끄는 일이죠. 회원들이 갖고 있는 결혼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하는 직업이 아닐까 싶어요.”“내가 만나고 싶은 이성 만나자” 이른 나이에 결혼정보회사 가입하는 회원 늘어
[강홍민 기자의 직업의 세계]"제가 이어준 남녀, 500쌍 결혼했죠"
▶보통 어떤 분들이 결혼정보회사를 찾나요.

“예전에는 혼기가 다 되거나 넘은 분들이 많이 가입했다면 요즘에는 원하는 조건을 갖춘 이성을 만나기 위해 이른 나이에 가입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결혼은 하고 싶은데 도저히 방법을 몰라 마지막에 결혼정보회사를 찾아오는 분위기에서 나에게 맞는 천생배필을 일찍 일찍 만나자는 분위기로 바뀐 거죠.”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기 위한 조건이 있나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가입이 가능해요. 서류 심사를 먼저 하는데 출신 학교부터 직장, 가족관계, 연봉 등을 확인합니다. 요즘 MBTI를 많이 물어보셔서 서류에 넣기도 했어요. 각자 데이터를 입력한 뒤 듀오 매칭 시스템인 DMS(DUO Maching System)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이상형을 찾고 매니저가 연결을 해 줘요.”

▶서로에게 잘 맞는 이성을 프로그래밍을 통해 연결해 주는군요.

“예를 들어 전문직 종사자나 수도권 거주, 가족이 많은 사람 등 데이터로 나타낼 수 있는 부분들을 필터링해 맞춤 작업을 거치는 거죠.”

▶그 다음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회원들에게 이성의 프로필을 전달해요. 그 프로필에는 사진과 상대 회원의 신상 명세가 공개되죠. 프로필 안에 들어가지 못한 내용들이 많잖아요. 그런 부분은 커플매니저가 회원들에게 알려드리는데 없는 사실을 말하진 않지만 최대한 장점을 부각시키죠.(웃음) 사실 매칭매니저들의 설득으로 성혼까지 이어지는 분들이 많아요.”

▶처음에는 이상형이 아니었는데 결혼으로 이어지게 만든다는 건가요.

“어떻게 보면 그렇죠. 몇 년 전 저를 통해 결혼한 회원 이야기인데요. 양쪽 모두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근데 제가 볼 땐 두 회원이 통하는 점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두 분께 나를 믿고 한번 만나보라고 설득했어요. 그래서 결혼에 골인했죠. 지금도 가끔 아이 사진을 보내면서 안부를 전하기도 해요.(웃음)”
[강홍민 기자의 직업의 세계]"제가 이어준 남녀, 500쌍 결혼했죠"
“직업·가족관계·종교 등 원하는 조건 필터링…디테일한 매칭은 커플매니저의 몫”▶커플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하네요.

“상대방에게 프로필을 전달하는 건 AI 기술로도 가능하지만 회원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기억해 원하는 조건의 이성을 연결시키는 건 사람이 하는 거죠. 현재 가입 중인 회원뿐만 아니라 그동안 거쳐간 회원들의 특징을 거의 다 기억하고 있어요. 이게 직업병이죠.(웃음)”

▶결혼정보회사에는 회원 등급이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 실제 등급이 존재하나요.

“그런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저희 회사에는 회원 등급표가 없어요. 예전에 다른 회사가 홈페이지에 등급표를 만들어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게 퍼지면서 모든 결혼정보회사가 등급을 매기는 것처럼 잘못 알려졌어요.”

▶18년간 몇 쌍이나 결혼을 성사시키셨나요.

“공식적으로는 500쌍인데 비공식으론 1000쌍이 넘지 않을까 싶어요. 회원분들 중에서 저희에게 알리지 않고 결혼한 분들도 더러 있거든요. 회원끼리 결혼하면 성혼비를 받는 회사가 있어요. 저희 회사엔 성혼비 제도가 없는데도 매니저에게 알려주지 않는 회원들이 있긴 해요.”

▶그 정도면 커플매니저 사이에서도 상위권 아닌가요.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듀오에서는 제가 가장 많아요.(웃음)”

▶그동안 만난 회원들 중에 기억에 남는 분들도 많겠어요.

“한 회원의 친구들까지 네 쌍을 연달아 결혼시킨 적이 있어요. 처음 결혼하신 분은 직업이 의사인 여성 회원이었는데 결혼이 만족스러웠는지 동네 친구를 저에게 소개해 줬죠. 그 친구 분도 잘 돼서 고등학교 친구를 소개받았고, 그 회원도 결혼해 또 친구를 소개받았어요. 최근에도 결혼하신 분의 친구를 또 소개받았는데 현재 진행 중입니다.(웃음)”
[강홍민 기자의 직업의 세계]"제가 이어준 남녀, 500쌍 결혼했죠"
“나이·경력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직업…사람 대하는 일, 회원 관리 어려움도 있어”▶직업으로서 커플매니저의 장단점을 꼽는다면요.

“장점은 경력 단절 여성들이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정년이 지나도 의지만 있다면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이죠. 일반 기업은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그에 비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단점은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라 회원들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을 때가 종종 있어요. 사실 일로서만 대하면 그뿐인데 회원들에게 좋지 않은 말을 들을 땐 사람인지라 서운할 때가 있더라고요. 물론 좋은 결실을 맺고 저에게 감사하다며 인사해 주는 회원들이 더 많긴 하지만요.”

▶연봉은 어떤가요.

“기본급과 인센티브로 지급되는데 가입률, 성혼율, 매칭율, 환불 여부 등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가 주어져요. 실적과 더불어 고객 클레임, 근무 태도 등을 바탕으로 업무 평가를 해 승진, 연봉, 재계약 등이 진행되죠. 40~50대 경력 단절 여성에겐 아주 괜찮은 직업이에요.”

▶근무 방식은요.

“일반 직장인처럼 9 to 6 출퇴근이에요.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듀오는 외근이 없고, 고객 미팅은 회사에서만 진행해요.”

▶말씀하신 대로 경단녀가 도전할 만한 직업이네요.

“맞아요. 근데 쉽지만은 않아요. 제 주변에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투여하는 직업이라 재미있어 보인다며 쉽게 생각하는 분들은 말리죠. 특히 듀오는 남자 매니저는 뽑지 않아요. 아마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남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나요.

“듀오에선 그래요. 예전에 남자 커플매니저가 있었는데 아주 잠깐 있다가 나갔어요. 그 뒤로 남자는 뽑지 않고 있어요.”
[강홍민 기자의 직업의 세계]"제가 이어준 남녀, 500쌍 결혼했죠"
▶관련 학과나 민간 자격증이 있는데 커플매니저로 일할 때 전공과 자격증이 중요한가요.

“물론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자격증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크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커플매니저가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센스가 참 중요한 직업이에요. 커플매니저의 하루 일과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회원들과 통화거든요. 회원뿐만 아니라 부모님, 가족 등과 의사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라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의도인지,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센스가 없다면 어려운 부분이죠. 다양한 지식도 필요합니다. 회원을 비롯해 가족들의 연령대, 직업이 천차만별이라 대화 주제가 폭이 넓어요. 자칫 못 알아듣거나, 생소한 분야의 대화 주제가 나오면 난감하거든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알고 있어야 회원들과 대화가 가능해요.”

▶소통이 커플매니저의 기본이자 중요한 부분이군요.

“그렇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서비스 마인드예요. 매니저의 노력으로 결혼까지 이어져도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일도 많아요. 저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회원들에게 먼저 화를 내면 안 돼요.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도 일을 마무리짓겠다는 서비스 마인드가 꼭 있어야 해요.”

▶커플매니저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혼인율, 출산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혼정보업이 사양 산업 아니냐는 말도 해요. 결혼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뀌고 있는 게 현실이니까요. 그럼에도 결혼할 사람은 하게 돼 있어요. 결혼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제대로된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수요가 강해진 거죠. 그래서 결혼정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늘었고, 그 가치가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물론 이 업계에도 인공지능(AI)이 스며들지만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어요. 커플매니저의 노하우와 경험이 매칭 성공에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 직업은 오래가지 않을까요.”

한경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