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경기침체 속에 이례적인 규모로 많은 이익을 낸 은행들이 성과급·퇴직금 잔치를 벌이면서 은행의 과점 체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변수에서 비롯된 복합 불황 와중이어서 은행계의 ‘그들만의 잔치’를 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 과점은 말 그대로 소수의 대기업이 해당 시장을 장악해 쥐락펴락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자유로운 경쟁 체제를 가로막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하다. 한국의 5대 시중은행이 그런 구조에서 불황 없이 최근 15년간 무려 100조원을 벌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더구나 은행은 정부 보증의 면허증에 힘입어 ‘돈 장사’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정 간섭이 다른 분야보다 더 용인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반면에 5대 은행 체제는 통폐합 정책, 즉 정부 관치금융의 소산물이라는 반론도 있다. 은행의 과점 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찬성] 한국 은행 과점비율 OECD 중하위권…5대 은행 체제, 정부 통폐합 정책 결과한국의 시중은행이 과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선진국과 비교해 특별히 과도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가 2022년 12월 내놓은 보고서가 좋은 기준이다.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은행산업 집중도는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전체적으로는 23위, 시중은행만 보면 18위로 중하위권이다. 총자산 상위 3개 은행의 점유율을 합산해 국가별로 비교한 것이다.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 신규 진입한 이후 집중도는 완화하는 추세다. 가계대출 시장 집중도(상위 3개 은행) 비율은 2018년 63.8%에서 2021년 61.9%로 떨어졌다. 총대출 집중도도 이 기간 62.0%에서 61.9%로 소폭 내려갔다. 은행처럼 예금·대출 업무를 하는 저축은행까지 포함하면 은행 집중도는 더 떨어진다. 과점 체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준은 아니다. 독과점 판단에 대한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하는 기준은 상위 1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 점유율이 75% 이상이다. 따라서 은행업은 독과점 시장으로 볼 수 없으며, 은행에 대한 대통령이나 금융감독원장의 공격성 비판은 과도하다.
더구나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한국의 5대 시중은행은 금융개혁 정책 차원에서 정부가 통폐합을 주도해온 결과물이다. 한국의 시중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 26개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구조조정하면서 매각정리와 인수합병(M&A)으로 지금은 지방은행까지 합쳐 12개로 줄었다.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고 은행업 문을 더 연다고 서민의 은행 접근이 쉬워지고 금융 부담이 줄어든다는 보장도 없다. 4개 대형 은행이 주축인 미국에서 은행들의 수익률(ROA·총자산이익률)은 한국보다 훨씬 높다.[반대] 시장 나눠먹기로 매년 막대한 수익 은행도 경쟁하게 해야 소비자 이익 늘어한국의 은행들은 앉아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고공 행진하는 물가(인플레이션)와 고환율(원화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부득불 금리를 올리는 와중에 은행만 배를 불리고 있다. 고금리로 전체 경제의 부담이 크지만, 고물가에 대응하고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리는데 높은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에 따른 수익을 은행만 누린다. 농협을 제외한 4대 은행이 2008~2022년 낸 순이익은 94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수익은 금융산업의 혁신이나 신경영으로 낸 게 아니다. 과점 체제의 구조적 이점을 누리며 큰 경쟁 없이 쉽게 번 돈이다. 그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희망퇴직자에게 통상의 퇴직금 외에 수억원까지 얹어줘 6억~7억원이 예사고, 평은행원이 최대 1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사례까지 있다. 경쟁 없이 시장 나눠먹기 식의 과점 구조에 근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틀을 바꿔야 한다. 은행이 그러니 지주회사의 우산 아래 함께 묶인 보험·카드사들도 일반 직장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의 성과금 잔치를 따라 벌인다. 금융감독원이 실태조사를 마치는 대로 정부 차원의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 문제를 제기하고,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이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겠나. 독과점 체제는 자유로운 경쟁 시장 발전을 막는 독이다.
은행 숫자가 늘어난다면 경쟁 효과를 볼 수 있다. 대출금리부터 가급적 낮춰 소비자 유치 경쟁을 할 것이고, 이윤(예대마진 차)을 적게 해서라도 고객 잡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보유 자산의 효율화를 시도하면서, 금융 혁신에도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좁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진출도 꾀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눈치나 보는 해묵은 관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까지 하게 될 것이다.√ 생각하기 - '완전 경쟁' 어려운 분야…인터넷·기능별 은행 늘려 경쟁촉진 시킬 때 은행업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자산을 비롯한 외형이 클수록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고 금융업의 최대 핵심인 건전성을 이루기 쉽다는 점이다. 미국, 일본 등지에서도 금융업에선 대형 M&A가 많았다.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달리 자연히 ‘완전 경쟁’이 말처럼 쉽지도 않고, 가장 바람직한 것도 아닌 측면이 있다. 더구나 은행은 정부가 면허증을 직접 발급해주는 몇 안 되는 허가업종이다. 국가적 경제위기가 닥쳐 은행이 도산하면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정부가 마구 늘릴 수도 없다. 또 투입되는 공적자금은 전부 국민 세금에 기대게 된다. 그럼에도 경쟁 없는 과점 체제의 부작용이 너무 크고, 그에 따른 이익을 은행 종사자들만 누린다는 것도 문제다. 정책이 그만큼 중요한 분야다. 인터넷은행 등을 더 늘려 경쟁을 촉진하고, 은행의 허가 방식을 바꿔 부문별·기능별로 특화된 은행을 늘리는 것도 대안이 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 신규 진입한 이후 집중도는 완화하는 추세다. 가계대출 시장 집중도(상위 3개 은행) 비율은 2018년 63.8%에서 2021년 61.9%로 떨어졌다. 총대출 집중도도 이 기간 62.0%에서 61.9%로 소폭 내려갔다. 은행처럼 예금·대출 업무를 하는 저축은행까지 포함하면 은행 집중도는 더 떨어진다. 과점 체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준은 아니다. 독과점 판단에 대한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하는 기준은 상위 1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 점유율이 75% 이상이다. 따라서 은행업은 독과점 시장으로 볼 수 없으며, 은행에 대한 대통령이나 금융감독원장의 공격성 비판은 과도하다.
더구나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한국의 5대 시중은행은 금융개혁 정책 차원에서 정부가 통폐합을 주도해온 결과물이다. 한국의 시중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 26개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구조조정하면서 매각정리와 인수합병(M&A)으로 지금은 지방은행까지 합쳐 12개로 줄었다.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고 은행업 문을 더 연다고 서민의 은행 접근이 쉬워지고 금융 부담이 줄어든다는 보장도 없다. 4개 대형 은행이 주축인 미국에서 은행들의 수익률(ROA·총자산이익률)은 한국보다 훨씬 높다.[반대] 시장 나눠먹기로 매년 막대한 수익 은행도 경쟁하게 해야 소비자 이익 늘어한국의 은행들은 앉아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고공 행진하는 물가(인플레이션)와 고환율(원화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부득불 금리를 올리는 와중에 은행만 배를 불리고 있다. 고금리로 전체 경제의 부담이 크지만, 고물가에 대응하고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리는데 높은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에 따른 수익을 은행만 누린다. 농협을 제외한 4대 은행이 2008~2022년 낸 순이익은 94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수익은 금융산업의 혁신이나 신경영으로 낸 게 아니다. 과점 체제의 구조적 이점을 누리며 큰 경쟁 없이 쉽게 번 돈이다. 그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희망퇴직자에게 통상의 퇴직금 외에 수억원까지 얹어줘 6억~7억원이 예사고, 평은행원이 최대 1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사례까지 있다. 경쟁 없이 시장 나눠먹기 식의 과점 구조에 근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틀을 바꿔야 한다. 은행이 그러니 지주회사의 우산 아래 함께 묶인 보험·카드사들도 일반 직장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의 성과금 잔치를 따라 벌인다. 금융감독원이 실태조사를 마치는 대로 정부 차원의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 문제를 제기하고,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이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겠나. 독과점 체제는 자유로운 경쟁 시장 발전을 막는 독이다.
은행 숫자가 늘어난다면 경쟁 효과를 볼 수 있다. 대출금리부터 가급적 낮춰 소비자 유치 경쟁을 할 것이고, 이윤(예대마진 차)을 적게 해서라도 고객 잡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보유 자산의 효율화를 시도하면서, 금융 혁신에도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좁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진출도 꾀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눈치나 보는 해묵은 관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까지 하게 될 것이다.√ 생각하기 - '완전 경쟁' 어려운 분야…인터넷·기능별 은행 늘려 경쟁촉진 시킬 때 은행업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자산을 비롯한 외형이 클수록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고 금융업의 최대 핵심인 건전성을 이루기 쉽다는 점이다. 미국, 일본 등지에서도 금융업에선 대형 M&A가 많았다.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달리 자연히 ‘완전 경쟁’이 말처럼 쉽지도 않고, 가장 바람직한 것도 아닌 측면이 있다. 더구나 은행은 정부가 면허증을 직접 발급해주는 몇 안 되는 허가업종이다. 국가적 경제위기가 닥쳐 은행이 도산하면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정부가 마구 늘릴 수도 없다. 또 투입되는 공적자금은 전부 국민 세금에 기대게 된다. 그럼에도 경쟁 없는 과점 체제의 부작용이 너무 크고, 그에 따른 이익을 은행 종사자들만 누린다는 것도 문제다. 정책이 그만큼 중요한 분야다. 인터넷은행 등을 더 늘려 경쟁을 촉진하고, 은행의 허가 방식을 바꿔 부문별·기능별로 특화된 은행을 늘리는 것도 대안이 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