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타투이스트 실력,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죠"
신정섭 국제타투아티스트협회장 요즘 거리에서 몸에 타투를 한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10~20대는 물론 40~50대, 심지어 60대 이상에서도 타투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TV에 나오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타투를 한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관심을 받고 있는 직업이 ‘타투이스트’다. 인체에 그림을 그리는 직업 ‘타투이스트’를 직업의 세계에서 만나봤다.
▶직업 얘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얘기를 해 보자면, 아직 국내에서 타투는 불법이죠.
“네. 불법입니다. 타투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30여 년 전의 잣대, 그때 정한 기준으로 타투를 바라보고 있는 거죠. 타투와 눈썹 문신을 한 국민이 절반이 넘는데도 타투를 의료법 상 불법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타투를 의료법으로 규제하는 것 자체가 타투업계에선 불만일 수 있겠네요.
“그렇죠. 타투는 미술의 영역인데, 의료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을 외국에서는 이해하지 못해요. 이상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타투이스트는 인체를 디자인하는 아티스트예요. 그 점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국민 절반이 타투, 눈썹 문신 경험... 불법화는 부당"▶타투를 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불법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네요. 그럼 타투는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요즘엔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타투이스트들이 나와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DM을 보내 예약을 잡는 분들이 많아요. SNS에 보면 타투이스트마다 포트폴리오를 올려놓거든요. 고객이 그걸 보고 부위나 그림을 선택해 가격, 날짜 등을 정하죠.”
▶가격은 고객과 타투이스트가 정하는 것이군요. 타투이스트의 실력이나 지명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예를 들어 명함 크기 타투를 그리는데 글자가 될 수도 있고, 동물의 얼굴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림 종류가 달라지면 크기가 작더라도 금액은 올라갈 수 있겠죠. 수상 경력이 많거나 유명한 타투이스트는 금액이 올라갈 수 있죠.”
▶대략적인 가격대가 있나요.
“요즘 좌우명이나 신념과 같은 글귀를 타투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 경우로 설명 드리면, ㎝당 1만원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10㎝면 10만원이 되겠죠. 반면에 필기체, 고딕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도 있어요. 타투의 가격은 사람마다 달라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0㎝ 크기의 글귀를 작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시간은 어느 정도 소요되나요.
“그것도 케이스마다 다른데 보통 1시간 정도 걸립니다.” 하루 10시간 넘게 작업하기도... 외국 타투이스트들은 셀러브리티로 각광▶온몸에 타투를 하는 경우엔 며칠이 걸리겠군요.
“그렇죠. 사실 작업은 하루에 10시간 넘게도 할 수 있지만 고객이 데미지를 받을 수 있어 잘 안하죠. 보통 하루 4시간을 넘지 않게, 타투의 범위가 클 땐 며칠에 나눠서 작업하는 것을 추천 드려요.”
▶타투이스트들이 사용하는 기구나 도안은 비슷한가요.
“타투가 합법이라면 외국의 좋은 제품들이 들어와 있을 텐데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해외에 다양한 타투 브랜드가 있는데 국내 수입이 안 되거든요. 저도 해외여행을 갔다가 기구나 타투 물감을 사 온 적이 있는데 세관에서 다 걸렸어요. 국내 타투이스트 중에서는 본인이 직접 도구를 개발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실력을 가진 타투이스트가 나온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봅니다.”
▶불법임에도 국내 타투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고, 해외에서도 타투이스트는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죠.
“해외 타투 시장은 국내와는 차원이 다르죠. 왜냐하면 말씀드린 대로 국내는 불법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여러 제약이 많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타투이스트가 유명인으로 활동하고, 수입도 아주 높죠. 해외에서 한국 타투이스트들도 인기가 굉장히 높아요. 타투의 새로운 트렌드가 한국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로 국내 아티스트들의 위상이 높습니다.” ▶국내 타투이스트들이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는 뭔가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술 수준이 높아서인 것 같아요. 국내 아티스트들의 손기술과 창의적 기법들이 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어요. 해외 유명 타투 숍에서 한국 타투이스트를 영입하려고 애를 쓰고, 타투 행사가 있으면 초청하려고 해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범법자가 되는 상황이죠. 그래서 실력 있는 분들은 해외로 다 빠져나가고 있어요.”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10년 이상 활동해 온 타투이스트로서 뿌듯하기도 하시겠어요.
“세계 타투대회 대부분을 국내 타투이스트들이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월드 클래스가 된 거죠. 제가 처음 타투를 배울 때만 해도 가르쳐 줄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었어요. 너무 배우고 싶어 서점에 갔는데, 타투와 관련된 책이 한 권도 없었어요. 타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동호회처럼 모여 연구한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죠.” "타투 대중화... 시장 규모도 확대"▶타투를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어요. 현장에서도 느끼시나요.
“많이 달라졌죠. 실제로 고객들 중에 작업을 받으시다가 타투가 왜 불법이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요. TV에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타투를 하고 나온 모습을 쉽게 접하기 때문에 젊은층에서 타투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죠. 요즘엔 어린 학생들이 타투를 배우고 싶다며 부모님 손잡고 와서 상담받는 사례도 많아요.”
▶타투숍에 온 부모님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시나요.
“타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는 말씀도 하시고요. 타투이스트는 성인이 돼야 할 수 있는 직업인데 일종의 조기교육으로 미리 받으려고 하는 거죠.”
▶혹시 자녀가 이 직업을 택한다고 하면 추천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전 무조건 추천합니다. 제 친구들 자녀 중에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 직업을 가까이서 보면 굉장히 트렌디하고 멋있어요. 실력이 있는 만큼 돈도 벌 수 있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거든요.” ▶타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원래 대학에서 법을 전공해 서울 신림동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했어요. 변호사가 꿈이었거든요. 대학 때 취미로 헤비메탈 밴드를 했었는데, 타투에 관심이 조금씩 생겼어요. 2002년쯤이었는데 이걸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주변에 수소문을 해보니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더라고요. 당시엔 타투라고 하면 안 좋은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배움의 갈증이 생기니 더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타투에 관심 있는 사람 몇몇이 모여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하기 시작했죠.”
▶타투이스트가 되기 위해선 그림을 잘 그려야 합니까.
“실력이 어느 정도 돼야 한다는 기준은 없지만 그림 그리는 걸 잘하고, 좋아해야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시간이 해결해 주기 때문에 지금 잘하지 않더라도 좋아하기만 한다면 실력은 늘 수 있어요. 그림은 표현의 영역이고 예술의 범위이기 때문에 어떤 그림이 좋고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거든요.”
▶종이에 그리는 그림과 인간의 몸에 그리는 건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어떤가요.
“타투는 피부라는 한계점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예요. 타투이스트가 욕심을 많이 부려 터치를 많이 하게 되면 피부를 해칠 수 있어요. 그럼 피부의 상태가 나빠지고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죠. 그리고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죠.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 하나를 그릴 때도 온 신경을 집중해 그려야 합니다.”
▶한 번의 실수가 타투이스트는 물론, 고객에게도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겠네요.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한가요.
“타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늘 말하는 부분인데, 독학으로 배우는 타투는 아주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이 유튜브로 수술을 배워 의사가 될 순 없잖아요. 타투도 마찬가지로 작은 그림을 몇 번 그려봤다고 해서 큰 그림을 그릴 순 없어요. 도화지에 그리는 게 아니라 인간의 몸에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정규 과정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타투를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어디서 배울 수 있나요.
“타투 아카데미가 몇 군데 있는데, 그곳에서 기본적인 기술과 타투 위생을 공부한 뒤에 타투 숍에 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비용은요.
“교육 기간이 3~5개월이고 비용은 300만원에서 500만원 선으로 알고 있습니다.” "타투이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과 아티스트 마인드"▶타투이스트가 갖춰야 할 조건도 있을 것 같아요.
“위생에 대한 교육을 꼭 받아야 합니다. 인간의 피부 위에 작업을 하기 때문에 위생이 가장 중요하죠. 더 꼽자면 아티스트의 마인드, 타투 기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직업적으로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을 텐데요.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타투라고 하면 어둡고 무거운 이미지가 있고,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때문에 타투이스트들은 여러 가지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어요. 신용카드 하나 쉽게 만들 수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이 직업을 계속 하는 이유는 직업 만족도가 아주 높다는 점이에요.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장점이 아닐까요.”
▶타투이스트의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요.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의 실력이나 수상 경력, 인지도 그리고 홍보 전략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월 1000만 원 이상 버는 작업자가 있는 반면 월 50만원을 버는 분들도 있죠. 해외로 진출해 몇 배의 수익을 내는 분들도 있고요.” ▶타투이스트로 17년차이신데, 그간 만나본 고객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요.
“60대 남성분이셨는데, 왼쪽 어깨에 ‘Never never give up’이라는 문구를 새기셨어요. 작업을 하다가 의미가 너무 궁금해 ‘뭘 그렇게 포기하고 싶지 않으시냐’고 여쭤봤어요. 그분이 말씀하시길 얼마 전 암 진단을 받았는데, 의사가 항암 치료만 견딜 수 있다면 시한부 연장도 가능하다는 말씀을 들으셨대요. 가족들을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이 문구를 새겼다고 하셨죠. 아마 지금쯤 어딘가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실력만 있다면 투잡 또는 부업으로도 가능하겠어요.
“해외 유명 타투이스트 중에서는 부업으로 이 일을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낮에는 소방관으로 밤에는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는 분도 있고, 사진작가, 디자이너, 퍼스널 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업과 병행하는 작업자들이 많습니다.”
▶타투이스트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타투는 전망이 좋은 분야입니다. 국내 타투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요. 큰 시장이죠. 타투가 합법화되면 지금보다 몇 배 더 커질 가능성이 있죠. 세계대회 유치를 비롯해 타투 머신과 잉크 제작, 엑스포 개최, 교육 등 다양한 방향으로 성장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한경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신정섭 국제타투아티스트협회장 요즘 거리에서 몸에 타투를 한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10~20대는 물론 40~50대, 심지어 60대 이상에서도 타투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TV에 나오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타투를 한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관심을 받고 있는 직업이 ‘타투이스트’다. 인체에 그림을 그리는 직업 ‘타투이스트’를 직업의 세계에서 만나봤다.
▶직업 얘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얘기를 해 보자면, 아직 국내에서 타투는 불법이죠.
“네. 불법입니다. 타투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30여 년 전의 잣대, 그때 정한 기준으로 타투를 바라보고 있는 거죠. 타투와 눈썹 문신을 한 국민이 절반이 넘는데도 타투를 의료법 상 불법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타투를 의료법으로 규제하는 것 자체가 타투업계에선 불만일 수 있겠네요.
“그렇죠. 타투는 미술의 영역인데, 의료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을 외국에서는 이해하지 못해요. 이상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타투이스트는 인체를 디자인하는 아티스트예요. 그 점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국민 절반이 타투, 눈썹 문신 경험... 불법화는 부당"▶타투를 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불법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네요. 그럼 타투는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요즘엔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타투이스트들이 나와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DM을 보내 예약을 잡는 분들이 많아요. SNS에 보면 타투이스트마다 포트폴리오를 올려놓거든요. 고객이 그걸 보고 부위나 그림을 선택해 가격, 날짜 등을 정하죠.”
▶가격은 고객과 타투이스트가 정하는 것이군요. 타투이스트의 실력이나 지명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예를 들어 명함 크기 타투를 그리는데 글자가 될 수도 있고, 동물의 얼굴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림 종류가 달라지면 크기가 작더라도 금액은 올라갈 수 있겠죠. 수상 경력이 많거나 유명한 타투이스트는 금액이 올라갈 수 있죠.”
▶대략적인 가격대가 있나요.
“요즘 좌우명이나 신념과 같은 글귀를 타투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 경우로 설명 드리면, ㎝당 1만원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10㎝면 10만원이 되겠죠. 반면에 필기체, 고딕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도 있어요. 타투의 가격은 사람마다 달라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0㎝ 크기의 글귀를 작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시간은 어느 정도 소요되나요.
“그것도 케이스마다 다른데 보통 1시간 정도 걸립니다.” 하루 10시간 넘게 작업하기도... 외국 타투이스트들은 셀러브리티로 각광▶온몸에 타투를 하는 경우엔 며칠이 걸리겠군요.
“그렇죠. 사실 작업은 하루에 10시간 넘게도 할 수 있지만 고객이 데미지를 받을 수 있어 잘 안하죠. 보통 하루 4시간을 넘지 않게, 타투의 범위가 클 땐 며칠에 나눠서 작업하는 것을 추천 드려요.”
▶타투이스트들이 사용하는 기구나 도안은 비슷한가요.
“타투가 합법이라면 외국의 좋은 제품들이 들어와 있을 텐데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해외에 다양한 타투 브랜드가 있는데 국내 수입이 안 되거든요. 저도 해외여행을 갔다가 기구나 타투 물감을 사 온 적이 있는데 세관에서 다 걸렸어요. 국내 타투이스트 중에서는 본인이 직접 도구를 개발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실력을 가진 타투이스트가 나온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봅니다.”
▶불법임에도 국내 타투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고, 해외에서도 타투이스트는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죠.
“해외 타투 시장은 국내와는 차원이 다르죠. 왜냐하면 말씀드린 대로 국내는 불법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여러 제약이 많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타투이스트가 유명인으로 활동하고, 수입도 아주 높죠. 해외에서 한국 타투이스트들도 인기가 굉장히 높아요. 타투의 새로운 트렌드가 한국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로 국내 아티스트들의 위상이 높습니다.” ▶국내 타투이스트들이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는 뭔가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술 수준이 높아서인 것 같아요. 국내 아티스트들의 손기술과 창의적 기법들이 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어요. 해외 유명 타투 숍에서 한국 타투이스트를 영입하려고 애를 쓰고, 타투 행사가 있으면 초청하려고 해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범법자가 되는 상황이죠. 그래서 실력 있는 분들은 해외로 다 빠져나가고 있어요.”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10년 이상 활동해 온 타투이스트로서 뿌듯하기도 하시겠어요.
“세계 타투대회 대부분을 국내 타투이스트들이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월드 클래스가 된 거죠. 제가 처음 타투를 배울 때만 해도 가르쳐 줄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었어요. 너무 배우고 싶어 서점에 갔는데, 타투와 관련된 책이 한 권도 없었어요. 타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동호회처럼 모여 연구한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죠.” "타투 대중화... 시장 규모도 확대"▶타투를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어요. 현장에서도 느끼시나요.
“많이 달라졌죠. 실제로 고객들 중에 작업을 받으시다가 타투가 왜 불법이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요. TV에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타투를 하고 나온 모습을 쉽게 접하기 때문에 젊은층에서 타투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죠. 요즘엔 어린 학생들이 타투를 배우고 싶다며 부모님 손잡고 와서 상담받는 사례도 많아요.”
▶타투숍에 온 부모님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시나요.
“타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는 말씀도 하시고요. 타투이스트는 성인이 돼야 할 수 있는 직업인데 일종의 조기교육으로 미리 받으려고 하는 거죠.”
▶혹시 자녀가 이 직업을 택한다고 하면 추천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전 무조건 추천합니다. 제 친구들 자녀 중에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 직업을 가까이서 보면 굉장히 트렌디하고 멋있어요. 실력이 있는 만큼 돈도 벌 수 있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거든요.” ▶타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원래 대학에서 법을 전공해 서울 신림동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했어요. 변호사가 꿈이었거든요. 대학 때 취미로 헤비메탈 밴드를 했었는데, 타투에 관심이 조금씩 생겼어요. 2002년쯤이었는데 이걸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주변에 수소문을 해보니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더라고요. 당시엔 타투라고 하면 안 좋은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배움의 갈증이 생기니 더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타투에 관심 있는 사람 몇몇이 모여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하기 시작했죠.”
▶타투이스트가 되기 위해선 그림을 잘 그려야 합니까.
“실력이 어느 정도 돼야 한다는 기준은 없지만 그림 그리는 걸 잘하고, 좋아해야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시간이 해결해 주기 때문에 지금 잘하지 않더라도 좋아하기만 한다면 실력은 늘 수 있어요. 그림은 표현의 영역이고 예술의 범위이기 때문에 어떤 그림이 좋고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거든요.”
▶종이에 그리는 그림과 인간의 몸에 그리는 건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어떤가요.
“타투는 피부라는 한계점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예요. 타투이스트가 욕심을 많이 부려 터치를 많이 하게 되면 피부를 해칠 수 있어요. 그럼 피부의 상태가 나빠지고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죠. 그리고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죠.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 하나를 그릴 때도 온 신경을 집중해 그려야 합니다.”
▶한 번의 실수가 타투이스트는 물론, 고객에게도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겠네요.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한가요.
“타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늘 말하는 부분인데, 독학으로 배우는 타투는 아주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이 유튜브로 수술을 배워 의사가 될 순 없잖아요. 타투도 마찬가지로 작은 그림을 몇 번 그려봤다고 해서 큰 그림을 그릴 순 없어요. 도화지에 그리는 게 아니라 인간의 몸에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정규 과정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타투를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어디서 배울 수 있나요.
“타투 아카데미가 몇 군데 있는데, 그곳에서 기본적인 기술과 타투 위생을 공부한 뒤에 타투 숍에 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비용은요.
“교육 기간이 3~5개월이고 비용은 300만원에서 500만원 선으로 알고 있습니다.” "타투이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과 아티스트 마인드"▶타투이스트가 갖춰야 할 조건도 있을 것 같아요.
“위생에 대한 교육을 꼭 받아야 합니다. 인간의 피부 위에 작업을 하기 때문에 위생이 가장 중요하죠. 더 꼽자면 아티스트의 마인드, 타투 기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직업적으로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을 텐데요.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타투라고 하면 어둡고 무거운 이미지가 있고,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때문에 타투이스트들은 여러 가지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어요. 신용카드 하나 쉽게 만들 수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이 직업을 계속 하는 이유는 직업 만족도가 아주 높다는 점이에요.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장점이 아닐까요.”
▶타투이스트의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요.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의 실력이나 수상 경력, 인지도 그리고 홍보 전략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월 1000만 원 이상 버는 작업자가 있는 반면 월 50만원을 버는 분들도 있죠. 해외로 진출해 몇 배의 수익을 내는 분들도 있고요.” ▶타투이스트로 17년차이신데, 그간 만나본 고객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요.
“60대 남성분이셨는데, 왼쪽 어깨에 ‘Never never give up’이라는 문구를 새기셨어요. 작업을 하다가 의미가 너무 궁금해 ‘뭘 그렇게 포기하고 싶지 않으시냐’고 여쭤봤어요. 그분이 말씀하시길 얼마 전 암 진단을 받았는데, 의사가 항암 치료만 견딜 수 있다면 시한부 연장도 가능하다는 말씀을 들으셨대요. 가족들을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이 문구를 새겼다고 하셨죠. 아마 지금쯤 어딘가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실력만 있다면 투잡 또는 부업으로도 가능하겠어요.
“해외 유명 타투이스트 중에서는 부업으로 이 일을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낮에는 소방관으로 밤에는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는 분도 있고, 사진작가, 디자이너, 퍼스널 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업과 병행하는 작업자들이 많습니다.”
▶타투이스트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타투는 전망이 좋은 분야입니다. 국내 타투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요. 큰 시장이죠. 타투가 합법화되면 지금보다 몇 배 더 커질 가능성이 있죠. 세계대회 유치를 비롯해 타투 머신과 잉크 제작, 엑스포 개최, 교육 등 다양한 방향으로 성장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한경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