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드루킹 사건 수사 참여한
손승희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 수사관매년 1만 명이 넘는 응시자가 지원하지만 합격 인원은 200명 남짓. 평균 49대 1(9급·2017~2021년)의 경쟁률을 뚫어야 할 수 있는 직업, 검찰수사관이다. 검찰직 공무원 시험은 매년 한 차례 치러진다. 그 중에서도 7급은 매년 10명만 선발한다. 2013년 검찰수사관 7급으로 임용돼 지난 10년째 근무 중인 손승희(39) 씨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드루킹 특검’ 등 큰 이슈가 됐던 사건 수사에 참여한 베테랑 수사관이다. 손 씨를 만나 검찰수사관이 꼭 갖춰야할 덕목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현재 차세대 형사 사법 정보 시스템 구축 TF팀에 파견 나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곳은 뭘 하는 곳인가요.
“원래 소속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인데, 현재 법무부 형사사법 공통 시스템 운영단 내 차세대 KICS 구축 추진단에 나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검찰, 경찰, 해경, 공수처 등 각 기관에서 쓰는 서식과 양식을 새롭게 구축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형사 사법 정보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보관하는 형식이었는데, 각 기관마다 양식이 다르고 민원인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가 제한돼 있었어요. 이를테면 사건 기록을 확인하려면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각 기관과 일반인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간 쌓인 사건 수사 기록이 굉장히 방대할 것 같은데, 과거 사건 기록도 모두 데이터화하는 건가요.
“앞으로 발생하는 사건 기록은 당연히 들어가고요. 이전 사건은 유예기간을 따져서 데이터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존에는 경찰과 검찰 또는 검찰과 법원 등 각 기관 간에 자료 공유가 어렵고 복잡했어요. 기관별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달라서였는데요. 시스템을 통합해 데이터화하면 기관별 자료 공유가 용이해지고, 기록을 분실할 위험도 적어지죠. 2025년까지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앞으론 영장 집행이나 수배자 확인도 모바일로 가능해질 수 있죠.”
“계좌추적·압수수색·디지털 포렌식 등 다양한 기법으로 범죄혐의 입증”
▶검찰수사관 본연의 업무는 뭔가요.
“말 그대로 수사가 가장 대표적인 업무예요. 드라마에서 많이 보셨을 텐데, 검사실에 검사 한 명과 계장 한 명이 나오죠. 검사가 “계좌추적 좀 해 주세요”라고 하면 계장으로 불리는 사람이 조사를 시작하는데, 저희가 그 계장 역할입니다.(웃음) 보통 검사, 계장(수사관), 실무관이 한 팀으로 이뤄집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검찰수사관이 사건 현장에 직접 나가 수사를 하는 장면도 있어요. 수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검찰수사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거나 검사와 긴밀하게 협력해 업무를 수행하는데요. 계좌추적을 하거나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사건의 전후 사정을 비교하는 일이 주요 수사 업무예요. 검찰수사관들 대부분은 현장 수사를 하진 않지만 인지 부서는 현장에 나가기도 합니다.”
<검찰수사관의 업무> ▶인지 부서에서는 어떻게 수사를 하나요.
“인지 부서는 고소장이 접수되면 그걸 토대로 수사 자료를 정리하거나 압수수색을 나가기도 하는데요. 저도 몇 년 전에 첨단범죄수사부에서 근무를 했었어요. 가끔 뉴스에서 보면 압수수색 현장에 검찰 박스를 들고 가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런 일을 하는 거죠.”
▶보통 수사관들은 한 검사실에 몇 년 정도 근무하나요.
“길게는 2~3년까지 있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1년 6개월이 되면 인사 이동 대상자가 됩니다. 검사는 2~3년에 한 번씩 검찰청을 이동해야 되고, 수사관들은 최대 5년까지 한 검찰청에 있을 수 있어요. 인사 시즌이 되면 3지망까지 희망 부서를 써 내는데, 검사가 수사관에게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라고 하거나 반대로 수사관이 검사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검사가 호흡이 맞는 수사관을 끌어갈 수도 있는 거군요.
“그렇죠. 어찌됐든 한 식구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호흡이 잘 맞는 팀이 더 좋잖아요. 그래서 인사철이 되면 알게 모르게 바빠지기도 해요.(웃음)”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하고 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대로 서로 성향이 안 맞는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겠네요.
“맞아요. 근데 검찰청뿐만 아니라 어디라도 사람이 안 맞으면 힘든 법이죠. 그래도 순환근무가 가능하고 타 부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역할, 그리고 수사관의 역할도 조금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수사권 조정 전에는 경찰이 수사했던 모든 사건(불기소·기소 의견)을 검찰로 넘기고, 그 사건을 검사들한테 배당했어요. 배당받은 사건 중 혐의 입증이 불충분하다 싶은 사건은 검사가 경찰에 수사 지휘를 내릴 수 있었어요. 수사권 조정 이후엔 검사가 보완 수사를 경찰에 요청할 순 있지만 강제성은 없죠. 보통은 검사의 요구에 따라 추가 수사를 하기도 하고, 더 들여다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불송치 의견으로 사건이 종결되기도 합니다.”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수사관들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내부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것 같아요. 모든 사건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있는 반면 보완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넘어 온 사건은 어떤 단계를 거치게 되나요.
“사건 기록을 받으면 검사 선에서 처리되는 사건과 수사관에게 전달되는 사건으로 나뉘는데요. 검찰수사관이 받은 사건은 경찰이 어떤 의견으로 작성했고, 어떤 수사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의견서에는 피의자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참고인 진술 여부, 압수수색 과정, 증거 수집 과정 등을 거쳐 결론까지 나와 있거든요. 그럼 수사관은 의견서와 해당 증거 자료들이 충분히 구비됐는지, 증거 자료가 경찰의 의견대로 해석할 만 한 지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죠.”
▶평균 한 달에 몇 건 정도 사건을 검토하고 다루나요.
“지역과 부서마다 차이가 있는데요. 약 30건 이상은 맡는 것 같아요. 사건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 모든 사건을 깊게 검토하진 않고요.”
▶시기나 계절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의 종류도 달라질 것 같아요. 최근 들어 많이 발생하는 사건이 있다면요.
“여름철엔 카메라 촬영과 관련된 성범죄 사건이 늘어나는 편이고,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채팅 및 댓글 등 온라인 모욕 범죄가 많이 발생했어요. 경기가 안 좋을 땐 보이스피싱처럼 사기사건이 많이 발생해요.”
▶피의자의 범죄 사실을 확인하고 입증해야 하는 피의자 대면 조사가 사실 쉽지 않아 보여요. 피의자 조사 시 어떠한 룰이 있습니까.
“기본적으로 형사소송법이나 인권수사보호준칙 등을 기반으로 조사에 임하고, 피의자라 하더라도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수사하려고 합니다. 다만 수사관도 인간인지라 누가 봐도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할 땐 화가 날 때도 있어요. 조사를 하면서 큰소리가 나올 때도 있지만 최대한 환기를 시키고 냉정을 유지하려고 하죠.” ▶증거가 있음에도 범죄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요.
“계속 부인을 하면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죠. 그렇게 되면 양형 자료에 반성의 기미나 범죄 사실에 대한 뉘우침이 없어 보이고, 재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작성합니다.”
▶그럴 경우 형량이 가중되나요.
“양형을 판단하는 양형 기준표가 있어요. 초범인지 재범인지, 피해 금액은 얼마인지, 반성하고 있는지를 기준에 따라 조사 시 판단해 체크하게 돼 있습니다. 기준표에 따라 양형(법원이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해 형벌의 정도 또는 형벌의 양을 결정하는 일)을 결정하는 것이죠.”
▶수많은 사건을 다루다 보면 퇴근 후에도 계속 생각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럴 때가 있죠. 수사관들 중에 사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어요. 심할 경우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도 하고요. 저도 최대한 일과 생활을 분리하려고 노력합니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원인 중 하나가 실수가 없어야 하는 직업이라서가 아닐까 싶은데요. 작은 실수라도 생기면 피해자 또는 피의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강박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누군가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업무 자체가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일을 꼼꼼하게 하려는 편이죠.”
▶수사를 잘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가요.
“사실 시간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요. 수사는 많이 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기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의 노하우로 수사에 접근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적극성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시스템이나 기술이 나오잖아요. 대부분의 신종 사기나 범죄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서 생겨나요. 때문에 그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늘 공부해야 해요. 수사관 중에는 아마추어 해커대회 수상자가 있을 정도로 전문성이 있는 분도 있고, 계좌추적 기술 등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분들이 많아요.”
▶그동안 맡았던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요.
“언론에도 이슈가 됐던 사건들이 많이 기억에 남긴 해요. 국정농단 사건에서 한 분야를 맡았었는데, 국가적으로 큰 이슈였던 사건이라 기억에 남아요. 첫 압수수색을 나갔을 때도 기억에 남네요.”
▶압수수색을 나가면 현장 분위기가 어떤가요.
“적진을 쳐들어가는 분위기랄까요. 기업이나 관공서, 관저 같은 곳으로 압수수색을 나간 적이 있는데, 쉽게 들어간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한 번은 문 앞에서 경비원과 실랑이를 벌였는데, 그 사이 문서를 파쇄한 경우도 있었어요. 예전엔 압수수색을 나가면 서류 파일을 모두 가져왔는데, 요즘엔 서버 등 사이버 압수수색 비중이 훨씬 높아져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한 뒤 선별 작업을 거쳐 압수합니다.”
▶협조를 잘 안 해 주는군요.
“네. 대부분 협조를 잘 안 해 줍니다. 당사자나 이해관계자들은 저희를 적으로 바라보거든요. 물론 마음이 편하진 않지만 사건과 연관된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할 건 해야죠.” ▶검찰수사관의 근무시간은 어떤가요.
“생각보다 유연해요. 개인 사정이 있거나 조금 늦게 출퇴근을 해야 할 경우 탄력적으로 조절 가능하고요. 단, 본인의 업무는 미리 꼼꼼하게 해 놔야겠죠. 수사권 조정 이후엔 야근도 많이 줄었어요.”
▶연봉은요.
“검찰수사관은 공무원 공안직 연봉을 받습니다. 수사관은 별도의 수사비가 추가됩니다.”
▶검찰수사관을 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네요.
“법대를 다니면서 사법시험을 준비했어요.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차 준비를 하던 와중에 미드(미국드라마)에 빠지게 됐어요.(웃음) 뭐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험을 접게 됐죠. 아예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해본 적도 있는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법과 관련된 직업을 찾다가 자연스레 검찰수사관을 준비하게 됐어요.”
▶크면서 어떤 영향이 있었던가요.
“어머니께서 군무원이셨고, 아버지께선 법조 기자를 오래 하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해진 규율이나 규정을 지키는 조직 문화에 익숙해 이 직업을 선택할 때 큰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검찰수사관 시험은 어떻게 치러지나요.
“검찰수사관은 9급과 7급, 5급(행정고시) 국가직공무원 시험에 응시해야 하는데요. 9급, 7급 모두 1년에 한 번 시험이 있어 기회가 많지는 않습니다. 전 7급으로 합격했는데, 9급과의 차이점은 필기시험이 두 번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9급은 연간 200명 정도, 7급은 10명 내외로 선발합니다.”
<7급·9급 검찰직 필기시험 과목> ▶시험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사법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주로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공부했는데, 하루 16시간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공부 외에 준비해야 할 것들도 물어보시는데, 가장 중요한 건 시험이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합니다.(웃음) 물론 가산점 제도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가 가장 우선이에요.”
▶2차 시험은 어떤 식으로 나오나요.
“국가직 공무원이다 보니 국가관, 공직관에 대한 질문이 주로 나오고요. 어떤 문제가 주어지면 어떻게 접근해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서술하는 형식이에요. 서술식이 끝난 뒤 면접관에게 대면으로 설명해야 하는 면접도 진행되고요.”
“법 규정에 따라 업무 수행…증거 분석 위해 적극성·책임감·논리력 필요”
▶검찰수사관이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수사관은 법률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라 법 규정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부족한 증거를 확보하고, 사건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려는 적극성과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요. 증거 분석을 많이 하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면을 갖춰야 해요. 여러 증거가 나열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입증자료 여부의 판단력, 논리력, 융·복합 사고력이 필요할 때가 많아요.”
▶피의자와 대면하는 직업이라 담력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필요하긴 하죠. 조직폭력배나 사회악으로 치부되는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앞에 있다 해도 실력이 있다면 주눅 들지 않아요.”
▶10년 넘게 이 직업을 해오셨어요. 일반인들이 모르는 직업병도 있을 것 같아요.
“수사관 한 분이 배우자와 함께 학교 선생님 면담을 간 적이 있었대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선생님과 하던 와중에 배우자가 왜 선생님을 추궁하느냐며 화를 낸 적이 있었대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공감이 되더라고요. 일반인에 비해 비교적 논리적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거짓말을 유난히 싫어하는 것, 그것도 직업병일까요.(웃음)”
한경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 사진=김기남 기자
손승희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 수사관매년 1만 명이 넘는 응시자가 지원하지만 합격 인원은 200명 남짓. 평균 49대 1(9급·2017~2021년)의 경쟁률을 뚫어야 할 수 있는 직업, 검찰수사관이다. 검찰직 공무원 시험은 매년 한 차례 치러진다. 그 중에서도 7급은 매년 10명만 선발한다. 2013년 검찰수사관 7급으로 임용돼 지난 10년째 근무 중인 손승희(39) 씨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드루킹 특검’ 등 큰 이슈가 됐던 사건 수사에 참여한 베테랑 수사관이다. 손 씨를 만나 검찰수사관이 꼭 갖춰야할 덕목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현재 차세대 형사 사법 정보 시스템 구축 TF팀에 파견 나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곳은 뭘 하는 곳인가요.
“원래 소속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인데, 현재 법무부 형사사법 공통 시스템 운영단 내 차세대 KICS 구축 추진단에 나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검찰, 경찰, 해경, 공수처 등 각 기관에서 쓰는 서식과 양식을 새롭게 구축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형사 사법 정보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보관하는 형식이었는데, 각 기관마다 양식이 다르고 민원인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가 제한돼 있었어요. 이를테면 사건 기록을 확인하려면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각 기관과 일반인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간 쌓인 사건 수사 기록이 굉장히 방대할 것 같은데, 과거 사건 기록도 모두 데이터화하는 건가요.
“앞으로 발생하는 사건 기록은 당연히 들어가고요. 이전 사건은 유예기간을 따져서 데이터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존에는 경찰과 검찰 또는 검찰과 법원 등 각 기관 간에 자료 공유가 어렵고 복잡했어요. 기관별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달라서였는데요. 시스템을 통합해 데이터화하면 기관별 자료 공유가 용이해지고, 기록을 분실할 위험도 적어지죠. 2025년까지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앞으론 영장 집행이나 수배자 확인도 모바일로 가능해질 수 있죠.”
“계좌추적·압수수색·디지털 포렌식 등 다양한 기법으로 범죄혐의 입증”
▶검찰수사관 본연의 업무는 뭔가요.
“말 그대로 수사가 가장 대표적인 업무예요. 드라마에서 많이 보셨을 텐데, 검사실에 검사 한 명과 계장 한 명이 나오죠. 검사가 “계좌추적 좀 해 주세요”라고 하면 계장으로 불리는 사람이 조사를 시작하는데, 저희가 그 계장 역할입니다.(웃음) 보통 검사, 계장(수사관), 실무관이 한 팀으로 이뤄집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검찰수사관이 사건 현장에 직접 나가 수사를 하는 장면도 있어요. 수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검찰수사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거나 검사와 긴밀하게 협력해 업무를 수행하는데요. 계좌추적을 하거나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사건의 전후 사정을 비교하는 일이 주요 수사 업무예요. 검찰수사관들 대부분은 현장 수사를 하진 않지만 인지 부서는 현장에 나가기도 합니다.”
<검찰수사관의 업무> ▶인지 부서에서는 어떻게 수사를 하나요.
“인지 부서는 고소장이 접수되면 그걸 토대로 수사 자료를 정리하거나 압수수색을 나가기도 하는데요. 저도 몇 년 전에 첨단범죄수사부에서 근무를 했었어요. 가끔 뉴스에서 보면 압수수색 현장에 검찰 박스를 들고 가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런 일을 하는 거죠.”
▶보통 수사관들은 한 검사실에 몇 년 정도 근무하나요.
“길게는 2~3년까지 있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1년 6개월이 되면 인사 이동 대상자가 됩니다. 검사는 2~3년에 한 번씩 검찰청을 이동해야 되고, 수사관들은 최대 5년까지 한 검찰청에 있을 수 있어요. 인사 시즌이 되면 3지망까지 희망 부서를 써 내는데, 검사가 수사관에게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라고 하거나 반대로 수사관이 검사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검사가 호흡이 맞는 수사관을 끌어갈 수도 있는 거군요.
“그렇죠. 어찌됐든 한 식구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호흡이 잘 맞는 팀이 더 좋잖아요. 그래서 인사철이 되면 알게 모르게 바빠지기도 해요.(웃음)”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하고 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대로 서로 성향이 안 맞는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겠네요.
“맞아요. 근데 검찰청뿐만 아니라 어디라도 사람이 안 맞으면 힘든 법이죠. 그래도 순환근무가 가능하고 타 부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역할, 그리고 수사관의 역할도 조금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수사권 조정 전에는 경찰이 수사했던 모든 사건(불기소·기소 의견)을 검찰로 넘기고, 그 사건을 검사들한테 배당했어요. 배당받은 사건 중 혐의 입증이 불충분하다 싶은 사건은 검사가 경찰에 수사 지휘를 내릴 수 있었어요. 수사권 조정 이후엔 검사가 보완 수사를 경찰에 요청할 순 있지만 강제성은 없죠. 보통은 검사의 요구에 따라 추가 수사를 하기도 하고, 더 들여다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불송치 의견으로 사건이 종결되기도 합니다.”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수사관들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내부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것 같아요. 모든 사건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있는 반면 보완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넘어 온 사건은 어떤 단계를 거치게 되나요.
“사건 기록을 받으면 검사 선에서 처리되는 사건과 수사관에게 전달되는 사건으로 나뉘는데요. 검찰수사관이 받은 사건은 경찰이 어떤 의견으로 작성했고, 어떤 수사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의견서에는 피의자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참고인 진술 여부, 압수수색 과정, 증거 수집 과정 등을 거쳐 결론까지 나와 있거든요. 그럼 수사관은 의견서와 해당 증거 자료들이 충분히 구비됐는지, 증거 자료가 경찰의 의견대로 해석할 만 한 지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죠.”
▶평균 한 달에 몇 건 정도 사건을 검토하고 다루나요.
“지역과 부서마다 차이가 있는데요. 약 30건 이상은 맡는 것 같아요. 사건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 모든 사건을 깊게 검토하진 않고요.”
▶시기나 계절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의 종류도 달라질 것 같아요. 최근 들어 많이 발생하는 사건이 있다면요.
“여름철엔 카메라 촬영과 관련된 성범죄 사건이 늘어나는 편이고,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채팅 및 댓글 등 온라인 모욕 범죄가 많이 발생했어요. 경기가 안 좋을 땐 보이스피싱처럼 사기사건이 많이 발생해요.”
▶피의자의 범죄 사실을 확인하고 입증해야 하는 피의자 대면 조사가 사실 쉽지 않아 보여요. 피의자 조사 시 어떠한 룰이 있습니까.
“기본적으로 형사소송법이나 인권수사보호준칙 등을 기반으로 조사에 임하고, 피의자라 하더라도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수사하려고 합니다. 다만 수사관도 인간인지라 누가 봐도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할 땐 화가 날 때도 있어요. 조사를 하면서 큰소리가 나올 때도 있지만 최대한 환기를 시키고 냉정을 유지하려고 하죠.” ▶증거가 있음에도 범죄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요.
“계속 부인을 하면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죠. 그렇게 되면 양형 자료에 반성의 기미나 범죄 사실에 대한 뉘우침이 없어 보이고, 재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작성합니다.”
▶그럴 경우 형량이 가중되나요.
“양형을 판단하는 양형 기준표가 있어요. 초범인지 재범인지, 피해 금액은 얼마인지, 반성하고 있는지를 기준에 따라 조사 시 판단해 체크하게 돼 있습니다. 기준표에 따라 양형(법원이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해 형벌의 정도 또는 형벌의 양을 결정하는 일)을 결정하는 것이죠.”
▶수많은 사건을 다루다 보면 퇴근 후에도 계속 생각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럴 때가 있죠. 수사관들 중에 사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어요. 심할 경우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도 하고요. 저도 최대한 일과 생활을 분리하려고 노력합니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원인 중 하나가 실수가 없어야 하는 직업이라서가 아닐까 싶은데요. 작은 실수라도 생기면 피해자 또는 피의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강박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누군가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업무 자체가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일을 꼼꼼하게 하려는 편이죠.”
▶수사를 잘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가요.
“사실 시간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요. 수사는 많이 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기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의 노하우로 수사에 접근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적극성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시스템이나 기술이 나오잖아요. 대부분의 신종 사기나 범죄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서 생겨나요. 때문에 그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늘 공부해야 해요. 수사관 중에는 아마추어 해커대회 수상자가 있을 정도로 전문성이 있는 분도 있고, 계좌추적 기술 등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분들이 많아요.”
▶그동안 맡았던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요.
“언론에도 이슈가 됐던 사건들이 많이 기억에 남긴 해요. 국정농단 사건에서 한 분야를 맡았었는데, 국가적으로 큰 이슈였던 사건이라 기억에 남아요. 첫 압수수색을 나갔을 때도 기억에 남네요.”
▶압수수색을 나가면 현장 분위기가 어떤가요.
“적진을 쳐들어가는 분위기랄까요. 기업이나 관공서, 관저 같은 곳으로 압수수색을 나간 적이 있는데, 쉽게 들어간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한 번은 문 앞에서 경비원과 실랑이를 벌였는데, 그 사이 문서를 파쇄한 경우도 있었어요. 예전엔 압수수색을 나가면 서류 파일을 모두 가져왔는데, 요즘엔 서버 등 사이버 압수수색 비중이 훨씬 높아져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한 뒤 선별 작업을 거쳐 압수합니다.”
▶협조를 잘 안 해 주는군요.
“네. 대부분 협조를 잘 안 해 줍니다. 당사자나 이해관계자들은 저희를 적으로 바라보거든요. 물론 마음이 편하진 않지만 사건과 연관된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할 건 해야죠.” ▶검찰수사관의 근무시간은 어떤가요.
“생각보다 유연해요. 개인 사정이 있거나 조금 늦게 출퇴근을 해야 할 경우 탄력적으로 조절 가능하고요. 단, 본인의 업무는 미리 꼼꼼하게 해 놔야겠죠. 수사권 조정 이후엔 야근도 많이 줄었어요.”
▶연봉은요.
“검찰수사관은 공무원 공안직 연봉을 받습니다. 수사관은 별도의 수사비가 추가됩니다.”
▶검찰수사관을 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네요.
“법대를 다니면서 사법시험을 준비했어요.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차 준비를 하던 와중에 미드(미국드라마)에 빠지게 됐어요.(웃음) 뭐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험을 접게 됐죠. 아예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해본 적도 있는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법과 관련된 직업을 찾다가 자연스레 검찰수사관을 준비하게 됐어요.”
▶크면서 어떤 영향이 있었던가요.
“어머니께서 군무원이셨고, 아버지께선 법조 기자를 오래 하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해진 규율이나 규정을 지키는 조직 문화에 익숙해 이 직업을 선택할 때 큰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검찰수사관 시험은 어떻게 치러지나요.
“검찰수사관은 9급과 7급, 5급(행정고시) 국가직공무원 시험에 응시해야 하는데요. 9급, 7급 모두 1년에 한 번 시험이 있어 기회가 많지는 않습니다. 전 7급으로 합격했는데, 9급과의 차이점은 필기시험이 두 번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9급은 연간 200명 정도, 7급은 10명 내외로 선발합니다.”
<7급·9급 검찰직 필기시험 과목> ▶시험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사법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주로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공부했는데, 하루 16시간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공부 외에 준비해야 할 것들도 물어보시는데, 가장 중요한 건 시험이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합니다.(웃음) 물론 가산점 제도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가 가장 우선이에요.”
▶2차 시험은 어떤 식으로 나오나요.
“국가직 공무원이다 보니 국가관, 공직관에 대한 질문이 주로 나오고요. 어떤 문제가 주어지면 어떻게 접근해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서술하는 형식이에요. 서술식이 끝난 뒤 면접관에게 대면으로 설명해야 하는 면접도 진행되고요.”
“법 규정에 따라 업무 수행…증거 분석 위해 적극성·책임감·논리력 필요”
▶검찰수사관이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수사관은 법률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라 법 규정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부족한 증거를 확보하고, 사건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려는 적극성과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요. 증거 분석을 많이 하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면을 갖춰야 해요. 여러 증거가 나열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입증자료 여부의 판단력, 논리력, 융·복합 사고력이 필요할 때가 많아요.”
▶피의자와 대면하는 직업이라 담력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필요하긴 하죠. 조직폭력배나 사회악으로 치부되는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앞에 있다 해도 실력이 있다면 주눅 들지 않아요.”
▶10년 넘게 이 직업을 해오셨어요. 일반인들이 모르는 직업병도 있을 것 같아요.
“수사관 한 분이 배우자와 함께 학교 선생님 면담을 간 적이 있었대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선생님과 하던 와중에 배우자가 왜 선생님을 추궁하느냐며 화를 낸 적이 있었대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공감이 되더라고요. 일반인에 비해 비교적 논리적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거짓말을 유난히 싫어하는 것, 그것도 직업병일까요.(웃음)”
한경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