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 홍수 속 '듣는 드라마'로 귀를 사로잡아요"유튜브 넷플리스 왓챠 등 영상 콘텐츠의 틈새에서 사람들의 눈이 아닌 귀를 사로잡는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오디오 드라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선보인 오디오 드라마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검증받은 책을 드라마로 각색해 내놓는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다. 영상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청자들의 귀를 파고드는 김민경 밀리의 서재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33)를 만나 조금은 생소한 이 직업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Q.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
“오디오북으로 만들 책을 선정하는 일부터 회원들에게 최종적으로 서비스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책임진다. 밀리의 서재는 독서의 진입 장벽을 낮추자는 취지로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책을 읽기 어려운 이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오디오 콘텐츠로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Q. 오디오 콘텐츠의 주요 타깃층은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이런저런 이유로 책을 읽기 어려운 사람들인가.
“책을 잘 안 보는 분들이다. 독서를 어려워하는 사람들, 책은 읽고 싶은데 막상 책을 펴면 진도가 잘 안 나가는 분들이다. 더 나아가 몸이 불편해 책을 못 보는 분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Q.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서는 어떤 부분이 중요한가.
“각색 없이 낭독하는 콘텐츠라면 누가 읽느냐가 중요하다. 기획자는 어떤 사람이 읽었을 때 상품으로서 경쟁력이 있을지를 따져 본다. 저자가 직접 읽기도 하고 유명인 또는 성우가 읽기도 한다. 같은 책도 낭독자의 개성에 따라 다르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를 드라마로 각색… 2040세대가 타깃”Q. 최근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했다. 오디오 드라마는 무엇인가.
“오디오 드라마는 베스트셀러나 인기 있는 책을 드라마로 각색해 제작한 콘텐츠다. 예전 ‘라디오 극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라디오 극장의 소비층이 5060세대였다면, 오디오 드라마는 주로 2040세대를 대상으로 한다.”
Q. 오디오 드라마의 제작 과정을 얘기해 달라.
“우선 어떤 작품을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할지 정해 지식재산권 관련 사항을 정리하고, 제작사를 선정한다. 기획을 토대로 녹음과 섭외 등을 맡아줄 제작사가 선정되면 대본 각색에 들어간다. 보통 원작자도 함께 참여하는데, 어떤 부분을 드라마화할지를 정하고 대사 작업도 하게 된다. 각색이 마무리되면 성우, 배우 등을 섭외해 녹음을 하고, 후반 작업에 들어간다.”
Q. 원작 내용 중 대본 각색 작업에서 편집되는 부분도 있겠다.
“물론이다. 책 안에는 워낙 많은 인물이 나오다 보니 어떤 사건을 에피소드로 쓸지에 따라 오디오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달라진다. 필요에 따라 인물을 없애기도 한다. 오디오 드라마 첫 작품인 ‘놈의 기억’을 기획할 때도 사건의 큰 줄기를 토대로 에피소드를 구성했다.” Q. 퇴고 작업도 오래 걸렸을 것 같다.
“‘놈의 기억’이 1, 2권으로 나눠져 있어 각 권마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선정했다. 네다섯 번 이상 고친 것 같다. 이 내용은 왜 없어져야 하는지, 이 내용은 왜 들어가야 하는지를 거듭 고민했다. 읽는 것과 듣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대사 톤도 많이 고쳐야 했다. 작업 기간 내내 대본을 달고 살았다.”
Q. 오디오 드라마의 첫 작품을 ‘놈의 기억’ 선정한 이유가 있다면.
“후보작이 많이 있었다. 해외 작품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작가나 출판사와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놈의 기억’은 네이버가 주최한 ‘지상 최대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이었다. 스릴러인 이 작품은 몰입도가 뛰어나고 전개가 흥미진진해 드라마로 제작해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Q.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한다고 했을 때 출판사나 원작자의 반응은 어땠나.
“첫 반응은 ‘그게 뭐죠’였다.(웃음) 아무래도 오디오 드라마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다.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 콘텐츠에 효과음이 들어가는 정도라고 생각하셨는데 실제 나온 것을 보고는 아주 만족해 하셨다. 작가님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어서 작업할 때 도움이 많이 됐다.” Q.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힘들었던 일은.
“아무래도 첫 작업이다 보니 예산이 가장 고민거리였다. 러닝타임 15분, 10부작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넘쳐 애를 먹었다. 코로나19로 모이기도 쉽지 않았다. 한 번은 아주 미세한 부분 때문에 재녹음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직접 만든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었는데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재녹음 일정을 잡았는데 배역을 맡은 성우가 녹음 당일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결국 재녹음을 하지 못했다.”
Q. 밀리의 서재 내부 반응은 어땠나.
“완성된 후 팀에 공유했을 때 다들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제작할 때만 해도 내가 재미있어 하는 걸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까 하는 의구심이 컸는데 재미있다는 반응을 듣고 긴장이 풀렸다.(웃음)”
Q.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명의 성우들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멀티 캐스팅과 풍부한 음향 효과를 넣은 ‘완독 오디오북’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7~8시간에 달하다 보니 끝까지 듣는 걸 어려워하더라. 그래서 좀 더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하게 됐다.”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는 커뮤니케이터… 제작사, 작가, 성우 등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이끌어 가는 역할”Q.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가 갖춰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많은 것이 있겠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꼽고 싶다. 개인적으로 쓴소리를 잘 하는 편은 아닌데, 작업할 땐 ‘부캐’를 뒤집어 쓰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아닌 것을 아니라고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닌 부분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제작 PD 출신이다. 어떤 작품을 했나.
“첫 작품이 ‘후아유’(tvN)였다. 이후 ‘시그널’(tvN), ‘판타스틱’(JTBC), ‘오늘부터 사랑해’(KBS) 등에 제작 PD로 참여했다. 대학 때부터 교양 PD가 되고 싶어 언론고시를 준비했는데 결과는 잘 안 됐다. 낙방을 반복하다가 제작사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Q. 제작 PD는 어떤 일을 하나.
“쉽게 말해 살림을 맡아서 하는 역할이다.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전 기획 단계부터 작가·촬영팀 섭외, 방송국 제안 등 아이템 발굴부터 대본 작업, 촬영, 후반 작업 등 예산을 짜 모든 부분을 진행한다.”
Q. PD에서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로 이직한 이유가 있나.
“PD로 근무하면서 방송된 드라마보다 그렇지 못한 작품들이 더 많았다. 드라마 작가와 기획만 하다 무산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한 3년 정도 그런 일을 하다 보니 내 안의 에너지가 많이 소진된 것 같았다. 전공이 국문학이라 평소 책을 좋아했다. PD 시절에도 TV보다 책을 더 많이 봤다. 밀리의 서재 채용공고를 보고 왠지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스타트업(밀리의 서재)과 방송국·프로덕션의 업무 스타일이 많이 다를 것 같다.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프로덕션이나 방송국은 밤낮없이 바쁘다가도 드라마가 끝나면 약간의 휴식기가 있다. 업무가 프로젝트별로 나눠지다 보니 업무의 ‘업다운’이 있는 반면, 밀리의 서재는 루틴하다. 특히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는 매주, 매달 나와야 하는 오디오 콘텐츠가 있어 꾸준한 컨디션 관리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특징이라면 한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어떤 목표치를 계획해 시작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일할지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업무 방식이 개인적으로 긍정적 자극이 많이 됐다.”
Q. PD경력이 현재 업무에 도움되는 부분이 있나.
“물론이다. 구성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PD와 기획자의 공통점이다. 드라마 제작 PD로 일했던 경험이 작품을 고르거나 각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원작에서 어떤 서사를 이끌어낼지, 그리고 현장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그림을 그려나갈지 구상하는 데도 제작 PD의 경험을 살릴 수 있었다.”
Q. 일하면서 보람됐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나.
“첫 오디오 드라마가 나오고 구독자들 사이에서 이슈가 됐었다. ‘영화같다’, ‘재미있다’는 리뷰가 많았는데, 그 중 ‘시즌2 듣고 싶다. 제작해 달라’는 리뷰를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는 우리만의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제작할 수도 있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일하고 있다.”“오디오 드라마를 글로벌 콘텐츠로 키우는 ‘즐거운 상상’… 영상 콘텐츠 범람 속 틈새 시장 공략”
Q.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의 비전은 어떻게 바라보나.
“앞으로 콘텐츠 시장은 시간 싸움일 것 같다. 요즘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를 많이 보는데, 영상을 볼 수 없는 상황 또는 시간대가 있다. 그런 일상의 순간에 스며들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한다면 앞으로 시장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Q.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콘텐츠 기획은 다양한 아이템과 접목이 필요하다. 오디오 콘텐츠에만 집중하기보다 폭넓은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구독 서비스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경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Q.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
“오디오북으로 만들 책을 선정하는 일부터 회원들에게 최종적으로 서비스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책임진다. 밀리의 서재는 독서의 진입 장벽을 낮추자는 취지로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책을 읽기 어려운 이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오디오 콘텐츠로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Q. 오디오 콘텐츠의 주요 타깃층은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이런저런 이유로 책을 읽기 어려운 사람들인가.
“책을 잘 안 보는 분들이다. 독서를 어려워하는 사람들, 책은 읽고 싶은데 막상 책을 펴면 진도가 잘 안 나가는 분들이다. 더 나아가 몸이 불편해 책을 못 보는 분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Q.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서는 어떤 부분이 중요한가.
“각색 없이 낭독하는 콘텐츠라면 누가 읽느냐가 중요하다. 기획자는 어떤 사람이 읽었을 때 상품으로서 경쟁력이 있을지를 따져 본다. 저자가 직접 읽기도 하고 유명인 또는 성우가 읽기도 한다. 같은 책도 낭독자의 개성에 따라 다르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를 드라마로 각색… 2040세대가 타깃”Q. 최근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했다. 오디오 드라마는 무엇인가.
“오디오 드라마는 베스트셀러나 인기 있는 책을 드라마로 각색해 제작한 콘텐츠다. 예전 ‘라디오 극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라디오 극장의 소비층이 5060세대였다면, 오디오 드라마는 주로 2040세대를 대상으로 한다.”
Q. 오디오 드라마의 제작 과정을 얘기해 달라.
“우선 어떤 작품을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할지 정해 지식재산권 관련 사항을 정리하고, 제작사를 선정한다. 기획을 토대로 녹음과 섭외 등을 맡아줄 제작사가 선정되면 대본 각색에 들어간다. 보통 원작자도 함께 참여하는데, 어떤 부분을 드라마화할지를 정하고 대사 작업도 하게 된다. 각색이 마무리되면 성우, 배우 등을 섭외해 녹음을 하고, 후반 작업에 들어간다.”
Q. 원작 내용 중 대본 각색 작업에서 편집되는 부분도 있겠다.
“물론이다. 책 안에는 워낙 많은 인물이 나오다 보니 어떤 사건을 에피소드로 쓸지에 따라 오디오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달라진다. 필요에 따라 인물을 없애기도 한다. 오디오 드라마 첫 작품인 ‘놈의 기억’을 기획할 때도 사건의 큰 줄기를 토대로 에피소드를 구성했다.” Q. 퇴고 작업도 오래 걸렸을 것 같다.
“‘놈의 기억’이 1, 2권으로 나눠져 있어 각 권마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선정했다. 네다섯 번 이상 고친 것 같다. 이 내용은 왜 없어져야 하는지, 이 내용은 왜 들어가야 하는지를 거듭 고민했다. 읽는 것과 듣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대사 톤도 많이 고쳐야 했다. 작업 기간 내내 대본을 달고 살았다.”
Q. 오디오 드라마의 첫 작품을 ‘놈의 기억’ 선정한 이유가 있다면.
“후보작이 많이 있었다. 해외 작품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작가나 출판사와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놈의 기억’은 네이버가 주최한 ‘지상 최대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이었다. 스릴러인 이 작품은 몰입도가 뛰어나고 전개가 흥미진진해 드라마로 제작해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Q.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한다고 했을 때 출판사나 원작자의 반응은 어땠나.
“첫 반응은 ‘그게 뭐죠’였다.(웃음) 아무래도 오디오 드라마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다.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 콘텐츠에 효과음이 들어가는 정도라고 생각하셨는데 실제 나온 것을 보고는 아주 만족해 하셨다. 작가님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어서 작업할 때 도움이 많이 됐다.” Q.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힘들었던 일은.
“아무래도 첫 작업이다 보니 예산이 가장 고민거리였다. 러닝타임 15분, 10부작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넘쳐 애를 먹었다. 코로나19로 모이기도 쉽지 않았다. 한 번은 아주 미세한 부분 때문에 재녹음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직접 만든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었는데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재녹음 일정을 잡았는데 배역을 맡은 성우가 녹음 당일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결국 재녹음을 하지 못했다.”
Q. 밀리의 서재 내부 반응은 어땠나.
“완성된 후 팀에 공유했을 때 다들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제작할 때만 해도 내가 재미있어 하는 걸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까 하는 의구심이 컸는데 재미있다는 반응을 듣고 긴장이 풀렸다.(웃음)”
Q.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명의 성우들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멀티 캐스팅과 풍부한 음향 효과를 넣은 ‘완독 오디오북’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7~8시간에 달하다 보니 끝까지 듣는 걸 어려워하더라. 그래서 좀 더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하게 됐다.”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는 커뮤니케이터… 제작사, 작가, 성우 등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이끌어 가는 역할”Q.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가 갖춰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많은 것이 있겠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꼽고 싶다. 개인적으로 쓴소리를 잘 하는 편은 아닌데, 작업할 땐 ‘부캐’를 뒤집어 쓰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아닌 것을 아니라고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닌 부분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제작 PD 출신이다. 어떤 작품을 했나.
“첫 작품이 ‘후아유’(tvN)였다. 이후 ‘시그널’(tvN), ‘판타스틱’(JTBC), ‘오늘부터 사랑해’(KBS) 등에 제작 PD로 참여했다. 대학 때부터 교양 PD가 되고 싶어 언론고시를 준비했는데 결과는 잘 안 됐다. 낙방을 반복하다가 제작사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Q. 제작 PD는 어떤 일을 하나.
“쉽게 말해 살림을 맡아서 하는 역할이다.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전 기획 단계부터 작가·촬영팀 섭외, 방송국 제안 등 아이템 발굴부터 대본 작업, 촬영, 후반 작업 등 예산을 짜 모든 부분을 진행한다.”
Q. PD에서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로 이직한 이유가 있나.
“PD로 근무하면서 방송된 드라마보다 그렇지 못한 작품들이 더 많았다. 드라마 작가와 기획만 하다 무산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한 3년 정도 그런 일을 하다 보니 내 안의 에너지가 많이 소진된 것 같았다. 전공이 국문학이라 평소 책을 좋아했다. PD 시절에도 TV보다 책을 더 많이 봤다. 밀리의 서재 채용공고를 보고 왠지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프로덕션이나 방송국은 밤낮없이 바쁘다가도 드라마가 끝나면 약간의 휴식기가 있다. 업무가 프로젝트별로 나눠지다 보니 업무의 ‘업다운’이 있는 반면, 밀리의 서재는 루틴하다. 특히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는 매주, 매달 나와야 하는 오디오 콘텐츠가 있어 꾸준한 컨디션 관리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특징이라면 한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어떤 목표치를 계획해 시작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일할지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업무 방식이 개인적으로 긍정적 자극이 많이 됐다.”
Q. PD경력이 현재 업무에 도움되는 부분이 있나.
“물론이다. 구성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PD와 기획자의 공통점이다. 드라마 제작 PD로 일했던 경험이 작품을 고르거나 각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원작에서 어떤 서사를 이끌어낼지, 그리고 현장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그림을 그려나갈지 구상하는 데도 제작 PD의 경험을 살릴 수 있었다.”
Q. 일하면서 보람됐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나.
“첫 오디오 드라마가 나오고 구독자들 사이에서 이슈가 됐었다. ‘영화같다’, ‘재미있다’는 리뷰가 많았는데, 그 중 ‘시즌2 듣고 싶다. 제작해 달라’는 리뷰를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는 우리만의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제작할 수도 있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일하고 있다.”“오디오 드라마를 글로벌 콘텐츠로 키우는 ‘즐거운 상상’… 영상 콘텐츠 범람 속 틈새 시장 공략”
Q. 즐거운 상상은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새해 꼭 실현하고 싶은 상상을 하나 해 본다면.
“요즘 팀에서 주로 하는 이야기가 정말 쓸데없지만 재미있는 상상을 공유하는 건데, 오디오 드라마로 오스카 시상식에서 수상한다거나 스칼렛 요한슨을 캐스팅하자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늘어놓는다.(웃음)”
Q.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의 비전은 어떻게 바라보나.
“앞으로 콘텐츠 시장은 시간 싸움일 것 같다. 요즘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를 많이 보는데, 영상을 볼 수 없는 상황 또는 시간대가 있다. 그런 일상의 순간에 스며들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한다면 앞으로 시장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Q. 오디오 콘텐츠 기획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콘텐츠 기획은 다양한 아이템과 접목이 필요하다. 오디오 콘텐츠에만 집중하기보다 폭넓은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구독 서비스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경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